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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을, 오늘 하루를

by 두근거림

이따금 그녀와 처음 바다에 갔던 날이 떠오른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선선한 여름날. 물을 무서워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잔물결이 퍼지는 해변 가까이로 걸어갔다. 파도가 바람을 타고 세차게 밀려올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우리는 걸었다.


기억하고 있다. 그림자, 발자국, 웃음소리까지. 그 바다에 무엇을 두고 왔기에 생각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저민 걸까. 다시는 그날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꺼내어보고, 꺼내본다. 닳지 않는 너와의 시간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만약 그때로, 단 1분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앞으로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될 거라고. 졸업과 취업, 퇴사와 이직, 결혼과 독립이라는 관문들을 하나씩 헤쳐나가게 될 거라고. 눈물 머금는 날들도 많으며, 화해와 용서, 인내와 이해가 얽힌 시간들을 겪게 될 거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오늘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마음껏 떠들었으면 좋겠다고. 네가 이만큼 행복해하는 순간은 며칠 더 찾아오지 않을 테니, 그녀의 손을 꼭 잡고 그 하루를 실컷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걸을 수 있을까

물결치는 바다

선선한 바람


우두커니 앉아

차오르는 달

흘러가는 구름

바라다보면


비좁은 골목에도

별빛이 쏟아진다


어깨 남짓한 그림자

한 뼘 만한 발자국

투명한 웃음소리


손때가 올라

아물지 않는

별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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