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서는 무슬림, 흑인, 라틴계, 여성 등 소수인종과 소수민족의 차별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옷핀(안전핀, Safety Pin)’을 달고 있습니다. 옷핀을 단다는 것은 인종차별적 공격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영국의 브렉시트 탈퇴 이후 인종차별 범죄가 증가하면서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여성에 대해 성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말을 한 바 있고, 미국 내 유색인종에 대해서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수차례 했습니다. 또한, 선거운동 과정에서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에 트럼프 당선 이후 특정 종교와 인종을 향한 증오 범죄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예상한 바입니다.
BBC가 미 전역에서 보고된 사건을 정리한 바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에선 빌딩 벽을 따라 트럼프를 지지하는 낙서와 함께 나치 문양(卍)이 그려졌습니다. 뉴욕주의 웨스빌의 소프트볼 경기장에도 나치 문양과 “다시 미국을 하얗게(MAKE AMERICA WHITE AGAIN)”라는 문구가 쓰여졌습니다. 뉴멕시코 대학엔 트럼프 지지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무슬림 여대생의 히잡을 벗겨버렸다는 신고도 들어왔습니다. 백인 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은 다음달 3일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는 행진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겠다고 밝혔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이 집단 소속의 ‘충성스런 백인 기사단'은 누리집을 통해 이를 알리며 “트럼프의 선거가 우리 (백인) 인종을 단결시켰다”고 했습니다.
폭력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향해서도 벌어졌습니다.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한 소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트럼프 지지 입장을 밝혔다가 학교에서 공격을 받았습니다. 시카고에선 흑인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말라”며 백인 운전자를 집단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됐습니다.이와 같이 트럼프 당선 직후 미 전역에서는 백인과 히스패닉, 흑인, 무슬림 등이 서로 위협하며 공격하고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보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됩시다
그러나 미국 사회 전반이 혐오로 뒤덮인 것은 아닙니다. 한편에서는, 인종·종교·성(性) 등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으니 “두려워 말라” “편에 서주겠다”는 의미를 담고, 마이너리티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옷핀을 옷에 다는 ‘옷핀달기(Safety Pin)’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원래 옷핀달기 운동은 지난 6월 영국이 유럽연합(EU)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던 브렉시트 사태 이후 영국에서 시작된 캠페인입니다. 브렉시트 이후 난민과 이민자 등에 대한 혐오 범죄가 증가했습니다. 이에 맞서서 영국의 한 여성이 “증오범죄에 위험에 놓인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취지로 이 운동을 제안한 뒤 널리 퍼졌습니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앨리슨(Allison)은 "옷핀 달기는 굳이 나가거나 뭘 사지 않아도 되고 어떤 표현이나 정치적 구호가 필요 없기 때문에 간단하다. 혐오범죄에 맞서는 사람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고 그들이 영국에서 갖고 있는 권리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은 신호일 뿐이다"고 말했습니다. 엘리슨은 트위터를 통해서도 "만약 어떤 사람이 인종차별을 한다면 당신이 좋은 영향을 미칠 준비를 해야 한다.그 방법은 소리를 지르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증거를 남기기 위해 현장을 찍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경찰을 부르는 것일 수도 있고 인종차별에 절망한 사람을 위로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렇지만 반드시 뭔가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옷핀 달기는 소용없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이미 그런 마음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옷핀달기(Safety Pin)운동은 소수자 혐오가 트럼프 당선으로 활개를 치게 됐지만, 동시에 연대와 통합을 중요시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 상황에서 차별과 편견에 반대한다는 상징인 옷핀을 착용하는 것은 불안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에게 당신이 동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은 표시가 될 것입니다.
[참고기사]
포커스뉴스, [브렉시트 그후] 영국, ‘옷핀달기’운동 확산, 2016.06.30.
SBS뉴스, ‘증오 범죄’ 급증한 영국...“옷핀 달기”운동 확산, 201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