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G BANG!>, 키라스 (KIIRAS)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세르토는 거대한 질서가 만든 사회를 ‘위에서 짜인 전략의 세계’로 이해하면서도, 정작 눈여겨본 것은 그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작은 실천이었다. 그는 국가, 기업, 제도처럼 공간과 규칙을 미리 설계하는 힘을 ‘전략’이라 불렀다. 이에 비해 전략을 당장 무너뜨리지는 못하지만, 그 틀 안에서 길을 살짝 틀고 규칙을 비틀어 쓰며 틈을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방식을 ‘전술’이라 설명했다. 일상은 이런 전술들로 가득 차 있다. 정해진 동선 위를 걷더라도 걷는 방식은 다르고, 같은 플랫폼을 쓰더라도 이야기를 엮는 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세르토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이 이미 만들어 둔 판을 갈아엎는 영웅적 혁명이 아니다. 그 판을 그대로 둔 채 “너나 잘해, 난 이렇게 쓸 거야”라고 말하며 자기 리듬으로 활용하는 몸의 감각이다. 거대한 체계 위에서 사용법을 한 번 비트는 그 순간, 삶의 얼굴이 달라진다고 그는 믿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키라스의 ‘BANG BANG!’은 새로운 규칙을 공표하는 노래라기보다, 이미 주어진 무대를 전혀 다른 태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선언처럼 들린다. “지겨운 일상들은 bye bye / 재미로만 채울 거야 난 내 timeline”이라는 구절에서 화자는 하루를 버리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똑같이 흘러가던 시간을 더 이상 남이 정해 준 방식으로 소비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SNS도, 도시도, 무대도 그대로지만 “난 내 timeline”, “가볍게 ride on my way”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 공간들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띤다. “뭐가 못마땅해? 다들 너나 잘해 난 / 네 맘대로 바뀌질 않아 zip your lips”라는 대목 역시 제도를 다 부정하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시선과 평가를 가로질러 자기 제스처를 고르는 장면에 가깝다. “평범함은 skip it”, “제멋대로 난 네 가십거리”라는 가사는 정답에 맞추어 살지 않겠다는 태도다. 세르토가 말한 전술은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규칙은 남겨 두되, 그것을 사용하는 움직임을 바꾸는 것이다. ‘BANG BANG!’의 화자는 그 움직임을 박자와 안무로 밀어붙인다.
결국 ‘BANG BANG!’이 보여주는 것은 “세상의 중심이 되겠다”는 과장된 야망이 아니라, 이미 짜인 세계 안에서 자기 방식으로 진짜를 만들어 내려는 감각이다. “We draw the 뱅뱅”, “make you real”이라는 구절은 남에게 인정받는 존재가 되겠다는 약속이라기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자기 리듬과 태도를 끝까지 밀고 가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세르토의 관점에서 이 노래의 핵심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누군가가 규칙을 뜯어고치는 장면이 아니다. “당당히 walk walk 어디든 내 town”이라고 말하며 이미 있는 공간을 자기 동네로 다시 부르는 몸의 자신감이다. 세상은 계속 비슷한 얼굴을 유지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세상 위를 어떻게 걷고, 어떻게 춤추고, 어떤 말투로 말하는지를 바꾸는 순간, 삶의 형식은 이미 달라져 있다. 키라스의 ‘BANG BANG!’은 그 작은 전환을 가벼운 듯하지만 또렷한 어조로 보여준다. 그렇게 전략의 세계 한가운데서 전술로 살아가는 소녀들의 리듬이 또 하나의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