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피디 Dec 19. 2016

네트워킹 파티, 사람을 잇다

약한 연결고리의 탄생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


1. 그거 뭐 그냥 대충 해놔도 잘 되던데?

2. 아...네트워킹 파티 기획이 제일 어려워....


그리고 아마도 1의 경우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을거다.


네트워킹 파티는 모든 행사중에서도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담아야 하는 행사다.


한 사람이 공간으로 들어와서 누구를 가장 먼저 만나고, 대면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그들은 어떤 대화로 첫 마디를 시작했고, 몇 분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서로의 연락처는 어떤 방식으로 교환하고, 이후에 그들은 계속적으로 연락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참석자가 아닌 기획자가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다.


"외국 사람들은 네트워킹 파티 하면 얼마나 적극적으로 잘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문화에 익숙치 않아서 다들 쭈뼛거린다니까"


나는 외국에서 안 살아봐서 모르겠다만, (그리고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외국의 네트워킹 문화를 겪어보고 이야기하는 건지 모르겠다. 설마 헐리우드 영화나 섹스앤더시티 같은 거 몇 편 보고서 그런 이야기 하는 건 아니겠지.) '외국 사람들이 네트워킹 파티에서 적극적인' 부분은 대면 시점의 어색함에 좀 더 빠르게 대응한다는 점 정도가 될 것 같다. 


네트워킹의 수요를 생각해본다면 우리나라보다 더 적극적인 나라가 있을까. 인맥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인데...


네트워킹 파티의 최대 강점은 '약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기회라는 점이다. 최근 가장 핫한 스타트업의 대표를 만날 수도 있고,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만날 수도, 혹은 협업을 도모할 수 있는 알찬 조직의 담당자를 만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투자자를 찾을 수도, 인생의 반려자를 찾을 수도 있다.


네트워킹 파티를 기획한다면 어떤 점에 신경써야 할까?


나는 전문 파티 기획자는 아니지만, 숱한 네트워킹 파티를 진행하며 얻은 포인트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아래 내용은 필자가 겪은 일부의 경험을 옮겨놓은 것이다. 창업, 청년이슈를 다루는 행사들, 문화기획, 비영리 섹터에서의 활동이 대부분이다. 그 이외의 행사는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참고하지 마시라)


1. 얕고 넓게? 혹은 좁고 깊게?

기획의 첫 시점에서 고민되는 지점이다. 만약 50명이 파티에 참석한다면, 기획자는 이 50명의 상호작용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네트워킹을 하는 그 모습. 버리셔도 좋다. 대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 사람의 관심은 그렇게 넓지 않다. 그리고 그 관심을 충족시켜줄 사람의 범주도 썩 넓지 않다. 50명이 참석하는 파티라면 한 개인의 욕망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대략 3,4명 수준일 것이다 (사실 그것도 많다). 마치 스피드 미팅같은 형식의 기획 (20,30초에 한 명씩 강제로 만나게 해서 연락처와 하는 일을 교환하는 방식)은 가장 안타까운 모습이다. 아무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 음료는 무엇으로 준비했나? 음식은?

혹시 '수더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치킨과 맥주를 준비했는가? 그렇다면 기획단계에서부터 '누가 누구를 만날 것인지'를 미리 정해놓고, 그들끼리 앉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조합이라면 한 번 앉으면 다시 안 일어날테니까.


네트워킹 파티에서의 식음료는 참가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affordance) 성질을 가지고 있다. 오늘 준비한 음료가 맥주인지 소주인지 스파클링 와인인지, 먹을거리는 식사대용으로 적합한지, 핑거푸드인지에 따라 참가자들의 행동양식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당신은 소주를 마실 때 소주잔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마시는가?


*개인적으로 가장 훌륭했던 음료는 추운 겨울에 야외에서 진행하는 네트워킹 행사에서 뱅쇼를 제공한 것이었다. 따뜻한 음료를 서로 나누고 옹기종기 모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추운 날씨', '따뜻한 음료' 라는 제약조건이 사람들을 더 이야기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3. 소품은 무엇인가? 

빈백이나 의자를 두었는가? 그렇다면 섹션별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일단 사람은 앉으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의욕조차 자리에 앉았을때의 편안함을 이기지 못한다. 또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데' 혼자서 열심히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모습을 스스로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위의 내용이 '기획자'를 위한 이야기라면 아래는 '참가자'를 위한 이야기다.


1. 흩뿌린 명함의 양이 네트워킹의 질을 담보하지 않는다.

누구나 겪는 경험이지만, 파티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명함을 바로 정리하는 사람은 없다. 결국 하루이틀, 혹은 며칠이 지난 후에 명함을 정리하는데, 이 때 몇 명이나 기억이 날까? 정말 명함만 받고 끝난 30초의 인연이 그 시점에서 생각이 날까?  


2.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프리랜서로 처음 활동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 중 하나가, 다양한 부문에서의 역량을 강조하기 위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류의 소개를 한다 (내가 그랬다!!!!내가!!!!!!) 하나가 늘어날수록 당신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 하나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장 최악의 방법은, 아마도 '보편적인 단어로 만든 새 직업명' 으로 자신을 설명하는게 아닐까. 언뜻 좋아보이지만, 뭘 하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서 1순위로 잊혀지게 마련이다. 


3. 파티장소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만 찾아다니고 있는가?

한정적인 경험이지만, 보통 네트워킹 장소 안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람'은 네트워킹 파티에 '타의에  의해' 온 경우가 많았다. '집에 가고 싶다' 라던가, '사무실 가서 하던 일을 마치고 싶다' 라던가, 불확실한 환경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기쁨을 느끼기에 그들은 몹시 바쁘다. 그런 환경에서 만난 인연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나와 같은 스테이지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 혹은 나와 전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지만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될 때가 많았다. 실제로 프로젝트로 이어지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시간과 공간. 기적같은 모습이다. 

더 많은 스파크가 일고, 더 많은 인연들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한다만,

네트워킹은 절대로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