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이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제 이해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6.3점이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에 대한 문제는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의 부재’다. 지금처럼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경제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경제 뉴스를 활용해 세계 경제라는 큰 숲을 보여주는 학교 수업 현장을 소개한다.
김나영 (서울 양정중 교사)1)
이론으로 접근하면 어려울 수 있는 주제지만, 직접 모의 상황 속에서 경험하면 어렵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학생들은 통화 정책이 어떤 배경에서 시행되며, 또 그 효과는 어떠한지 경제 기사를 찾아보며 흥미로워 한다. 또 스스로 경험한 내용이 실제로 경제 정책에 나오니 재미를 느낀다.
“모든 국민에게 1억 원을 준다면 어떨까?”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좋다는 반응이다. 1억 원을 받으면 뭘 하고 싶은지 이것저것 이야기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개인의 돈이 많아지면 부자가 되지만, 모든 국민의 돈이 많아지면 부자가 될 수 없다. 지나치게 통화량을 늘렸던 짐바브웨, 베네수엘라는 경제가 파탄 지경이다.
최근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됐다. 2021년 8월 0.5%였던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가며 2022년 11월 현재 3.25%가 됐다. 높아진 금리에 변동금리로 대출받았던 가계의 부채 부담은 높아졌고, 예금을 하고자 은행에 줄을 서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배경에도 통화량의 증가가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 전 세계적으로 현금 보조금 지급, 기준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오랫동안 지속하며 통화량이 증가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자 수습의 문제 등이 겹쳐져 세계적으로 물가가 폭등했다.
미국은 고공행진 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환율은 치솟았다. 그러자 한국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풀어 외환 보유고가 줄었고, 해외로의 자금 유출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통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낀다. 통화량, 금리, 환율, 주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경제의 숲을 봐야 자신을 위해, 또 사회를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체험과 경제 뉴스를 통해 경제의 숲을 볼 수 있도록 수업을 구상해 보았다.
돈의 양과 물가의 상관관계, 돈의 양이 급속히 많아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체험을 통해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수업을 기획하게 됐다. 통화 가치 안정이 중요한 이유, 이를 위해 중앙은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어서 체험하게 한다.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미국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올리기 시작한 기준금리, 그로 인한 환율의 가파른 상승, 또 이를 방어하다 보니 줄어든 외환보유고, 해외로의 자본 유출 우려로 우리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음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런 금리의 변화로 기업과 주식 시장, 채권 시장, 부동산 시장에의 영향과 같이 경제 전반에 걸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영향을 주고받는 경제 전체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개인의 금융 생활(재무 설계 및 투자 등)을 위해서도 이런 흐름을 읽는 게 꼭 필요하다.
교실을 하나의 나라로 생각하고, 바둑알을 돈으로 가정해서 통화량을 점차 늘려 나가면 학생들은 점차 물가가 오르는 걸 바로 경험하며 알게 된다. 개인이 돈이 많아지면 부자가 될 수 있지만, 국민 전체의 돈이 많아지면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원리를 몸소 느끼게 된다. 통화 가치 안정이 중요하고 이를 중앙은행이 맡고 있음도 알게 된다. 교사 역시 한국은행 역을 맡아 채권을 발행해 매각하면서 통화량이 줄어드는 걸 직접 체험하고, 또 금리를 올렸을 때 기업이 이자 부담 때문에 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가계의 예금은 늘어나는 상황도 직접 경험한다.
이론으로 접근하면 어려울 수 있는 주제지만, 이렇게 직접 모의 상황 속에서 경험하면 어렵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학생들은 실제로 통화 정책이 어떤 배경에서 시행되며, 또 그 효과는 어떠한지 경제 기사를 찾아보며 흥미로워 한다. 또 스스로 경험한 내용이 실제로 경제 정책에 나오니 재미를 느낀다. 이 수업 이후 학생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경제 기사도 찾아보며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교사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작은 변화이지만 이렇게 시작된 경제에의 관심이 학생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확신한다.
1) 김나영 교사는 《최강의 실험경제반 아이들》, 《세계시민이 된 실험경제반 아이들》을 지은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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