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한 날, 그럼에도 움직이는 이유

스트레이 키즈 〈Do It〉

by 문어
머리가 복잡해도 일단 움직이자!

어떤 날은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워서, 정작 아무것도 못 할 때가 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지금 해도 될까, 나중이 나을까. 계획표는 온갖 색으로 채워져 있는데, 실제로 손을 댄 건 거의 없고, 하루가 끝나면 “그래도 생각은 많이 했는데…”라는 말만 남는다. 이상하게도 그런 날일수록, 내가 사는 느낌보다는 구경만 하다가 퇴장하는 느낌이 든다. 머릿속의 각오는 점점 더 그럴듯해지는데, 정작 오늘의 몸은 별로 움직이지 않은 채로 끝나는 날들. 스트레이 키즈 〈Do It〉 가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각을 줄이고 아무 말 없이 밀어붙여라”가 아니라 “생각이 살아 있을 수 있을 만큼 실제로 해 보라”는 쪽으로 조용히 방향을 돌려놓는다. 이 글에서는 〈Do It〉 가사의 분위기를 따라가며, 미국 철학자 존 듀이의 실용주의와 함께 “생각만 많은 나”의 하루를 조금 옆으로 옮겨 보고자 한다.


존 듀이는 인간을 ‘생각을 다 정리한 뒤에 행동하는 존재’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 세계를 이해한다는 건, 안전한 자리에서 이론을 세운 뒤 현실에 대입해 보는 일이 아니라, 부딪치고 시행착오를 겪어 보면서 조금씩 감을 잡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안 해 본 일은 머릿속에서만 돌리면 끝이 없다. 실제로 해 본 일은 서툴러도 그 경험이 몸과 기억에 남고, 거기에 나중에서야 말과 개념이 붙는다. 그래서 듀이에게 중요한 건 “먼저 완벽하게 생각한 다음 움직이는가”가 아니라, “움직이는 동안 얼마나 잘 배우고, 그 배움을 다음 행동에 어떻게 반영하는가”였다.


듀이가 생각한 실용주의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진리는 머릿속에만 있는 정답이 아니라, 실제 삶을 조금 더 잘 작동하게 만드는 방식에 가깝다. 옳은 생각이어서가 아니라, 그 생각을 따라 움직였을 때 삶이 더 풍부해지고 덜 막히면, 그게 그 순간의 ‘진리’다. 그렇다고 듀이가 사유를 가볍게 본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생각과 행동이 서로를 밀어 올리는 순환을 그렸다. 먼저 행동이 있고, 그 결과를 곱씹는 성찰이 있고, 그 성찰을 시험해 보는 다음 행동이 있다. 삶은 이 세 단계가 이어지는 하나의 경험의 흐름이다. 불확실함은 그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새로운 실험을 열어 주는 조건에 더 가깝다.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모름을 안고도 먼저 발을 내디뎌 보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게 듀이의 생각이다.


이 렌즈로 스트레이 키즈 〈Do It〉 가사를 다시 들어 보면, 곡의 에너지가 단순한 혈기나 무모함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이 노래의 화자는 스스로의 상태를 길게 해명하지 않는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를 먼저 설명하기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달려 보고, 결론은 그다음에 받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멈춰 서서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본 뒤에 출발하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동작을 하나 더 얹으면서 상황 자체를 바꿔 보려 한다. 반복해서 외치는 “Do it”이라는 후렴은, 무턱대고 질러 보라는 구호라기보다, 일단 몸을 한 칸 앞으로 밀어 놓고 거기서부터 다시 생각을 시작해 보자는 신호처럼 들린다.


노래 곳곳에 배어 있는 건 “하면 된다”는 싸구려 구호가 아니라, “해 보면서 알게 될 거야”라는 감각에 가깝다. 무대 위든 연습실이든, 혹은 평범한 일상 어느 장면이든, 화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미리 정의해 두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움직임들이 나를 규정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때 〈Do It〉의 리듬은 듀이가 말한 경험의 구조와 자연스럽게 겹친다. 먼저 박동이 있고, 그 위에 해석이 얹힌다. 계산이 끝난 다음에야 몸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몸이 먼저 앞으로 나가고, 그 이후에야 “아, 나는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었구나”라는 이해가 뒤따른다. 가사는 “너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정체성을 선언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너를 만들어 갈 거야”라고 조용히 등을 떠민다.


이 노래가 흥미로운 지점은, 그 질주 안에 묵직한 책임감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다. 〈Do It〉은 “어떻게 되든 일단 질러 보자”라고만 말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도의 의미를 나중에 남 탓으로 돌리지 않고, 온전히 자기 몫으로 감당하겠다는 기색이 곡 전반에 깔려 있다. 듀이에게 성장이라는 건 한 번의 통쾌한 각성이 아니다. 매일의 선택이 아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지면서, 긴 시간 끝에 모양이 달라지는 과정이다. 이 곡의 화자 역시 완벽한 계획을 세워 놓고 출발하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어제보다 오늘 한 번 더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같은 지점에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기보다는 미세하게라도 앞으로 밀어 보려는 사람에 가깝다. 〈Do It〉 가사는 “한 번에 다 바꾸라”기보다는, 오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도를 포기하지 말자는 쪽에 서 있다.


우리의 일상을 떠올려 보면, 사실 대부분의 고민은 “생각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몸이 굳어 버린” 상태에 가깝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열 번도 넘게 시뮬레이션을 돌렸고, 가능하면 실패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순간을 기다리지만, 그런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하루, 한 달, 몇 년이 흘러간다. 듀이는 이런 식의 삶을 “이론의 검증장”이 아니라 “경험의 연습장” 쪽으로 조금만 옆으로 비켜 세워 보자고 제안한다. 완벽하지 않은 계획이라도 지금 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을 꺼내 놓고, 그 결과를 다시 돌아보는 것. 그 작은 순환이 쌓일 때, 비로소 삶이 우리 편이 되기 시작한다. 〈Do It〉은 바로 그 첫 번째 동작을, 생각만으로 끝나지 않게 붙잡아 두는 노래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이 키즈 〈Do It〉 가사는 단순히 “청춘은 무조건 달려야 한다”는 식의 낭만적인 찬가가 아니다. 이 노래는 오히려 이렇게 되묻는 것에 가깝다. “너는 언젠가의 나중을 위해 계속 계산만 하고 있지 않느냐고. 오늘, 지금 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스텝은 정말 하나도 없느냐고.” 삶은 시험지가 아니라, 지우개 자국이 남는 연습장에 더 가깝다. 이상적인 해답을 한 번에 적어 내는 것보다, 몇 줄을 잘못 그어 보더라도 종이를 아예 비워 두지 않는 쪽이 더 멀리 간다.


듀이가 말하던 ‘살면서 생각하는 인간’은, 바로 이런 사람일 것이다. 매번 훌륭한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라기보다, 불완전한 채로라도 한 걸음을 내딛고, 그 결과를 곱씹어 다시 방향을 조정하는 사람. 〈Do It〉은 그 얼굴을 가장 박진감 있게 비춘다. “해 보고 나서 생각하겠다”는 무책임이 아니라, “생각이 살아 있을 수 있을 만큼은 해 보겠다”는 고집. 어쩌면 우리가 내일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멋있는 계획이 아니라 오늘 실제로 움직인 단 한 번의 시도일지 모른다. 스트레이 키즈 〈Do It〉이라는 제목 그대로, 이 노래는 그 한 번을 머릿속이 아니라 몸 쪽으로 살짝 밀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