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이 나를 일으키고, 반복이 나를 완성한다.

NCT DREAM 〈Beat It Up〉

by 문어

어른이 되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한 번 결심했다고 해서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때다. “이제 진짜 열심히 해야지”, “이번엔 다르게 살아볼 거야”라고 마음먹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예전 습관으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의 그 허탈함.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런 단발적인 결심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보지 않았다. 그는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날마다 반복되는 행동의 패턴이 모여 한 사람의 성격을 만든다고 보았다. 이 축적된 패턴을 그는 ‘습관으로서의 성품’이라 불렀고, 이런 성품들이 쌓여 한 사람의 ‘덕’을 이룬다고 했다. 타고난 재능이나 순간적인 의욕이 사람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몸과 마음을 오래 단련하는 시간이 결국 그 사람의 얼굴을 빚는다는 생각이다. 요약하면, 우리는 우리가 가끔 결심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되풀이하는 것들의 합에 더 가깝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탁월함은 갑자기 번쩍 떠오르는 통찰이나, 한 번의 멋진 활약이 아니었다. 그는 인간을 “어떤 행동을 반복할수록 그런 사람이 되어 간다”라고 이해했다. 용기 있는 행동을 한 번 했다고 해서 곧바로 용감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두려움 앞에서 여러 번 휘청거리면서도 다시 맞서는 선택을 거듭할 때 비로소 ‘용기 있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좋은 삶 역시 남을 이기는 삶이라기보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수준까지 스스로를 끌어올리는 과정을 가리킨다. 경기장의 선수처럼, 단 한 번의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각 라운드를 어떻게 치르고 버티는지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본 인간은, 결과로만 평가되는 존재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존재다.


이 관점을 들고 NCT DREAM의 〈Beat It Up〉을 들어보면, 이 곡은 단순한 승리 선언이라기보다 훈련의 한가운데에서 흘러나오는 호흡에 가깝게 들린다. “또다시 일어나 아무 일 없던 척”, “매일을 치열하게 왔어”, “It’s easy to say, it’s harder to do” 같은 구절은 화려한 자랑이 아니라, 입으로는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해내는 일은 전혀 다르다는 걸 아는 사람의 고백이다. “In and out 범벅 땀 / get a towel”, “Muscle memory 다 적혀 있어”라는 라인은 멋을 위한 포장보다, 몸에 새겨진 루틴과 연습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서 탁월함은 타고난 재능의 선물이 아니라, 수없이 되풀이된 동작이 만들어 낸 익숙한 감각으로 나타난다.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잘나서’가 아니라, 같은 동작을 수도 없이 해 봤기 때문이다.


“적당히를 넘어야 show up / 한계보다 한 수 over”라는 대목에서 화자는 남을 짓밟고 꼭대기에 서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정한 기준을 조금씩 넘어서는 데 초점을 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은 흔히 오해하듯 무난함이나 적당주의가 아니다. 그는 각자에게 맞는 최선의 지점을 찾는 일을 강조했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중용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중용일 수 있다. 〈Beat It Up〉의 화자는 “적당히”라는 이름으로 자기 한계를 낮추기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가는 쪽을 택한다. “우린 challenger”라는 말은 완성된 영웅의 자기소개가 아니라, 아직도 스스로를 갈고닦는 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붙이는 이름에 가깝다. 끝까지 해 보겠다는 마음 자체가 이미 성품을 바꾸는 연습이 된다.


흥미로운 건, 이 곡이 보여주는 주인공의 모습이 ‘항상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래 안에는 넘어짐과 지침, 숨 고르기가 계속해서 스며 있다. 하지만 화자는 “Movin’ or stop”의 갈림길에서, 모든 것이 완벽해졌을 때만 움직이겠다고 버티지 않는다. 준비가 부족하고 불안이 남아 있어도, “그래도 한 번 더 가 보자” 쪽을 선택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식으로 말하자면, 이것은 ‘좋은 성품’이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성품을 향해 몸을 기울이는 행동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덕은 어느 날 갑자기 손에 쥐어지는 메달이 아니라, 쓰러지는 횟수만큼 다시 일어서는 연습에서 자라난다. 〈Beat It Up〉은 바로 그 연속된 시도의 리듬을 감추지 않고 드러낸다.


“Frame 속 담아 주인공의 story”라는 구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남이 짜 놓은 서사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대신, 현재의 선택들이 모여 나만의 장면을 만든다는 감각. 누구나 ‘주인공’이라는 말을 쉽게 쓰지만, 이 노래에서 그것은 특별한 천재에게 주어진 타이틀이 아니라, 자기 삶의 장면을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에게 붙는 이름에 가깝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우연히 흘러가는 존재가 아니라, 어느 정도 자신의 삶을 구성해 가는 존재로 이해했다. 〈Beat It Up〉 속 화자는 비극의 영웅처럼 거대한 사건을 맞이하진 않지만, 매일의 연습과 무대, 성공과 실패가 한 프레임씩 쌓여 결국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곡에서 중요한 건 우승 순간의 트로피가 아니라, 그 트로피가 오기까지 “beat it up”이라며 스스로를 두드려 깨워 온 시간들이다.


결국 이 노래가 우리에게 슬쩍 건네는 질문은 단순하다. “너는 어떤 리듬으로 자신을 만들고 있니?” 사람의 삶은 거대한 결심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에 훨씬 더 많이 좌우된다. 오늘도 대충 살겠다는 선택을 반복하면, 언젠가 ‘대충 사는 사람’이 되고, 오늘도 한 번 더 버텨 보겠다는 마음을 쌓아 가면, 언젠가 ‘끝까지 가 보는 사람’이 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우리는 우리가 가끔 꿈꾸는 존재가 아니라, 날마다 실행하는 행동들의 총합이다. NCT DREAM의 〈Beat It Up〉은 그 사실을 청춘의 속도로, 박자와 안무, 땀과 숨으로 다시 들려준다. 넘어져도 다시 링으로 올라가기로 한 사람들의 노래. 탁월함을 기다리기보다, 오늘도 한 번 더 자신을 두드려 깨우는 편을 고른 이들의 리듬이 거기에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