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스트링 사운드를 내세웠던 '라비앙로즈'에 비해 후속작 '비올레타'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사운드를 운용하는 싱글이다. 도박수를 던지며 당당하게 출사표를 내밀었던 아이즈원은 두 번째 싱글을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친숙히 다가갈 수 있는 트로피컬 하우스 풍의 사운드로 외연을 넓히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면서도 딥 하우스 스타일의 베이스를 조화롭게 배치하며 청각적 쾌감을 선사하고, 한편으로는 속도감 있게 박자를 쪼개는 드럼 위에 공간감 넘치는 스트링이 웅장하게 터지는 프리코러스에서는 '라비앙로즈'의 기억을 불러낸다. 이를 통해 소포모어 징크스를 영리하게 빗겨나간 아이즈원의 두 번째 싱글 '비올레타'는 신인 그룹이라기에는 너무나도 노련한 프로듀싱으로 완성된 웰메이드 EDM 넘버가 되었다.
3위
환상동화
아이즈원은 언제나 흠잡을 데 없이 세련되고 깔끔한 EDM 넘버를 가지고 오는 그룹이었다. 같은 장르의 곡들을 비슷한 구성으로 채우면서도 사운드에 변화를 주어서 피로감을 제거하는 정교하고 영리한 프로듀싱 전략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걸그룹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묵직하고 공간감 넘치는 수려한 신스 사운드는 '환상동화'를 '라비앙로즈', '비올레타', 'FIESTA' 등 아이즈원의 다른 곡들뿐만 아니라 K-POP 씬의 타 걸그룹 음악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다. 그에 비해 미숙한 가창으로 인해 다소 힘이 빠지는 구간이 있는 것은 데뷔 이후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 미숙함이 마치 의도된 장치인 양 곡의 전개 속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배치함으로써 그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해냈다. 이를 통해, '환상동화'는 2020년 K-POP 전체를 통틀어서도 기억에 남을 만한 완성도를 성취한 작품이 되었다.
2위
라비앙로즈
일약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프로듀스 101>이 출범시킨 그룹 아이오아이는 전국민의 관심을 받으며 뜨거운 데뷔를 치렀지만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처참한 악곡의 연속으로 기대와 영향력 모두를 상실한 채 초라한 내리막길을 걸은 바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워너원 역시 데뷔곡인 '에너제틱' 이외에는 인상적인 곡을 내놓지 못하면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하지만 앞서 언급된 두 방송보다는 떨어지는 파급력으로 출발했던 <프로듀스 48>의 산물인 아이즈원의 데뷔곡 '라비앙로즈'는 그들 역시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3분 만에 불식시킨다.
역동적인 투스텝 비트가 치고 들어오며 드라마틱하게 전환되는 구성은 아이즈원이 선배 그룹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임을 예감케 한다. 예리하게 다듬은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 이 싱글의 백미는 이국적인 스트링 사운드가 등장하는 드랍이다. 그 누구도 K-POP에서 앞서 들어본 적 없는 이 신선한 질감의 사운드는 단숨에 곡을 우아한 장밋빛의 이미지로 물들인다.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후렴구 대신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스트링 드랍을 투입함으로써 어찌 보면 '안전한 길' 대신 도박수를 던진 아이즈원의 전략은 보란 듯이 성공해 그들에게 세련된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성공했고, 이는 이후 후속곡들에서도 이어지며 아이즈원이라는 팀의 음악적 컬러를 확립하는 기반이 된다. 2018년 최고의 K-POP 곡 중 하나인 '라비앙로즈'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이고 매혹적인 데뷔 싱글이다.
1위
FIESTA
'라비앙로즈'와 '비올레타'의 연이은 성공이후 아이즈원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안타를 두 번 친 상황에서, 홈런을 날려야 하는 타이밍이 온 것이다. 그러나 그 부담을 이겨내고 아이즈원은 멋진 장외홈런을 기록했다. '라비앙로즈'의 독특한 사운드에서 '비올레타'의 익숙한 트로피컬 하우스로 외연을 넓힌 그들은 한 스텝 더 넓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 'FIESTA'에 강렬한 코러스를 배치한다. 후렴을 EDM 드롭으로 대체하였던 지난 두 곡과 달리, 'FIESTA'는 명확하고 캐치한 후렴 멜로디가 맛 좋게 입에 달라붙는다. 이어 육중한 베이스 드럼과 함께 날카로운 브라스 사운드가 치고 나오며 강렬한 감흥을 선사한다. 벌스에서는 드럼을 무겁게 때려박으며 박자를 쪼개고 속도감 넘치게 사운드를 쏟아붓는다. 그야말로 축제처럼 현란하고 자극적이다. <어벤져스>에서 결집한 히어로들의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하듯, 강렬한 소리들을 작정하고 호화롭게 진열한 'FIESTA'가 대부분의 청자의 귀를 확실히 만족시켜줄 '홈런'급 작품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