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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빈 Sep 05. 2020

'노래의 맛'을 살려라, 'K-POP 백종원'은 누구?

곡의 이해도와 소화력이 탁월한 K-POP 아티스트 4인

우리는 흔히 고음을 시원시원하게 잘 내는 가수에게 '노래를 잘 부른다'는 찬사를 보내지만,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이 가창력이 좋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티스트의 역량은 탁월한 곡 이해도와 해석력을 바탕으로 곡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의 보컬, 혹은 랩을 선보일 때 드러난다.


어찌 보면 추상적이고 막연하지만, 이 조건은 선명한 캐릭터성을 요하는 K-POP 음악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고음으로 내지르는 후반부 애드리브보다 애교나 카리스마가 묻어나는 '킬링 파트'를 맡은 멤버가 더 주목받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본 글에서는 이처럼 뛰어난 곡 이해도로 노래를 '맛깔나게' 살려 내는 K-POP 아티스트 4인을 소개한다.






방탄소년단 지민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 다 가져가'.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피 땀 눈물'의 포문을 여는 관능적인 첫 소절에 흠칫 놀라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명성에 비해 개개인의 음악적 역량 자체는 크게 뛰어나지 않아 다소 밋밋해질 수 있는 방탄소년단의 곡들에 유니크한 보이스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주인공은 바로 지민이다. 지난 8월 21일 발매된 디스코 풍의 신곡 'Dynamite'에서 그는 거의 여성 보컬에 가까운 높은 음역대를 소화하며 놀라움을 안기는데, 이는 자칫 건조해질 수 있던 평이한 팝 넘버에 또렷한 색깔을 입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정규앨범 'WINGS'의 솔로 곡 'Lie'에서는 호소력 넘치는 감정 표현과 더불어 뛰어난 가창력까지 선보이기도 한다. 의심의 여지 없이, 지민은 방탄소년단이 가진 가장 강력한 음악적 무기다. 어벤져스에게 헐크가 있다면, 방탄소년단에는 지민이 있다.



샤이니 태민


샤이니의 풋내기 막내에서 어느새 정규 2집 솔로 아티스트에 SM엔터테인먼트의 어벤져스 그룹 SuperM의 일원까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태민의 가파른 성장세는 놀랍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가 종현과 더불어 샤이니 내에서 가장 다양하고 개성적인 음악적 툴을 지닌 멤버임을 감안할 때, 이 결과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태민의 여린 보컬이 가지는 차별점은 섬세한 감정 표현력이다. 직선적이고 또렷하게 보컬을 표현하는 키와 온유에 비해 태민과 종현은 상대적으로 보컬에 숨을 많이 섞고 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태민의 보컬은 댄스 곡에서는 관능적이고 섹시하게, R&B 곡에서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무브병'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한 솔로 히트 곡 'MOVE'는 그의 보컬이 가지는 이러한 강점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미니멀한 사운드로 호소력 넘치는 음색을 조명하는 노련한 프로듀싱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싱글이다.


'Press Your Number', 'MOVE', 'WANT' 등 그의 보컬과 어울리면서도 우수한 완성도를 가진 댄스 곡을 연이어 내놓은 데 이어 담담한 R&B 넘버 '2 KIDS'로 보컬리스트의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증명해 내고 있는 태민의 성공적인 커리어는 단순한 요행이 아니라 치밀하고 전략적인 음악적 설계의 결과물인 것이다.



(여자)아이들 소연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가 온다. 그 명제를 자신의 행보로 몸소 증명해내고 있는 K-POP 아티스트가 있으니, 바로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이다. Mnet <프로듀스 101>에서 크게 이목을 끌지 못한 채 탈락하고, 동 방송사의 여성 래퍼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3>에서도 아이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곱지 못한 시선을 받던 2016년, 그녀의 잠재력에 주목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여자)아이들의 성공적인 데뷔에서부터 Mnet <퀸덤>에서의 대약진까지, 전소연은 자신의 재능을 묵묵히 증명해 냈고 2020년 현재 의심 없이 가장 핫한 K-POP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그녀와 다른 아이돌을 근본적으로 차별화하는 뛰어난 프로듀싱 능력을 차치하더라도 전소연의 역량은 특기할 만하다. 개성적인 하이톤과 탄탄한 발성, 곡에 위화감 없이 묻어나는 랩 디자인 등 현재 여성 아이돌 래퍼 중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는 그녀의 래핑은 타이트한 플로우가 돋보이는 '덤디덤디'나 'LION'에서 가장 인상적인 랩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비단 랩뿐만 아니라 보컬 면에서도 전소연은 민니와 더불어 (여자)아이들 내에서 가장 해석력이 뛰어난 멤버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카랑카랑하고 관능적인 보이스로 후렴을 소화한 'Oh my god'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적절한 억양과 강세를 주어 후렴을 '맛깔나게' 살려낸 'Uh-Oh'에서는 상대적으로 무미건조하게 동 파트를 소화한 수진과 대비되어 그 역량이 더욱 돋보인다. 독보적인 프로듀싱 능력에 더해 뛰어난 랩, 우수한 곡 해석력을 기반으로 한 준수한 보컬까지. 더 이상 전소연의 재능을 부인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ITZY 유나


JYP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인 걸그룹 ITZY의 메인보컬은 리아다. 센터는 류진이며, 리더는 예지다. 그러나 'ICY'와 'Not Shy'에서는 유나가 후렴의 포문을 연다. 어째서인가? 답은 단순하다. 유나의 곡 소화력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Not shy!'를 외치는 유나와 예지를 비교해 보라. 상대적으로 보컬에 힘을 뺀 예지와 달리 유나는 목에 힘을 주고 단단하게 훅을 뱉는다. 보컬의 안정성이나 가창력 자체를 일대일로 비교하면 예지가 우세할 수 있겠으나, 'Not Shy'라는 곡의 당찬 테마에 더 어울리게 후렴을 소화한 것이 유나 쪽임은 자명하다.


유나는 카랑카랑한 하이톤의 보이스를 가지고 있는데, ITZY라는 그룹이 능동적이고 당당한 여성상을 지향하는 팀임을 감안했을 때 그녀의 보컬이 가진 선명한 색깔은 팀의 콘셉트에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유나 본인도 기대에 부응하는 차진 곡 소화력으로 있지의 곡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으니 윈-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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