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TY FIFTY가 상대를 부르는 것의 의미

<Pookie>, FIFTY FIFTY

by 문어

독일 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인간이 타인과 세계를 대하는 방식을 ‘나-그것’과 ‘나-너’라는 두 가지 관계 형식으로 설명했다. ‘나-그것’은 상대를 기능·정보·대상처럼 다루는 거리의 관계다. 반대로 ‘나-너’는 특정한 역할이나 조건을 넘어, 한 사람 전체가 다른 한 사람 전체와 마주하는 순간을 가리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다. 연인, 친구, 동료라는 이름이 있어도 서로를 평가와 비교의 눈으로만 본다면 여전히 ‘그것’의 관계에 머문다. 그러나 아주 짧은 시간일지라도, 상대의 기분·표정·취약함을 통째로 받아들이며 “지금 여기 있는 너”를 향해 열릴 때 관계는 다른 밀도를 띤다. 부버는 그때 세계의 분위기까지 함께 달라진다고 보았다. 같은 방, 같은 하루라도 ‘너’를 향한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색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FIFTY FIFTY의 「Pookie」는 가벼운 애칭처럼 들리면서도, 실은 ‘나-너’의 작은 장면을 포착한다. “I’m your pookie in the morning / you’re my pookie in the night”라는 구절에서 ‘pookie’는 단순한 별명이 아니다. 둘만의 시간을 여는 신호이자, 서로를 부르는 고유한 호칭이다. “We can turn a bad day to a good time”, “Even salt tastes sweet”라는 대목은 상황이 좋아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공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하루가 다른 맛을 갖게 된다는 말에 가깝다. 화자는 타인의 시선보다 “너만 보면 super crazy”, “헷갈려도 아는 sign”처럼 둘만 아는 리듬을 더 신뢰한다. 이때 사랑은 거창한 고백이 아니라, 눈짓과 장난스러운 소리, 별 의미 없는 농담으로 이어지는 일상의 방식이다. 부버가 말하듯 관계는 거대한 사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짧은 눈 맞춤과 호명이 쌓일수록, 둘 사이의 세계가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간다.


그래서 「Pookie」는 단순한 러브송에 머무르지 않는다. 노래가 보여주는 것은 운명을 약속하는 서사가 아니라, 하루를 견디게 하는 관계의 형식이다. “Cuz I get what I want and I want what I get like every time”, “No regrets I’m living my life”라는 가사는 자기애의 과장이기보다는, 네 앞에서만큼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락하겠다는 태도에 더 가깝다. 화자는 상대를 소유하거나 규정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를 ‘pookie’라고 부르며, 하루의 시작과 끝에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부버의 관점에서 이 노래의 가치는 바로 그 조용한 상호성에 있다. 거대한 서약은 없지만, 반복되는 애칭과 가벼운 키스 제스처 속에서 둘만의 작은 우주가 생겨난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강렬한 감정으로만 생각하지만, 이 곡은 그 사이사이에 스며든 호명과 웃음이 관계를 지탱한다고 말한다. 세계가 버거워질 때, 어떤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하루를 건너는지. 「Pookie」는 그 사소한 질문을 가장 경쾌한 방식으로 다시 꺼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