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후 위기 보도의 경향과 문제점
이봉현 (한겨레신문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올 초
기후 위기 취재기자 11명, 시민 단체 활동가 9명,
교수 4명 등을 상대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기후 위기 보도 개선 방안을 다룬
《국내 기후변화 보도의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이봉현 한겨레신문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이 한국 언론의
기후 보도 문제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 뒤,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기후 보도가 가능할지 제언한다.
①소극적인 보도 태도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에 비춰,
임팩트 있고 핵심을 짚는 보도는 드물다.
많은 언론사에서 기후 보도를
환경이나 기상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정치, 경제, 산업 등 다른 부서에서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인이나
탄소 배출에 큰 책임이 있는 기업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②기후 보도의 정쟁화
기후변화는 정치적 문제이지만
원인, 책임, 대응에 대한 논의가
논란과 정쟁의 영역에 갇히면 ‘임계점’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그러므로 언론은 가치와 선호에 꿰맞춰
사실을 왜곡하거나 호도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와 토론에 바탕을 둔 합리적 공론장을
제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③전문성의 부족
한국 언론은 아직 기후 위기 보도의
방법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뉴스룸 내부로 폭넓게 확산하지 않고 있다.
언론의 기후변화 보도는
‘지금’, ‘여기서’, ‘나와 내 가족, 내 친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줄 때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바람직한 기후 보도는
개인과 공동체가 실행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실천하게 함으로써, 시민들이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는 효능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기후를 포함한 과학 보도에는 많은 숫자와
난해한 용어, 복잡한 이론이라는 장애물이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다양한 기법과
디지털 기술은 이런 어려움을 넘어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스토리텔링 할 수 있게 한다.
과학 지식과 통계로 채운 기사가 아니라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는 사람,
이에 맞서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기사를 통해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