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결산 리뷰 : Part 2

방탄소년단 8년 커리어의 16곡을 되돌아보다

by 박정빈

방탄소년단은 지난 20년간의 모든 K-POP 아티스트들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그룹 중 하나이다. 이 산업의 역사에서 가장 뚜렷하고 유의미한 상업적 성과를 낸 그들의 족적을 음악적 측면에서 되짚어본다.




8위

FAKE LOVE


'FAKE LOVE'는 짜임새 있는 프로듀싱이 돋보이지만 여전히 멤버 개개인의 미숙한 역량이나 잘 와닿지 않는 멜로디 등 아쉬운 면모 역시 발견되는 싱글이다.


디스토션을 먹인 그런지(grunge)풍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인 'FAKE LOVE'는 록과 트랩 힙합의 문법을 동시에 끌어오며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대중들의 입맛까지 공략한다. 랩으로 진행되는 벌스의 인상은 아쉽게도 희미한데 비해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긴장감을 쌓아가는 지민의 보컬은 그 일차원적인 가사를 차치한다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어 등장하는 코러스는 다소 단순하지만 드라마틱한 이모(emo) 힙합 사운드 덕에 다행히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7위

상남자 (Boy In Luv)


신인이기에 가능한 넘치는 패기와 에너지를 파워풀한 록 사운드에 담아냈다.


'되고파, 너의 오빠, 너의 사랑이 난 너무 고파'라고 부르짖는 훅은 다소 우습지만 입에 착 달라붙는다. 부족한 사운드 균형감과 믹싱은 아쉽지만 멜로디라인과 훅 메이킹만큼은 기가 막히다. 거칠고 공격적인 기타 드라이브를 뚫고 캐치한 코러스가 등장하면, 어느새 '꽉 잡아 날 덮치기 전에'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6위

DNA


청량한 휘파람과 기타 스트로크를 활용한 'DNA'는 매우 스타일리시한 넘버이다.


곡이 가진 팝적인 매력을 믿고 자신 있게 뻗어나가는 랩과 보컬은 박진감 넘치는 킥과 함께 고조되며, 드라마틱하고 뚜렷한 드랍은 파워풀하게 곡의 강렬한 인상을 완성한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에서 수상하며 순식간에 비약적으로 상승한 자신들의 위치에 대한 부담보다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택했고, 그 시도는 꽤나 말끔한 성공을 거두었다.


5위

I NEED U


방탄소년단을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올려놓은 곡인 'I NEED U'는 2015년작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그 만듦새가 세련되게 느껴진다.


탁월하게 멜로디라인을 구성한 후렴은 대중음악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캐치하며 능숙한 완급조절이 묻어나는 정교한 프로듀싱도 인상적이다. 곡의 완성도를 한층 더해 주는 현란한 전자음을 내세워 스타일리쉬한 무드를 형성하는 간주 부분을 듣고 나면, 왜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의 비상이 'I NEED U'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위

ON


무르익은 성숙 속에 팀의 색깔을 구성지게 녹여낸 수작.


사운드를 지배하는 하몬드 오르간과 긴장감 넘치는 마칭 밴드풍 드럼 비트에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 '나의 고통이 있는 곳에 내가 숨쉬게 하소서' 라는 다소 작위적이지만 사색적인 노랫말을 얹는다. 절로 귀기울이게 하는 드라마틱한 구성과 풍부한 사운드로 무장한 'ON'은 이미 월드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의 무게감에 걸맞는 원숙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작품이다.


3위

Black Swan


방탄소년단은 부족함 없이 'Black Swan'으로 비로소 음악적 성숙을 증명했다.


동양풍으로 디렉팅된 기타 사운드가 흐르면 킥 스네어가 조용히 치고 들어온다. 전작 '작은 것들을 위한 시'와는 정반대로 어두운 트랩을 선택한 'Black Swan'은 힙합 그룹을 표방하며 등장했던 방탄소년단의 아이러니한 약점이었던 랩 디자인에서 큰 발전을 보이는 싱글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세련되게 마감된 이 곡은 비록 대중성은 떨어질지언정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컬러와 트랩 힙합을 적절히 배합함으로써 장르적 완성도와 팀의 존재감을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한다.


