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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날이라면,

by 두근거림

인사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고민이 되는 요즈음이에요. 평소라면 "안녕하신가요?"라고 적었겠지만, 안녕하지 못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기에 서둘러 지워버렸어요.


평범했던 날들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날들이 되어버린, 힘겨웠던 시간조차 소중하게만 느껴지는 오늘이에요. 그 시절에는 '사람'들이 함께였지만 이제는 만남이 쉽지 않아요. 코로나로 신체적 거리는 멀어졌고, 심리적 거리는 굳어졌으니까요. 언제 가까웠던 적이 있었냐는 것처럼요.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듣고, 가끔 걸려오는 전화에 웃음을 짓다가도 현실을 다시 마주하면 울음이 차올라요. 하지만, 흘러야 할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감정의 결정은 제 모습을 반영해요.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요. 어떻게 이겨내야 하나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나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면 한숨은 깊어져요.


마음이 어려울 때는, 그 마음을 헤아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해요. 이겨내기 위해 다른 활동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힘겹다고 말하는 마음에 머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해요. 마음은 자신의 아픔을 알아달라며 큰 북을 쉴 새 없이 두드리는데, 장황하게 울리는 그 소리에 마음을 달랜답시고 우리는 눈을 외부에 두기도 해요. 좋은 구경을 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돌아다니거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끊임없이 찾아다니기도 하지요.


중요한 것은 마음이 어떠한 길이와 굵기의 북채로, 어떠한 모양과 재질의 북을, 어떠한 자세와 세기로 치는 지를 살펴보는 것인데 말이에요. 눈을 밖으로 계속 돌리면 마음은 북채를 놓지 않을 거예요. 날카로운 소음으로, 커다란 울림으로, 우리가 마음을 돌볼 때까지요. 우리가 느끼는 힘겨움, 그 안에 담긴 저마다의 아픈 마음은 마주하지 않고는 알 수 없어요. 여러분조차 가늠하지 못한 아픔을 결코 다른 누군가가 먼저 알아봐 주지는 않을 테니까요.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마음에 눈을 둘 때, 비로소 위로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어요. 그제서야 산책이, 음악이, 짧은 통화가 여러분의 마음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어 위로의 순간을 선물할 테니까요.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활동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처한 현실과 아픔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하는 활동은 의미도, 느낌도 분명 다를 거예요.


여러분에게 필요한 말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담겨 있어요. 마음이 뭐라고 말해주나요. 아직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렇다면, 밤하늘을 보며 잠시 사색에 잠겨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그대로, 조금만 더 오래요. 10분 동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심하게 꼬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하늘에 투영되는 우리의 마음을 지켜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과업이 과연 있을까요.


마음의 언어를 달빛 아래 새겨보는 거예요.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글씨로, 비문인지 아닌지를 구태여 따지지 않고서요. 여러분은 오늘 어떤 문장을 적으셨나요? 저는 "조급한 건 나의 일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마음이야." 라고 적었네요.


Image by Samuel Holzman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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