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oR>, 희진 (ARTMS)
이탈리아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을 ‘형식으로서의 삶’이라 부르며, 삶의 내용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주목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목표를 이루었는지가 아니라, 상실과 불안을 어떤 얼굴로 통과하는가에 가깝다. 아감벤은 현대의 인간이 종종 버려진 듯한 감각, 즉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주변을 떠도는 상태에 놓인다고 보았다. 동시에 그는 이 버려짐을 단순한 절망으로만 읽지 않았다. 더 이상 기댈 규칙이 사라진 지점에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다시 선택할 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했다. 구원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적이 아니라, 버티기만 하던 사람이 “이렇게라도 살아보겠다”라고 조용히 마음을 돌리는 국면에서 시작된다. 삶의 형식이 바뀌는 그 조용한 전환이 바로 아감벤이 말한 구원의 자리다.
이 시선에서 희진의 sAvioR를 보면, 노래는 끝에서가 아니라 한가운데에서 말을 건다. “끝이 없는 미로 inside it I get low”, “drag me through hell stuck inside your walls”라는 구절은 이미 추락해 버린 사람의 독백에 가깝다. 탈출에 성공한 이후의 승리가 아니라, 아직 미로 안에서 방향을 잃은 채 숨이 찬 상태다. 그런데 이 곡의 화자는 무너진 자리에 멈추지 않는다. 그는 “계속 내 곁에 stay”, “나를 불러줘 save me”라고 말하며 도움만 기다리지 않는다. “이제 I can see me all I have 넌 내 savior / now you can see me all I have 난 네 savior”라는 대목에서 드러나듯, 구원은 일방적인 구조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끝까지 붙들어 주는 관계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아감벤이 말한 것처럼, 상황이 좋아졌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어둠을 함께 견디겠다는 서약 속에서 다른 삶의 방식이 드러난다. 미로는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맺는 결심은 달라진다.
그래서 sAvioR가 그려내는 구원은 어디 먼 곳에서 완성되는 약속이 아니라,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만들어지는 움직임에 가깝다. 노래가 비추는 장면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뒤의 평온한 풍경이 아니라, “chasing the silence”, “차오르는 숨 더 깊게 파고드는 fear”를 안고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으려는 자세다. 아감벤의 관점에서 보면, 이 곡의 중심에는 지옥을 벗어난 사람의 환호가 아니라, 여전히 “끝없는 소용돌이” 안에 있으면서도 “I will never let you go”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놓여 있다. 구원은 여기서 도망치지 않겠다는 선택 속에서 이미 시작된다. 희진의 노래는 그 결심의 온도에 초점을 맞춘다. 어둠은 계속되지만, 그 어둠을 함께 불러내며 버티는 방식이 달라진다. 삶은 완전히 안전한 곳에서 새로 시작되는 대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서로에게 “이제 나는 나를 본다, 너도 나를 본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다른 얼굴을 갖게 된다. sAvioR는 그 순간을, 다시 말해 구원이 가장 인간적인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또렷하게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