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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빈 Mar 29. 2023

부드럽고 안전하게: 뉴진스 <OMG>

뉴진스 <OMG> 정라리 리뷰

NewJeans, [OMG], ADOR, 2023

뉴진스, 'OMG' : 7.2



누가 뭐래도 2022년은 '뉴진스의 해'였다. 상업적 성공과 평단의 찬사를 모두 거머쥐며 케이팝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데뷔 시즌을 보냈던 뉴진스는 그들이 현 세대 가장 강력한 대중적 파급력을 지닌 팀이라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그리고 그 검증된 흥행 공식을 재활용한 ’OMG‘를 통해 그들은 다시 한 번 영광의 왕좌를 정조준한다.



'Ditto'에서도 그랬듯이, 벌스와 코러스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여 곡 전체가 유기적으로 흘러가게 하는 뉴진스 특유의 작법이 돋보인다. 그야말로 '이지-리스닝'의 극치다. 뾰족한 구석 없이 사운드와 멜로디를 꼼꼼하게 다듬어 뭉툭하게 세공해낸 'OMG'는 자극적인 맛을 선호하지 않는 한국 대중의 음악 취향에 딱 맞는 작품이다. 해린의 저음부 보컬을 수미상관으로 배치해 구조적 완결성을 성취하고, 풍부한 백보컬을 활용해 몰입도를 높인다.


래퍼 김심야와 듀오 XXX를 이루어 강렬하고 실험적인 인더스트리얼 힙합을 선보였던 프로듀서 FRNK가 주조한 사운드는 그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대중적인 테이스트를 자랑한다. 10년대 중후반 알앤비 씬의 트렌드를 상기시키는 녹진한 신스 사운드를 중심으로, 개성 넘치는 퍼커션들이 한데 뭉쳐 통통 튀는 개러지 리듬을 조성하는 프로덕션이 세련되고 담백하다. 비트를 구성하는 다채로운 사운드 소스들을 캐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즐거워하지 않을 수 없는 트랙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Attention‘의 청각적 청량감, ‘Hype boy’의 강력한 멜로디, ‘Ditto’의 장르적 쾌감에 비해 ’OMG’의 맛은 상대적으로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뉴진스는 현재 250과 FRNK 두 명의 프로듀서가 전담해 곡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3곡을 담당한 250에 비해 ‘Cookie’와 ’OMG’를 맡은 FRNK의 프로듀싱은 뛰어난 기술적 성취 이상의 창의적 감흥을 선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지-리스닝의 기조를 극대화하기 위해 뾰족한 부분들을 남김없이 다듬어낸 나머지 청자의 귀를 확실히 잡아채야 할 결정적 탑라인의 존재감이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키치한 Y2K 패션을 접목시킨 매력적인 비주얼로 음악의 부족한 임팩트를 메꾸며 연속 흥행가도를 이어갔지만 미세한 불안감이 남는다. 물론 상술한 것처럼 ‘OMG’는 좋은 곡이고, 재미있는 요소들을 부드럽게 채워 넣은 세련된 트랙이다. 그러나 부드러움과 뭉툭함은 한끗 차이다. 언젠가 현상유지가 아닌 재도약을 위한 확실한 모멘텀이 필요해질 때, 뉴진스에게는 그 두 가지를 반드시 구분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그 해 여름 우리를 놀라게 했던, 프레쉬하고 창의적인 뉴진스의 귀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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