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핑은 티니핑이라는 만화에서 자주 깜빡하는 캐릭터이고 똑똑핑은 말 그대로 똑똑한 캐릭터이다. 내게 첫째는 그 두 개를 섞어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매번 뭔가를 빠뜨린다. 사실은 나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ADHD였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주의집중력 장애가 있다. 늘 규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아이를 키우는 일과 글쓰기를 시작하고 많이 고쳐졌다.(고 믿는다.) 이런 식이다.
아침에 가위를 가지러 주방에 갔다가 가위를 챙기며 쓰레기봉투를 발견한다. 쓰레기를 버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다가 가위를 나 두고 쓰레기를 다 버리고 난 뒤에 주방에 다시 가지만 가위는 없고 가위를 찾으러 세탁실에 갔다가 빨래를 돌리고, 돌리다가 빨랫감을 발견하고 빨래를 개키려고 거실로 빨래를 다 들고 온다. 그리고 난 뒤에 물을 마시러 다시 주방에 갔다가 주방에서 커피를 발견하고 커피를 마신다. 물을 전자랜지에 돌리려고 생수를 찾으러 베란다에 갔다가 베란다에 휴대폰을 나 두고 생수를 가지고 따고 보면 또 컵이 없고 컵을 가지러 가면서 물을 안 챙기고 물과 컵을 다 챙기면 또 잠시 나두다가 없어진 휴대폰을 찾는다.
카드를 올 한 해 6번 정도를 잊어버렸다. 지갑을 올해만 두 번이나 가지지 않고 서울에 갔다.
많이 나아진 게 이 정도다. 그래서 일단 중요한 일이든 안 중요한 일이든 다이어리에 모두 적는다.(다이어리를 일 년에 1개가 아닌 몇 개를 쓴다. 금방 다 쓰므로..) 그리고 먼 곳에서 행사가 있다면 무조건 하루 일찍 그 행사장과 5분 거리에 숙소를 잡는다. 최대한 변수를 없애놓고 간다. 일은 사실 일이니까 더 집중해서 한다. 그래서 오히려 남들보다 더 잘 기억할 때도 있다. (잘 기억한다기보다 모두 쓰니까 남들보다 더 잘 알게 된 것이다...)
일이 아니라고 상대적으로 느끼게 되는 아이들 관련된 것들은 더 심하다.
“응? 오늘 왜 어린이집 문을 닫았지?”
어린이집 입구에 도달해서야 오늘이 대체공휴일임을 깨달은 날도 몇 번 있었고 흰옷을 입은 날 김장을 한다던지, 색칠놀이를 하는 것은 허다하다. 게다가 놀러 가는 날이라 일찍 오라고 했는데 잊고 있다가 안오시냐는 선생님의 전화에 기억이 난 적도 많다. 어느 날부턴 수저를 안 챙겨갔다. 첫 이틀정도는 내가 챙기는 걸 잊어버렸는데 그러다가 내가 안 챙기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거다. 그래서 몇 달을 안 챙겼는데 선생님께서 하루는 수저가 없어서 어린이집 거를 사용하는데 괜찮지만 첫째는 좀 어린이집 수저를 싫어한다고 돌려서 말씀해 주셨다.
'아 맞다. 수저..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도대체 제정신이 아니다. 어린이집 등원은 9시 반이지만 10시, 11시에 등원을 할 때도 많았다.
한 해 한 해 그래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한 1도씩 바뀌어가고 있다. 일단 어린이집에 갈 때에는 필요한 것들을 종이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휴대폰 알람으로도 맞춰놓기 시작했다. 휴대폰 알람은 그 중요한 일 (예를 들면 등원시키기)에 앞서 몇 번이나 더 울리게 설정해 놓았다.
1. 아이들 깨우기 알람 2. 아이들에게 옷 꺼내 주고 나 영양제와 커피 마시기 알람 3. 아이들과 나가야 하는 시간 알람을 맞춰놓고 현관 앞에는 화이트보드를 붙어있다. 펜과 함께. 챙겨야 할 준비물을 한번 더 점검한다. 그리고 어린이집을 간다.
