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은 지난 20년간의 모든 K-POP 아티스트들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그룹 중 하나이다. 이 산업의 역사에서 가장 뚜렷하고 유의미한 상업적 성과를 낸 그들의 족적을 음악적 측면에서 되짚어본다.
16위
IDOL
아무리 K-POP이 '듣는 음악'에서 벗어나 '보는 음악'의 영역에 도달했다지만, 음악적 완성도를 이 정도까지 포기해 버리면 안 된다. 더군다나 K-POP을 대표하는 그룹인 방탄소년단이기에 그 실망감은 더하다. 국제 사회에서 성공한 한국인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국위선양할 것을 요구하는 대한민국의 뿌리깊은 국수주의가 방탄소년단을 망쳤다. 라틴풍의 리듬 위에 속된 말로 '뽕끼' 넘치는 촌스러운 신스가 깔리고, 멤버들은 '얼쑤 좋다', '지화자', '덩기덕 쿵더러러' 같은 한국적 추임새를 과시하듯 쏟아낸다. 그러나 모든 요소는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그저 실소만을 유발한다.
'IDOL'은 산만하고 질 낮은 사운드, 온갖 장르를 마구잡이식으로 버무린 난잡한 프로듀싱, 멤버들의 미진한 보컬과 랩, 부자연스럽고 완결성 낮은 구성까지 총체적 난국에 빠진 희대의 괴작이다. 월드와이드 스타의 궤도에 오르고 그 최정점을 향해 순풍을 타고 올라가던 방탄소년단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놓은 최악의 곡이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하다. 국위선양은 자신의 것을 우직하게 성공시킬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방탄소년단 같은 그룹이 이래서는 안 된다. 방시혁은 어서 정신 차리시라.
15위
No More Dream
90년대 골든 에라 힙합을 레퍼런스 잡은 베이스를 튕기며 '얌마 니 꿈은 뭐니'를 되뇌이는 방탄소년단의 데뷔곡 'No More Dream'에는 신인의 미숙한 열정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목을 긁어대며 랩을 뱉는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그 열의와는 별개로 완성도가 부끄러운 수준이고, 구성과 사운드 면에서도 특기할 구석이 없다. 'No More Dream'은 훗날 K-POP을 대표하는 스타가 될 방탄소년단의 앳되고 어리숙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초기작이라는 상징성 이외에는 음악적 가치가 없는 싱글이다.
14위
N.O
위즈 칼리파(Wiz Khalifa)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스트링을 사용한 트랩 힙합 사운드는 꽤나 멋진 만듦새로 완성되었지만, 미진한 랩과 일차원적인 가사가 몰입을 방해한다. 갑자기 장르가 덥스텝으로 전환되며 분위기를 달구는 아우트로 파트는 그 이음새가 너무도 엉성해 당황스럽다.
13위
Danger
2000년대 초반 힙합을 떠올리게 하는 리듬 위에 파워풀한 펑크 록 기타가 깔린다. 멤버들의 랩 퍼포먼스는 다행히도 양호하고, 멜로디라인도 들어줄 만하다.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무난한 싱글.
12위
Miss Right
2010년대 초반 한국 가요계에 유행하던 프라이머리(Primary) 계열의 멜로우 힙합 곡인 'Miss Right'는 말랑말랑한 무드로 사랑을 고백한다. 재치있는 RM과 슈가의 랩은 벌스를 기분좋게 채우고, 프라이머리의 '자니'를 연상케 하는 감성적인 코러스는 크게 캐치하진 않지만 곡의 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달달한 감흥을 선사한다.
11위
RUN
화양연화 시리즈의 두 번째 곡, 'RUN'의 강한 질감의 드럼은 인피니트를 연상케 한다. 코러스를 제외한 모든 구간의 존재감은 희미하지만 한 번 들으면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직관적인 후렴이 곡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제목처럼 힘차게 달리는 'RUN'의 에너지는 적당히 기분좋게 다가온다.
10위
불타오르네 (FIRE)
초장부터 공격적인 전자음을 쏟아내며 호기롭게 시작하는 '불타오르네'. 말 그대로 불타오른다. 시종일관 어깨에 힘을 주고 쉴 틈 없이 달리는 이 곡은 다소 매끄럽지 못한 이음새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뱅어 트랙으로 기능한다. 파워풀하게 몰아붙이는 정공법은 곡의 단점을 슬쩍 가리고 'EDM 트랙이 신나면 그만이지 뭐 어때' 라는 최면을 건다. 그 말대로, 화양연화 3부작의 마지막 작품 '불타오르네'의 완성도는 크게 뛰어나진 않지만 딱 무난하게 즐기기 적당할 정도의 지점에 위치해 있다.
9위
봄날
힙합 아이돌 그룹을 표방하며 등장한 데뷔 초나 일렉트로닉 뮤직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기 시작한 중반부의 모습 양쪽 모두와 전혀 다른 얼터너티브 록 풍의 '봄날'은 어찌 보면 방탄소년단의 커리어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뜩 디스토션을 먹인 채 등장하는 기타 드라이브는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어 호소력 짙은 RM과 정국의 목소리가 벌스를 수려하게 이끌어가고, 지민과 뷔가 프리코러스를 깔끔하게 소화해 내며 곡에 대한 기대를 올린다. 그러나 정작 곡의 방점을 찍어주어야 할 후렴구는 그 짜임새가 엉성하고 진부하며 단순한 탓에 곡의 완성도를 해치고 만다. 대중음악에서 코러스가 가지는 압도적인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실수는 치명적이다. 결국 '봄날'은 유려한 사운드와 뚜렷한 기승전결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흐릿한 인상만을 남기는 아쉬운 곡으로 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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