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녀 교육과 양육에서 ‘유튜브’와 ‘스마트폰’은 ‘상수’가 됐다.
우려하는 입장이건, 긍정적 차원의 접근이건, 이 둘이 빠진 일상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가 유튜브와 스마트폰을 과하게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떨칠 수 없다.
이런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세미나를 소개한다.
금준경(미디어오늘 기자)
“그간의 연구를 보더라도
부모와 자녀가 게임의 역효과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부정적인 영향력이 완화되고,
높은 수준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가진 부모는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효과적으로 중재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부모들의 걱정이 커졌다. 비대면 환경이 일상이 되면서 유튜브를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보여주지 말까? 시간제한을 둘까? 콘텐츠에 대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부모들의 고민은 많지만 ‘가이드’를 찾기는 힘들다. 이런 가운데 한국언론학회가 1월 29일 홈앤쇼핑 후원으로 ‘돌봄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세미나를 열고 돌봄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역할에 주목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지난해 서강대가 실시한 부모 대상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뉴스와 1인 미디어 따라잡기’에 대한 사례 발표(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이혜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가 있었다. 대학이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아닌 부모를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진행한 이색적인 사례였다. 이와 같은 교육이 이루어진 배경에 대해 조재희 교수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학은 전문가들이 있고 도서관, 미디어센터 등 인프라가 있는 데다 주변 지역사회 거점 역할을 할 수 있기에 학부모 교육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총 16회로 진행된 교육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 교육에 그치지 않고, 양육 과정에서 부모들이 궁금해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온라인 콘텐츠 이용과 한국 청소년의 특징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할 때 주의사항 △초등학생은 유튜브를 어떻게 인식하며 무엇을 경험하는가 △유튜브와 스마트폰 무조건 막으면 안 되는 이유 등의 강좌가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뉴스 사용 설명서 만들어보기 △부모와 자녀의 역할극을 활용한 인터뷰 체험 △유튜브 추천 채널 찾아보기 등 활동적인 프로그램의 비중도 작지 않았다.
조재희 교수는 강좌를 통해 얻은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디어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나눌 때 보다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단순히 부모에게 팁을 준 다음 ‘집에 가서 해봐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아이를 주체로 보고 상호작용할 필요가 있다. 그간의 연구를 보더라도 부모와 자녀가 게임의 역효과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부정적인 영향력이 완화되고, 높은 수준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가진 부모는 자녀의 미디어 이용을 효과적으로 중재할 수 있었다.”
실제 양육에 필요한 실용적인 교육을 하면서도, 단순히 정보 전달형 교육에 그치지 않고 부모와 자녀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정책연구팀 이선민 연구원과 김아미 팀장의 유아 미디어교육 관련 주제 발표도 있었다. 두 연구자는 유네스코, 영국 인터넷안전위원회, 미국 비영리 단체 커먼센스 에듀케이션, 구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교육부 등 해외 미디어교육 기관의 유아 미디어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 기관은 ‘디지털 시민성’을 강조하며 유아기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필요한 시민의 자질에 대해 교육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구체적인 교육 분야는 △디지털 정서 △디지털 안전 △디지털 정체성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로 나뉘었다.
‘디지털 정서와 디지털 안전’은 사이버불링, 피싱, 해킹 등 위험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교육이다. ‘디지털 정체성’은 자신이 디지털 공간에 올린 정보가 어떻게 정체성을 구성하며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경험적 학습 활동을 통해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포함한다.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는 허위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단서를 알아보는 방법, 피싱 메일이나 사이트를 가려내는 방법, 온라인과 오프라인 생활의 균형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뜻한다.
유아 대상 교육에서 중요한 요소는 ‘쉽고 흥미로운 교육 방식’이다. 집중력이 높지 않은 유아가 흥미를 갖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교육 내용이라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 미국 커먼센스 에듀케이션의 교육은 디지털 시민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신체 부위와 연결시켜 쉽게 설명한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수업을 시작하며 ‘스마트폰 등을 오랜 시간 썼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묻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교육하는 식이다. ‘프라이버시와 보안’ 교육의 경우 “항상 어른과 함께 다니세요. 너에게(어린이에게) 맞는 장소에 있으세요. 아는 사람하고만 대화하세요”라는 내용을 노래 등의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 배우게 한다.
한국에서도 유아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오수정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진흥실장은 어린이집 등에서 실시되는 유아 대상 미디어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날씨 정보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기사를 유아들과 함께 보면서 의견을 나눌 수 있다. 기사를 보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광고와 뉴스는 무엇이 다른지 얘기해보는 교육도 할 수 있다”며, “교육 이후 부모가 뉴스를 보고 있으면 자녀가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반응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세미나 발제자와 패널들은 ‘돌봄 연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 중심의 미디어교육 실험은 이어져야 하고, 기관 중심의 교육은 여전히 부족한 접근성을 키워야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성 미디어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공통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오수정 미디어진흥실장은 “돌봄의 주체는 학부모, 교사여야만 하는가. 미디어 생태계 측면에서 생산자가 콘텐츠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유통자가 나쁜 콘텐츠를 걸러주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희 서촌초등학교 교사 역시 “국내에서는 (미디어교육에 필요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콘텐츠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가 소셜 미디어의 이면을 파헤치는 어린이·청소년용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일선 교·강사들은 이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한국에서는 어린이·청소년에게 ‘맞춤형’으로 제작된 미디어교육 콘텐츠가 부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육 활성화를 위해 대학 및 교육기관뿐 아니라 ‘기성 미디어’ 역시 ‘가이드’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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