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6년 커리어의 13곡을 되돌아보다
2020년 6월 22일, 보이그룹 세븐틴은 일곱 번째 미니앨범 '헹가래'를 발매했고, 앨범 초동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한 역사상 두 번째 K-POP 아티스트가 되었다. 걷잡을 수 없이 체급을 불려 나가고 있는 '대세 아이돌' 세븐틴의 6년간의 여정을 음악적 시선에서 되돌아 본다.
현 세대에서 손꼽히는 인기를 지닌 보이그룹 세븐틴은 무려 13명의 다인원으로 구성된 팀이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멤버들의 개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프로듀싱은 더욱 과장된 형태를 띠게 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음악은 난잡하고 산만해졌다. '아주 NICE'는 그 문제점이 완전히 곪아 결국 터져 버린 '총체적 난국'과도 같은 작품이다. 과하게 힘이 들어간 보컬은 어색하고 프리코러스의 멜로디는 부자연스럽다. 랩은 가사를 논하기 이전에 랩 디자인의 퀄리티 자체가 조악하며, 가성으로 꽂는 보컬 애드리브 역시 우습기만 하다. 갑자기 스트링이 등장하는 브릿지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화룡점정은 브라스가 전면에 나서는 후렴. 이 경박하게 촐싹대는 사운드는 K-POP보다는 코미디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어울린다. 유쾌한 에너지가 세븐틴의 셀링 포인트라지만, '아주 NICE'는 유쾌하기보다는 경박하게 느껴질 뿐인 곡이다. 유머러스함과 우스움을 구분하라.
'울고 싶지 않아'라는 파괴력 넘치는 훅과 함께 떨어지는 캐치한 드랍에 모든 힘을 집중시킨 이 곡은 분명 훌륭한 곡이다. 자신이 빚어낸 드랍의 강력한 매력을 믿고 벌스와 프리코러스의 존재감을 상대적으로 눌러 놓으며 청자의 집중을 드랍 한 곳에 끌어모은다. 결과적으로 전략 자체는 훌륭하게 먹혀 폭발적인 드랍의 호소력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 전략이 성공할 만큼 드랍의 파괴력이 강력할 수 있었던 것은 멜로디가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히트곡 중 하나였던 체인스모커즈(The Chainsmokers)와 콜드플레이(Coldplay)의 합작 싱글 'Something Just Like This"와 거의 표절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꼭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이 표절인지 아닌지에 대해 진위를 가릴 생각은 없으나, 곡의 개성이 급격하게 흐릿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기 때문에 '울고 싶지 않아'에 대해 음악적으로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무리가 있다. 곡의 수려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리티의 부재는 대단히 치명적이다.
'만세'와 '붐붐'의 여유로움과 펑키함, 'Home'과 '울고 싶지 않아'의 깔끔한 퓨처 베이스의 세련미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애매한 위치에 맴도는 '독 : Fear'는 설득력이 부족한 싱글이다. 트랙의 만듦새는 깔끔하나 코러스는 맥없이 흘러가 버리고, 선율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약하다. 선공개곡 'HIT'에서 에너지를 마음껏 터뜨리며 퍼포먼스적 매력을 발산했던 세븐틴은 이제 성숙해져야 하는 중견 그룹이라는 무게에 눌려 스스로를 가둬 버린 모양새다.
파워풀하고 직선적인 기타 드라이브가 들려오는 순간, '우리가 아는 세븐틴이 돌아왔다'는 인상을 받는다. 에너지는 넘치지만 정작 노래가 끝나고 나면 기억에 남는 건 얼마 없다는 그 단점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코러스는 나름 캐치한 편. '박수'는 훅메이킹은 어느 정도 뛰어나나 노래 전체를 고르게 이끌어가는 능숙함은 부족한 우지의 단점이 재차 드러난 트랙이다.
예상치 못한 서정적인 피아노를 꺼내든 '예쁘다'의 사운드는 꽤나 흥미롭다. 묵직하게 떨어지는 비트는 에너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비해 피아노의 질감은 가녀리고 여려 이질적으로 느껴지면서도 신선한 맛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괜찮은 곡을 만난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벌스와 프리코러스 이후 등장하는 코러스는 당혹스럽다. 다소 촌스러운 응원단 풍의 기타 드라이브와 정박 비트 위에 애매하고 흐릿한 선율이 얹히니 실망감만 커진다. 가장 중요한 후렴을 이렇게 힘 없이 소비해 버리면 곡의 전체적인 인상 역시 희미해질 뿐이다.
촘촘한 기타 리프로 진행되는 '아낀다'의 벌스는 과장된 보컬과 랩에도 불구하고 루즈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다소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전환되는 코러스는 벌스의 지루함을 어느 정도 덜어 주고, 묵직한 기타 드라이브와 함께 '아낀다'를 외치는 후렴도 나름 듣는 맛이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팀들이 앞다투어 곡을 발매하는 K-POP 씬에서 돋보일 정도로 눈에 띄는 노래는 아니나, 더할 나위 없는 무난한 맛으로 큰 호불호 없이 어필할 수 있을 만한 트랙.
말랑한 퓨처 베이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말랑한 멜로디를 전개하는 '어쩌나'는 크게 돋보이는 사운드적 개성은 없지만 매끄러운 프로듀싱과 직관적인 코러스를 통해 무난하게 유효타를 득점한다. 세븐틴의 작곡 담당 멤버 우지(WOOZI)의 훅메이킹은 확실히 뛰어난 수준이나, 그 이외에 특기할 만한 또렷한 강점이 부재하다 보니 오래오래 두고 들을 만한 곡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