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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리터러시 Jan 10. 2022

디지털 세상의 변화 주체는 어린이와 청소년






보통 강자의 편에 서는 사람은 많다. 쉽고 편하니까. 그렇지만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주는 사람은 너무나 적다. 힘들고 귀찮으니까. 그래서 유네스코 같은 기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교육, 과학, 문화, 정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약자들의 목소리를 크게 키워주는 확성기 역할을 누군가는 꼭 해야 하니까.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도 예외는 아니다. 미디어가 어떻게 변해야 하고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해 말하는 어른은 많다. 그런데 정작 그 어떤 성인보다 이 시대를 더 오래 살아갈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그래서 올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행사는 꼭 어린이·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겠다고 연초부터 다짐했다.



올해 주인공은 어린이와 청소년


우선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어떻게 해야 전국 방방곳곳의 어린이·청소년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화제의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게더타운에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해본 연세대 학생 2명과 함께 유네스코 본부 전경을 가상의 공간으로 옮겨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린이·청소년이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의견을 남길 수 있도록 꾸며두었다. 그 결과 전국 86개 학교에서 무려 6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접속해 수많은 의견을 남겨주었다. 우리가 만든 공간에 이토록 많은 분들이 와주시다니,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모인 의견을 11명의 ‘어린이·청소년위원회’와 함께 검토했다. 이 중에서 반복적으로 많이 거론된 의견, 특히 중요하다고 평가된 부분을 모두 모아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어린이·청소년 선언문’을 완성했다. 원래는 이 청소년위원회 친구들을 행사장으로 초대해 이들의 목소리로 직접 선언문을 낭독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아쉽지만 줌으로 화상 녹화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린이를 세계 시민으로 키우기 위해


드디어 10월 19일, ‘2021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데이’가 열렸다.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사 이후부터 꾸준히 회사가 개최하는 행사에서 사회를 맡고 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사회자로 나섰다. 온종일 긴장해야 하는 힘든 부분도 있지만, 덕분에 모든 발표자의 내용을 더 자세히 공부하며 듣고, 질의응답도 함께 진행하면서 행사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계보경 부장이 2007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어린이·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측정 틀 개발 연구를 소개했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미디어 생활에 꼭 필요한 역량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틀은 아이들의 교육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두 번째 세션의 발표자는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초청한 뉴욕주립대 앤지 정 교수였다. 앤지 정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일어난 아시아계 대상 무차별 테러 반대 운동인 #StopAsianHate(아시안 혐오를 멈춰라)와 그에 담긴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운동은 바로 미디어가 사회적 변화의 도구로 사용된 유구한 역사의 한 사례이며, 특히 소셜 미디어에서는 가장 극단적인 목소리가 가장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고 앤지 정 교수는 첨언했다.


세 번째 세션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유아 미디어교육 연구를 진행한 서강대 조재희 교수가 학부모 3인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로 꾸며졌다. 조 교수는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 실태를 공유하며 가정에서 미디어에 대해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림책을 통해 소개했다.


네 번째 세션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이선민 선임연구원의 발표로 시작했다. 이선민 선임연구원은 아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아이들의 프라이버시가 너무 쉽게 침해받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지적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섯 번째 세션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세계 시민을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진행한 김아미 경인교대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 객원 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아미 연구원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 학생 6명도 함께 무대에 올라 편안하게 토크를 이어나갔다. 주제 선정부터 설문지 작성까지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학생 패널들은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느꼈던 점, 평소에 부모님과 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 등 정말 폭넓은 주제에 솔직한 의견을 들려주었다. 비록 현장에는 청중이 없었지만 행사를 진행하던 스태프 모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빨려 들어갈 기세로 토크를 경청했다.