2위

피 땀 눈물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의 서사에서 이 곡이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고려하지 않더라도 '피 땀 눈물'의 사운드는 매력적이다.


섹슈얼리티를 노골적으로 은유하는 '피 땀 눈물'은 당시의 메이저 레이저(Major Lazer) 풍 뭄바톤 사운드 유행에 발맞춘 곡이다. 정석적이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과 '피 땀 눈물'이라는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어필하는 캐치한 코러스는 듣는 즐거움을 쌓아 올리며, 그 중에서도 EDM 트렌드를 충실히 재현한 신스 드랍은 백미이다. '원해 많이 많이' 같은 불필요한 훅으로 드랍 사운드를 가리는 것은 아쉽지만 명확한 후렴구를 필요로 하는 대중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1위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방탄소년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K-POP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러나 높아진 위치에는 더 무거운 책임이 따르듯, 그들의 어깨는 그 성공의 무게만큼의 부담감을 감당해야만 하게 되었다. 데뷔 때부터 '꽃길'을 걸었던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이 아니었던 그들이기에 그 괴리감은 더욱 크게 다가왔고, 수많은 곡들의 가사를 통해 그 버티기 어려운 고충을 토로했다. 세계의 진보를 위해 움직이고, 시대와 세대를 대표하여 목소리를 내야 하는 위치에 오른 방탄소년단이 느꼈을 중압감은 공전절후의 흥행을 기록한 'LOVE YOURSELF'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마침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 2019년 무렵에 절정에 이른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단순한 아이돌 그룹이 아니다. 그들은 시대의 아이콘이고, 젊은 세대의 상징이고, 글로벌 문화의 현존이다. 이제 그들에게는 노래와 춤뿐만이 아닌 한 차원 더 높은 도덕적 반성과 문화의 선도가 요구된다. 이제 그들은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이는 일말의 과장 없이 말 그대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던 질문이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약 8개월만에 발표한 새 앨범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에서 모두의 예상을 빗나가는 선택을 한다. '세계의 평화? 거대한 질서? 그저 널 지킬 거야 난' 이라는 제이홉의 랩은 그들의 눈이 추상적인 거대 담론이나 막연한 정의가 아닌, 그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여전히 곁을 지켜 주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 준다. '높아버린 sky, 커져버린 hall, 때론 도망치게 해 달라며 기도했어' 와 같이 그들을 매 순간 짓누르던 중압감은 '이제 여긴 너무 높아, 난 내 눈에 널 맞추고 싶어'라며 따뜻하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승화된다. 출렁이는 리듬 기타를 타고 멜로딕하게 흐르는 선율은 공허한 스웨거가 아닌 감사와 사랑을 노래한다. 화사한 사운드로 가득 채운 이 따스한 악곡은 전세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팝이 되었다. 가장 큰 사회적인 영향력을 얻은 방탄소년단이 역설적으로 가장 개인적인 것들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모습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라는 제목과 더불어 이루 말할 수 없는 뭉클함을 느끼게 한다.

가장 눈부시고 반짝이는 순간에 방탄소년단은 오히려 정반대로 가장 불안하고 초라했던 과거의 기억을 소환한다. 초창기 곡 'Boy In Luv (상남자)'의 제목을 차용해 'Boy With Luv (작은 것들을 위한 시)'라는 제목을 지은 것은 비록 위치는 달라졌어도 처음 품었던 그 초심만은 그대로라는 호소력 짙은 선언이다. 보잘것 없는 신인 보이그룹에서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되어도, 음악적 역량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도, 여전히 방탄소년단은 우리가 알던 그대로, 사랑에 빠진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보다 더 멋진 선물이 또 있을까.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위대한 현대 서사시의 완벽한 마무리이며, '너의 오빠'가 되고 싶다고 부르짖던 어리숙한 소년들이 어느덧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금의환향해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에게 선물하는 애틋한 세레나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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