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기존 언론사의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모델을 가지고 언론계에 신성한 바람을 일으키는 신생 언론사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매출 양대 축 중 하나인 광고를 과감히 거부하고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의 후원 등을 통해 ‘작지만 올곧은’ 언론사를 만드는 이들을 소개합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비영리 언론으로는 뉴스타파, 팩트올 등을 꼽을 수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2년 1월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인 정파주의와 상업주의를 배격하고 진실 규명을 위한 탐사 저널리즘 구현을 목표로 탄생했다. 탐사 저널리즘을 무기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한편 특권과 반칙, 차별 등을 들춰내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게 뉴스타파의 설립 목적이다. 이를 위해 뉴스타파는 광고나 정부·이익단체의 지원을 철저히 배제하고 시민의 자발적 후원에 기대고 있다. 뉴스타파는 현재 정기후원 회원 4만여 명이 낸 연간 50억 원의 후원금을 가지고 운영된다. 뉴스타파에는 기자·PD 30명 등 총 40명이 몸담고 있다. 뉴스타파 관계자는 “운영비는 최대한 절약하되 해외 출장 등 꼭 필요한 제작비는 지출한다”며 “후원금 수익에 맞춰 직원 채용 등 지출 계획을 잡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은 없다”고 밝혔다.
심층 기사와 팩트체크를 기치로 삼는 팩트올 역시 광고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델을 앞세워 2014년 9월 정식 출범했다. 뉴스타파가 설립 취지에 공감한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금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팩트올은 뜻을 같이한 주주 12명이 모은 자본금(3억2,000만원)을 가지고 운영된다. 팩트올 주주들 역시 정치 준비생이나 기업인 등을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힘을 보탰다. 대신 운영비·인건비는 매년 증자 등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팩트올에 몸담고 있는 기자는 총 6명이다. 바른 언론을 세우기 위해선 ‘뜻을 같이할 수 있는 기자들 간 연대’가 중요하다고 보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자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게 팩트올이 추구하는 목표다.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서구의 경우 비영리 언론의 위상은 실험 단계를 넘어 기성 언론의 대항마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비영리 언론에는 미국의 팩트체크·프로퍼블리카·텍사스트리뷴, 프랑스의 메디아파르, 독일의 코렉티브 등을 꼽을 수 있다. 프로퍼블리카는 2010년 온라인 매체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뉴올리언스의 한 병원에서 소생 가망성이 낮은 환자들을 안락사시킨 사실을 2년간의 끈질긴 취재로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1년에는 헤지펀드 회사를 심층 취재한 ‘월스트리트 머니 머신’이라는 기사로 또 한 차례 퓰리처상을 거머쥐었다. 프로퍼블리카는 금융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허버트 샌들러(매년 1000만 달러씩 3년간 지원)와 나이트재단 등의 기부가 초석이 됐다.
기부나 후원 등이 낯선 국내 환경에서 이들이 비영리 언론을 고집 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들이 걸어온 길과 언론계를 둘러싼 환경 등을 감안하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해직 기자들이 중심이 돼 활동해 오고 있다. 뉴스타파 창립 멤버로는 해직 기자 신분의 이근행 MBC PD, 노종면·권석재 YTN 기자 등이 참여했고 최승호 MBC PD도 합류했다. 또 공영방송에 무력감을 느낀 KBS 출신의 김용진, 최경영, 김경래, 심인보, 최문호 기자 등도 잇달아 합류했다. 팩트올은 이범진 발행인(전 조선일보·주간조선 기자)과 이재우 편집인(전 스포츠조선 기자)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팩트올은 좌우 진영 논리에 치우지지 않고 팩트를 기반으로 하는 언론을 지향하고 있다. 이범진 발행인은 “고액 후원자들을 확보해 주주로 영입, 지속적인 펀딩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며 “지금처럼 언론이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기사’를 쓰는 것이라 생각하고 우선 여기에 집중, 추후 그 콘텐츠에 살을 붙여 출판이나 다른 콘텐츠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새로운 미디어 방향을 찾기 위한 모델로 광고·협찬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다. 이들은 왜 바른 언론으로 가는 데 광고·협찬을 걸림돌로 본 걸까. 광고·협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미끼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자본 권력이나 여기에 빌붙어 연명하려는 언론사들이 오히려 문제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언론사 울타리에서 나온 기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신생 언론사를 만드는 데 뛰어들었다. 그렇게 생긴 언론사들은 기존 언론사들의 생존 전략을 그대로 차용, 광고·협찬 등을 통해 연명해 나갔다. 문제는 전체 광고 시장의 파이는 그대로이거나 줄어든 반면 새롭게 간판을 내건 언론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으면서 기업에 악의적 기사를 쓰고 대놓고 광고·협찬 등을 요구 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겉으로 보기엔 기업에 ‘갑질’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본 권력에 점점 종속되고 있는 셈이다. 방송 역시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긴 마찬가지다. 신문과 성격은 다르지만 지배구조상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그동안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자로부터 인정 받는 것과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서 비영리 독립 언론의 고민 역시 만만찮다.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플랫폼에 노출돼야 하는데 신생사가 뛰어넘기에는 진입장벽이 결코 낮지 않다. 더구나 국내 온라인 생태계처럼 포털이 온라인 유통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신생사가 기성 언론과 같은 대접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뉴스타파 관계자는 “콘텐츠 유입을 분석해 보면 뉴스타파 사이트와 페이스북이 가장 많고, 포털에서 유입되는 것은 적은 편”이라면서 “하지만 국내 언론사들의 주된 온라인 유통이 포털이라는 점을 볼 때 포털 진출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콘텐츠의 ‘창(窓)’이 된 포털을 통하지 않고선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치권력이나 자본 권력의 문제점에서 파생된 대안 매체라는 점도 태생적 한계점이다. 상대적으로 비영리 매체 간 차별성이 적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선 환경, 문화, 건강, 교육 등 특정 주제를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탐사 매체가 전체의 약 1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해직 언론인들이 중심이 된 뉴스타파의 경우 현실 정치에서 파생된 대안 매체”라며 “서구의 독지가들이 로컬 등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비영리 매체에 기부를 아끼지 않는 반면 우리는 해직 기자들이나 약자의 위치에 선 그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변수에 따라 입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영리 언론이 기성 매체에 던지는 메시지나 역할 등을 감안할 때 이들이 우리 언론 환경에서 뿌리내리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진순 기자는 “비영리 언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용자들도 사회적 배경이 든든해야 하는데 결국 정규 교육과정에서 저널리즘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의 올바른 이용을 촉진하는 운동)를 통해 비영리 언론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학습될 때 튼튼한 사회적 토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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