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EXO) 결산 리뷰 : Part 2

엑소 8년 커리어의 18곡을 되돌아보다

by 박정빈


한때 K-POP의 파이를 홀로 독식할 수준의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2010년대 K-POP의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 중 하나인 엑소의 디스코그래피를 돌아본다. 엑소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고려하여 유닛 그룹인 EXO-K는 포함시켰으나, EXO-CBX, 세훈&찬열 등 기타 파생 유닛이나 솔로 곡들은 기술하지 않는다.





9위

중독


날카로운 전자음으로 귀를 찌르며 출발하는 '중독'은 과장된 신스로 사운드를 꽉 채운다. 감각적인 텍스쳐의 드럼 비트는 '역시 SM이다' 싶을 정도로 수려하지만, 정작 주가 되어야 하는 멜로디 자체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운드에 편승할 뿐이다. '중독'의 만듦새는 부정할 수 없이 준수하며, 사운드와 구성은 상당히 노련하고 깔끔하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선율의 파괴력은 가릴 수 없다.


8위

Love Shot


마법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 또렷한 코러스가 인상적인 'Love Shot'은 벌스와 프리코러스에서 다소 힘을 뺀 헐거운 모양새로 다소 실망을 안겨주는 듯 싶다가 자신만만하게 풀어놓는 캐치한 후렴으로 인상을 뒤집는다. 이처럼 선명한 멜로디로 충분한 감흥을 안겨 주는 곡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무대 없이 귀로만 감상하기엔 다소 몰개성한 감이 있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7위

Tempo


강렬한 사운드와 관능적인 보컬로 초반부터 귀를 사로잡는 'Tempo'는 'LOVE ME RIGHT'의 펑키한 사운드를 계승하면서도 한층 더 캐치한 코러스로 엑소라는 그룹의 음악적 성숙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페노메코(Penomeco)가 디자인한 랩 파트는 아이돌 노래답지 않게 깔끔하게 비트에 묻어나며, 목소리를 변조시키는 도전적인 시도는 재미있는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가장 인상깊은 것은 브릿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아카펠라 사운드로, 매너리즘을 걷어냄과 동시에 엑소라는 그룹의 보컬적 역량을 어느 정도 입증해 보이는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Tempo'는 노련하고 개성적인 프로듀싱을 통해 '맛있는' 곡으로 거듭나는 데 성공한 싱글이 되었다.


6위

Monster


한류 스타 엑소의 세 번째 정규 앨범 'EX'ACT'는 부정할 수 없이 엑소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최고작으로 뽑힐 법한 완성도를 가진 앨범이다.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SM엔터테인먼트의 집착과도 같은 열정은 현대적이고 깔끔한 앨범 커버처럼 세련되고 수려한 모습으로 구현되었다. 그처럼 타이틀곡 'Monster' 역시 상당한 파괴력을 가진 트랙으로, '으르렁'과 같은 강력한 선율보다는 에너제틱하게 몰아붙이는 공격적인 비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울퉁불퉁한 질감의 베이스가 무겁게 무드를 잡아 주고, 힘을 꽉 준 보컬이 텐션을 올리는 구성은 청각적인 감상보다는 시각적 퍼포먼스에 그 목적을 둔 듯 다소 헐거운 구간이 발견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즐겁다.


5위

Lotto


아이돌 스타가 목에 오토튠을 걸고 래칫 리듬에 몸을 맡기는 모습은 얼핏 이질적이다. 그러나 낯선 콘셉트를 충실히 소화하는 'Lotto'는 'Monster'와 'Lucky One'에서 보였던 음악적 성장을 다시금 이어가는 수작이다. 벌스에서 강한 베이스로 그루브를 형성하다 프리코러스에서 마틴 개릭스(Martin Garrix)를 연상시키는 통통 튀는 베이스로 변주를 준다. 베이스 위에 'Lipstick Chateau 와인빛 컬러' 라는 라인이 그야말로 '찰지게' 붙고 나면 또 한번 캐치한 코러스로 재차 공격을 가한다. 자신들의 사운드에 대한 자신감을 비추며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Lotto'의 사운드는 비록 엑소보다는 NCT 127의 모습을 닮아 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4위

불공평해


훗날 한국 R&B 씬의 슈퍼스타가 되는 DEAN이 작곡에 참여한 만큼 그의 색이 진하게 묻어나는 '불공평해'는 도입부부터 촉촉하게 깔리는 그루비한 피아노로 귀를 사로잡는다. DEAN의 보컬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간 디렉팅 덕분에 엑소의 개성은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곡 자체의 만듦새는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다. 악기들은 수려한 질감을 뽐내고 완결성 있는 구성 덕분에 뒷맛도 깔끔하게 떨어진다. 동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Sing For You'가 아무런 존재감 없는 흔한 발라드에 머무른 데 비해 '불공평해'의 사운드와 멜로디는 오래 곱씹을 만큼 맛있다.


3위

Ko Ko Bop


어느새 데뷔 5년차에 접어든 엑소는 상당한 이미지 소비가 이뤄진 상태였고, 반전을 위해서는 과감한 승부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결과인 'Ko Ko Bop'은 음악적 변신이라는 목적에 있어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전환을 해낸 수작이다. 나른한 레게 리듬 위로 백현과 첸이 노련한 보컬을 얹는 모양새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선율을 가진 코러스에 더해 갑작스레 하강과 상승을 거듭하는 EDM 드랍을 추가로 배치하는 구성은 그야말로 빼어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인더스트리얼 풍의 전자음과 레게 리듬이 균형감 넘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 이것이 K-POP의 하이브리드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조악한 랩만 기억에서 지워 둔다면, 'Ko Ko Bop'은 엑소라는 그룹이 지닌 또다른 가능성에 대한 흥미로운 제안이다.


2위

으르렁


유치하지만 매력적인 인터넷 소설 감성은 유지하면서도 정돈된 사운드로 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으르렁'은 '늑대와 미녀'의 단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그대로 챙겨 온 성공적인 싱글이다. 과하게 힘이 들어가 피로를 유발하던 전작의 사운드는 미니멀하면서도 깔끔한 전자음으로 탈바꿈했고, 후렴구 역시 콘셉트에 매몰되었던 전작과 달리 중독적인 멜로디라인과 함께 세련된 만듦새를 자랑한다. 전국민적인 히트 싱글이 될 자격을 갖춘 탄탄하고 우수한 팝 넘버.






1위

Lucky One


'Lucky One'이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 엑소의 최고작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루비한 기타 리프와 출렁이는 비트는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각 파트간의 연결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이음새를 보인다. 벌스를 힘차게 내달리는 보컬로 꽉꽉 채운 다음 프리코러스에서는 사운드를 정적으로 이끌며 집중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하면 탄성력 있게 박자를 밀고 당기는 비트 위에 매력적인 코러스가 얹힌다. 'CALL ME BABY'와 'LOVE ME RIGHT'에서 엑소가 찾아 헤매던 그루브가 드디어 가장 세련된 사운드의 옷을 입고 음악으로 구현되었다. 'Lucky One'의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사운드는 SM엔터테인먼트의 노련한 프로듀싱 경력이 드디어 엑소에게 안겨 준 크나큰 음악적 선물이다. 당신이 이 리듬에 몸을 들썩이지 못한다면 분명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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