약자의 손을 놓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순서였던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어린이·청소년 선언문’ 낭독 영상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영상은 하단의 QR코드를 통해 확인 가능하니 모두 꼭 봐주시길 바란다. 치열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선언문을 어린이들이 한 문단씩 돌아가며 읽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올바른 미디어 사용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조목조목 약속하고 요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앞으로의 세상은 자기들이 바꾸어가겠노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 어린이·청소년의 목소리로 이런 내용을 듣노라면 너무 감격스러운 동시에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약자의 편에 서는 행위의 영향력을 믿는다. 특히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와 같이 현대 사회에서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인 핵심 요소와 관련해서 약자의 손을 잡고 그 하한선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너무나 절실하다. 각종 콘텐츠가 대중의 관심을 두고 싸우는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이번 행사의 생중계 영상이 4,000건을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번 행사에서 그치지 않고,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약자의 목소리를 고려해 진전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어린이·청소년 선언문’ 전문


2021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청소년은 나이와 상관없이 방송,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에 대한 지식 없이는 교육, 건강, 노동, 여가 등 모든 측면에서 현대 사회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없습니다.


미디어 세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즐기는 주체가 우리 어린이·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들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어졌고, 그 어떠한 물리적 경계도 없이 성인과 어린이·청소년 간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2021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데이’에 참가한 우리 어린이·청소년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우리는 이런 미디어 환경을 원해요


1. 미디어는 우리가 학교 숙제를 하거나, 여가 시간을 보내거나, 미래 진로를 탐색할 때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따라서 미디어와 그에 담긴 정보는 모든 어린이·청소년이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 합니다.


2. 그런데 미디어에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가끔은 어떤 게 정확한 정보인지, 어떤 게 우리 나이에 적절한 정보인지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허위정보도 많고, 어린이나 청소년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로 된 자료도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가정과 학교 등을 통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법을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3.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성인과 어린이·청소년이 물리적인 구분 없이 같은 온라인 공간을 공유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연령대에 맞지 않는 콘텐츠를 추천 받거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나 광고가 자주 노출되고, 어린이·청소년을 비하하는 부적절한 용어가 널리 쓰이기도 해서 불쾌할 때가 있습니다. 화면 뒤에는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하고, 미디어 안과 밖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이 나이, 성별, 국적, 지역, 장애 여부,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4. 복잡한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미디어에서 우리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가 존중받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사용자가 잘 알지 못하더라도 모두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권리가 지켜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약속합니다


1. 앞으로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그와 상관없이 쏟아지는 미디어와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용하고 생산하기 위해서 우리는 학교와 가정에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입니다.


2. 우리가 미디어를 사용할 때 가장 힘든 점은 익명성에 기대어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일삼는 문화입니다. 그러한 문화를 끊어내고 그 누구도 나이, 성별, 지역, 국적, 장애 여부,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욕설 및 혐오 표현 사용, 온라인에서의 괴롭힘, 허위정보 공유 등의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3. 우리는 인터넷과 같은 미디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수록 미디어에서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가 잘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 맞춤형 광고 노출과 해킹 같은 경험을 통해 우리의 개인정보가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가 최대한 잘 존중받고 보호될 수 있도록 인터넷상에서 나와 다른 사람의 사진, 이름 같은 개인정보를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 등 노력합니다.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약속해주세요


1. 모든 어린이 청소년이 미디어에 잘 접근할 수 있게 살펴봐 주세요. 디지털 기기가 없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친구,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 방법을 모르는 친구가 없도록 보편적으로 미디어와 정보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2.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주세요. 앞으로 미디어가 어떻게 변화해갈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줄 아는 것과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잘 선택해 이용하는 것은 매우 다른 능력입니다. 이 시대를 가장 오래 살아갈 우리가 어떠한 미디어 환경에서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미디어가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3. 어린이와 청소년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미디어를 만들어 주세요. ‘O린이’나 ‘잼민이’ 같은 어린이·청소년을 비하 및 혐오하는 표현 사용을 중단하고, 성인을 위한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 등 미디어 활용의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게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미디어 추천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주세요.


4.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들어 주세요.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해할 수 있는 말들로 만들어진 웹 사이트, 영상, 기사, 사전 등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어린이 청소년용 콘텐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주세요.


5. 어린이와 청소년의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안전하게 보호해주세요. 우리 얼굴이 나온 사진을 동의 없이 SNS에 올리지 말고, 우리 계정을 어른들이 함부로 들여다본다거나, 미디어를 사용할 때 우리의 개인정보가 위험한 곳에 노출되지 않도록 튼튼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주세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미디어 환경을 위한 어린이·청소년 선언문’ 바로가기 




선언문 낭독 영상 바로가기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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