확실히 다이어리, 알람, 화이트보드 세 가지를 함께 이용하니 좀 나아진 기분이 든다.
최근 2주간은 기적적으로 거의 모든 준비물을 지참하고 등원시간보다 일찍 우리 집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도착하고 있다. 잠자는 시간도 조금씩 앞당기고 있다. 덕분에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의 알람이 울린다. 아이들 일부터 시작해서 내 일들도 모두 알람이 울린다. 더불어 모든 업무를 시작할 때 일단 다이어리부터 체크하고 시작한다. 다이어리에는 시간대별로 내가 해야 하는 루틴은 파랑 형광펜(급하지는 않아도 중요한 일) 일정은 노랑 형광펜 (시간을 지켜서 해야 하는 일) 그 일정을 위해 내가 준비하는 시간은 주황 형광펜으로 그어놓는다. (준비하는 시간 별도 체크)
그리고 사실 글쓰기 전 후로도 시간을 체크하고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체적인 삶의 방향성 체크도 매주 한 번씩은 몇 시간을 집중해서 한다. 공책에 일기를 끄적거리면서 말이다.
남들은 아마 왜 그렇게 까지 하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에 관해 만큼은 바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하지 않으면 잊어버리니까. 여러 가지 차선책을 찾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 역시 2살, 3살 때부터 아주 똑똑한 영재라고 불리는 그런 아이는 늘 아니었지만 뒤처지지 않고 어린이집 생활을 잘하고 있다. 우리는 조금씩 우리에게 맞게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나는 50권 정도의 글쓰기 책을 읽었고, 온라인 글쓰기 강의를 10개 정도 들었고 세바시대학 글쓰기전공을 이수했다. 세바시랜드에서 글쓰기 강의를 론칭했고 세바시에 가서 인터뷰도 진행하고 왔다. 리나작가님과 글로 성장연구소에서 함께 일하게 되었고 책 쓰기 수업, 브런치 작가되기 수업, 66 챌린지 OT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오두환 대표님이 한국온라인광고협회에서 진행하는 꿈찾사에 글쓰기 강연도 다녀왔다. 학교 및 도서관에서 글쓰기수업을 진행했고 오프라인 글쓰기수업도 진행했다. 줌수업도 다양하게 진행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들을 1년 동안 다 했다. 내 글은 많이 못 썼지만 남의 글은 정말 많이 읽은 한 해였다. 똑똑핑처럼 계속계속 강연을 듣고 책을 보았고 강의를 하러 다녔다.
<올 해 글쓰기 활동들>
<현재 책상 위> - 늘 치우지만 다시 이렇게 된다.
물론 여전히 깜빡핑이다. 지금 내 책상엔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귤껍질과 물이 담겼던 플라스틱통, 그리고 빨대가 꽂혀있는 커피, 가 책상 위 너부러져있다. 커피는 스벅인데 책상 위에는 백다방 커피의 뚜껑도 올려져 있다. 볼펜은 한 8개 정도 너부러져있고 명함도 올려져 있고 마이크와 카메라도 있다. 정신병이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나는 분명 예민 핑이나 상처핑 (이런 이름은 실제로 티니핑 친구들 중에는 없을 것이다.), 화내핑, 욱해핑 이런 종류의 티니핑은 아니다.(이 이름은 직감적으로 티니핑 친구들 중에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내게는 별 일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어떤 일을 못하는 것도, 내가 사회적으로 명성이 없는 것도, 누군가가 내게 무례하게 대하는 것도 그러지 말라고, 안된다고 말해야 하는 부분이지 그것이 내게 씻을 수 없는 큰 상처가 되지는 않는다.
무튼 내가 바뀔 것 같지는 않고 2023년 역시 똑똑핑과 깜빡핑을 왔다 갔다 하며 한해를 쌓을 것이다. 2022년보다 더 차선책을 많이 찾고 많이 지켜서 조금 덜 깜빡핑과 내 글도 많이 쌓는, 조금 더 똑똑핑이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