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EXO) 결산 리뷰 : Part 1

엑소 8년 커리어의 18곡을 되돌아보다

by 박정빈

한때 K-POP의 파이를 홀로 독식할 수준의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2010년대 K-POP의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 중 하나인 엑소의 디스코그래피를 돌아본다. 엑소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고려하여 유닛 그룹인 EXO-K는 포함시켰으나, EXO-CBX, 세훈&찬열 등 기타 파생 유닛이나 솔로 곡들은 기술하지 않는다.





18위

늑대와 미녀


EXO의 데뷔 정규 앨범 'XOXO (Kiss & Hug)'은 알 사람은 아는 '수록곡 맛집' 이다.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비극적인 무드를 만들어내는 'Baby, Don't Cry (인어의 눈물)', 절제된 사운드와 캐치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Heart Attack' 등은 또렷한 감흥을 선사한다. 그러나 정작 타이틀곡인 '늑대와 미녀'의 완성도는 괴악하기 짝이 없다. 한때 대한민국 10대들의 여린 감성을 지배했던 인터넷 소설 문화를 연상시키는 '늑대'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운 가사는 부끄러울 정도로 조악하다. 가사뿐만 아니라 정돈되지 않은 구성과 난잡한 사운드, 뜬금없이 등장하는 '사랑해요' 보컬 샘플, 짜집기한 듯 어설픈 파트의 이음새 등 '늑대와 미녀'의 완성도는 총체적 난국이다. 데뷔를 기대하고 있던 EXO의 멤버들이 이 괴작을 받았을 때의 표정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17위

Universe


SM엔터테인먼트는 화려한 사운드를 쌓아올리는 EDM 팝 장르의 곡에서는 항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성과를 내 왔지만, 상대적으로 보컬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발라드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연이어 헛물만 켜는 모습을 보여 왔다. 비단 엑소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그룹의 모든 곡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이 약점은 'Universe'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름 전작들과 차별화를 주려 빌린 밴드 사운드는 뻔하기 짝이 없고, 멜로디 역시 기억에 남는 구간이 단 하나도 없다. 안일한 편곡과 관성적인 프로듀싱만이 드러날 뿐인 'Universe'는 4분 24초가 이렇게나 긴 시간이었는지 재확인하게 하는 지루하고 진부한 트랙이다.


16위

MAMA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가서 근육통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작정하고 사운드에 힘을 줬다. 초장부터 그레고리오 성가풍의 합창과 오케스트레이션을 총동원해 기선을 압도하더니, 부서질 듯 강렬한 비트와 전자음으로 숨쉴 틈도 없이 몰아붙인다. 거기다 댄스 브레이크에서는 공격적인 기타 드라이브에 목을 잔뜩 긁어대는 랩과 샤우팅까지. 프로듀서진이 의도한 대로 사운드에 압도당하기보다는 완급조절 따위는 무시하고 내달리는 그 부담스러운 구성에 압사당한 쪽에 가깝다.


15위

Power


히트메이커 런던 노이즈(LDN Noise)가 프로듀싱한 'Power'는 간단히 말하자면, 프로듀싱의 겨냥 지점이 어딘가 한끗 빗겨나간 꼴이다. 철 지난 빅룸 사운드는 흥겹기 이전에 촌스럽게 다가오며, 공간감과 균형감이 부족한 사운드 역시 아쉬움만을 남긴다. 트랙을 여러 겹 레이어링한 후반부의 음향만이 풍족하게 느껴질 뿐 곡 전체의 만듦새는 어딘가 어설프다. 10년쯤 전에 월드컵 응원가로 나왔다면 딱 어울렸을 법한데, 시대를 잘못 찾아 2017년이라는 시간에 엑소라는 세련된 아이돌 스타로부터 이런 노래를 듣자니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14위

12월의 기적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크리스마스 캐럴 '12월의 기적'은 진부함 이외에는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 멜로디 자체는 상투적이지만 나름 유려한 데 비해, 곡 구성이 너무도 밋밋해 장점마저 묻혀 버리고 만다. 곡 전개와 사운드에 전혀 방점이 없이 완만하게만 흘러가니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마저 허무하게 소비되어 버렸다.


13위

LOVE ME RIGHT


SM 특유의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사운드 메이킹이 드러나는 싱글. 펑키한 리듬 위에 각종 악기를 촘촘히 배치하는 구성은 빈틈없는 정교함이 돋보이며, 터져나오는 브라스와 함께 그루비한 멜로디를 늘어놓는 코러스는 적당히 캐치하다. 후반부에 사운드를 4마디 비우며 마치 뮤지컬처럼 드라마틱한 효과를 만든 프로듀싱도 노련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것은 임팩트다. 분명 곡의 만듦새가 충분히 매끈함에도 불구하고 '으르렁'에서 보여준 엑소만의 음악적 색깔과 재치가 드러나지 않다 보니 엑소의 곡이라기보다는 해외 팝 가수의 평범한 싱글처럼 느껴지는 건 분명한 약점이다.


12위

Obsession


'I want you'를 반복하는 보컬 샘플에 곡 제목처럼 '집착'하는 싱글 'Obsession'의 사운드는 SM엔터테인먼트답게 깔끔하다. 보컬 레이어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벌스나 박력 넘치는 프리코러스, 수려한 애드리브가 돋보이는 코러스 등 각 파트만 놓고 보아도 그 만듦새가 훌륭한 편이다. 그러나 그 요소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곡 자체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선율의 힘이 부족한 탓이다. 'Obsession'은 앨범의 재미있는 수록곡 정도로는 어울리나, 엑소 정도 되는 체급의 그룹이 타이틀곡으로 내세우기에는 그 파괴력과 개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트랙이다.


11위

For Life


엑소의 크리스마스 캐럴 시리즈가 어디까지나 팬 서비스인 이상 정규 앨범만큼의 퀄리티를 원하는 것은 과욕일지 모른다. 관성적으로 감성에만 호소했던 흐릿한 싱글 '12월의 기적'과 'Sing For You'가 그랬듯, 'For Life' 역시 큰 차별점을 보이지 못하나 앞선 두 트랙과는 달리 오케스트레이션의 극적인 효과를 적극 활용하여 어느 정도 전개의 굴곡을 만들어내며 나름 상당한 호소력을 빚어냈으며, 선율의 힘 또한 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10위

CALL ME BABY


'으르렁'의 기록적인 흥행 이후 어깨가 무거워진 엑소는 전작의 리듬 패턴을 그대로 옮겨온 'CALL ME BABY'를 발표했다. 풍부한 베이스와 함께 박력 있게 리듬을 찍어 누르는 브라스와 스트링은 에너지 넘치지만 다소 피로한 인상을 준다. 코러스 역시 캐치한 멜로디라인과 또렷한 포인트를 가지고 있지만 당시 K-POP에서 가장 큰 체급의 아이돌 그룹이었던 엑소의 타이틀곡이라기엔 다소 파괴력이 떨어진다. 'Exodus'나 'Playboy'와 같은 동 앨범의 수려한 수록곡들에 비해 여러모로 한방이 부족한 아쉬운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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