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디어리터러시 Dec 01. 2016

소셜미디어와 민주주의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요약] 소셜미디어는 어느새 선거운동에 필수적인 매체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미국 대선입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차별적인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국가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일명 '아랍의 봄' 역시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위대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소규모로 시작했던 시위가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조직적인 시위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이처럼 민주주의에 좋은 영향만을 끼친 것은 아닙니다. 지난 8일 제45대 미국 대선 때 페이스북에는 트럼프를 옹호하는 가짜 뉴스가 흥행했습니다. 심지어는 미국 주요 언론사 19곳에서 내보낸 기사보다 가짜뉴스가 더 많이 읽혔습니다. 민주주의 창고로 주목받던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를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민주주의의 장이 되다.


“모여라 촛불입니다. 혼자 참여하기 창피하거나, 참여하고 싶지만 잘 몰라서 힘든 분, 남녀노소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 모입시다!!! 지하철 ○○역 ○출구에서 ○○시에 모입시다. 초·종이컵·우비·깔개·핫팩, 꼭 챙기세요. #혼참러”


SNS에 올라온 ‘혼참러(혼자 집회 참석하는 사람)’를 위한 안내문 중 일부다. 주말마다 광장에 촛불을 밝히는 수백만의 사람들 중 혼자 참석하기 어색한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는 친구의 초대로 진짜 세상에 나온다. 그리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민주주의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웃과는 왕래가 끊어진 아파트 속에 살고 있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면서 만나고 있다.


SNS는 이제 언론과 더불어 미디어가 되었다. 전 세계인구 10억명 이상이 페이스북에서 실시간으로 전 지구적 정보를 확인하는 시대다. 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한 이른바 ‘아랍의 봄’ 민주시위는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조직적인 시위를 벌였다. 시리아 내전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참혹한 모습이 소셜미디어로 퍼져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시대다. 이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1인 미디어로 변신할 수 있으며 파급력이 크다.


정치인에게도 이젠 소셜미디어가 필수적인 홍보 도구가 되었다. 제43대, 44대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 이번 제45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정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대표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였던 2008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차별적인 캠페인을 전개했다. 지지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을 한 것은 물론이고, 사이트에 등록된 지지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활용해 지지와 투표를 호소하는 ‘전자우편 캠페인’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유세 과정에서 미국의 주류 언론이 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하자 편파보도를 일삼는다면서 되레 주류 언론을 향해 막말을 퍼부으며 공격하면서 대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자신의 정치 메시지를 전했다. 거침없는 막말과 돌출행동이 잇따랐지만 1‘러스트벨트’ 의 저소득층 남성 팔로워들의 충성심은 더욱 높아졌고, 그들은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 선거유세장으로 연대해 힘을 과시했다.


국내 정치인들도 신속하게 자신의 뜻을 전할 때는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올리거나 때로는 생방송을 하기도 한다. 주요 정치인의 발언은 주류 언론이 소셜미디어를 확인해서 그들의 말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메시지는 퍼지고, 정치인의 영향력은 커진다.



#소셜미디어 정보의 신뢰도는?


소셜미디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도구로 평가받고 있지만, 신뢰도 측면에서 취약점이 꽤 있다.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동시성은 대단한 장점이지만, 사실(fact)여부에 대한 확인없이 급속하게 펴지는 부작용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 미 대선 레이스의 막이 오르자 극우 누리꾼이 개설한 웹페이지로 유언비어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 지지선언을 했다’ ‘빌 클린턴이 메간 켈리(폭스뉴스 앵커)와 불륜을 저질렀다’ 등 트럼프에 유리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2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에 따르면 미국 대선일을 앞둔 3개월 동안 속임수 사이트와 편파적인 블로그가 만든 가짜 뉴스 중 흥행 상위 20개의 페이스북 내 공유·반응·댓글 건수가 총 871만1,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미국 주요 언론사 19곳이 내 보낸 기사 가운데 조회수가 많은 20개 페이스북에서 얻은 공유·반응·댓글 건수는 총 736만 7,000건으로 가짜뉴스보다 15.4%적었다.3 심지어 미 대선 당시 SNS를 통해 유포된 덴버가디언이라는 실체 없는 매체가 생산해낸 가짜뉴스의 공유 숫자와 뉴스에 달린 댓글 수가 뉴욕타임스나 CNN이 보도한 뉴스보다 더 많았다.4


소셜미디어로 유언비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도 빈번하다.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의 사회적 발언에 대한 반대 측의 맹비난과 악플 그리고 잇따른 신상털기와 유언비어 혹은 허위사실 유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보엔 늘 '노이지(noisy)'가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유언비어, 허위사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류역사를 되돌아보면 정보엔 늘 가짜가 존재했다. 정보학 이론에서는 정보 노이지(information noisy)라고 한다. 고대국가에서 신과 소통한다는 제사장은 국가라는 공동체를 하나로 단결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기도 했다. 사람을 재물로 바쳐야 신이 노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말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성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이같은 논리 중 일부는 사회 규범이 되어 오늘까지 내려오고 있다.


사회경제적 불안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허위사실은 쉽게 퍼지고 이를 믿고자 하는 사람들은 맹신하기 쉽다. 때로는 소문이 겉잡을 수 없이 퍼지기도 한다.


이스라엘 출신의 유발 하라리 교수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지구상의 동물 중에서 자신이 보지도 않은 사건을 근사하게 꾸며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유일한 종이 바로 인간이라고 했다. 상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그 지어낸 이야기를 믿는 동물이 바로 인간이라는 말이다. 사회가 불안해지면 가짜 정보는 판치게 마련이다. 반대로 사회가 안정되어 있으면 정보의 노이지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독일에 히틀러를 그리워하는 네오나치가 존재하고 있지만, 그들이 세력을 키우지 못하는 것은 국가 전체가 홀로코스트라는 치명적인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에 소셜미디어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내고 그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도구이다. 사회의 부조리함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도구가 시민의 손에 들어왔으니 정보 공유라는 차원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는 앞으로 더욱 번성할 것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원한다면 정보에 끼인 노이지 문제를 탓하기 전에 사회적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우리가 뽑은 정치인에게 이를 줄여나가는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나가라고 명령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민주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진리를 실현해 나가는 지름길이다.

작가의 이전글 정필모 해설위원님의 강연을 듣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