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좀 신문을 읽으려고 하는데요

라는 생각을 가진 분께

신문을 읽으려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뭐 당연히 나도 모른다. 내가 신문을 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니와 전문가도 아니니. 그러나 이런 초보가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것을 설명하기에 앞서 잠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글쓰기 역시 처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이유는, 내가 그 일을 잘 몰라서인데 그 일을 잘 모르는 이유는 일의 규모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때 그 일을 좀 잘게 자르기만 해도 해결될 때가 있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글쓰기란 사실 하나의 행위가 아니다. 세분화하자면 계획하기, 글쓰기, 퇴고하기 3단계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글을 쓰는 사람 중 글쓰기만 주구장창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럼 실력이 느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세 가지를 골고루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 그런데 초보자가 글쓰기가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나는 이걸 세분화해서 하루하루 다른 작업을 하길 권장하기도 한다.      

오늘은 계획하기를 한다. 밖으로 나가서 걷는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관찰한다. 글 쓰는 소재를 찾는다. 무언가를 보고 연상한다. 연상한 걸 연결해 본다.  머릿속의 작업을 한다. 이때 메모정도는 해두면 좋다.      

다음 날은 글쓰기를 한다.  직접 쓰면서 유추와 은유, 직유 같은 걸 사용해 글을 써본다. 앞 뒤문맥을 고려해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들어본다. 하나의 글을 완성한다.     

다음 날은 퇴고를 한다. 그 글을 제삼자의 눈으로 살펴본다. 살펴보면서 계속 수정한다. 되도록 여러 번 수정을 하면 더 나아진 글이 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마치 우리가 소위 이야기하는 글쓰기를 한 날만 글을 쓴 게 아니라 계획하기, 퇴고하기를 한 날도 모두 글 쓴 날이 되니 스스로 좀 더 뿌듯하기도 하고 일의 사이즈가 작아져서 만족감도 클 것이다. 그리고, 마치 글을 쓰기만 해서 다작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역시 조금은 달리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신문 읽기도 이와 마친가지이다.      

신문을 재밌게 읽기 위해 나는 이것 역시 세 가지로 나누는 작업을 한다. 신문에 나오는 기사를 글자 그대로 읽기, 기사 중 하나만 읽고 걸으며 내 생각을 정리해 보기, 그 한 개의 기사를 토대로 내가 하는 업에서 적용할 부분이 있는지를 찾아보고 있다면 바로 적용해 보기이다.     

첫날에는 신문의 나온 기사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며 읽는다. 이 작업을 통해 지식이 쌓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대부분 신문을 통해 이것만 아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다.)      

다음 날에는 기사 중 하나를 읽고 걸으며 내 생각을 정리해 본다.     

그다음 날은 그 기사를 토대로 내가 하는 업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찾아보고 있다면 바로 적용해 본다.     

신문은 받아쓰기를 100점을 받는 그런 일이 아니다. 그냥 습관처럼, 설렁설렁 읽으면 된다. 그런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처럼 이것을 잘게 쪼개어서 기사 읽기 – 기사를 읽고 느낀 점 정리하기 – 업에 도움 될 만한 부분을 찾아보기 이런 식으로 해보자. 그러면 조금 더 부담 없이 신문을 읽을까가 아니라 오늘은 그냥 기사 자체만 볼까, 오늘은 하나의 기사를 대충 읽고 내가 느낀 것에 집중해 볼까, 오늘은 어제 본 기사로 업에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찾아볼까.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 거다.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삼일 내내 원고 퇴고에 집중했고 지금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신문을 읽지 못했다. 신문을 읽지 않고 신문에세이를 쓰다니 너무나 부끄럽다. 그럼에도 내일은 꼭 읽을 것이다. (지금 눈알이 빠질 것 같다)    

내일은, 새해 첫날이니 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신문 읽기를 할 것이다.      

혹시 신문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 중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길까 봐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하루에 하나씩 쪼개서 신문을 읽으면 생각보다 시간을 잡아먹지 않고도 신문을 알차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저한테 연락 오셔서 신문 하루에 몇 시간 읽으시냐고 물어본 분들. 저는 정말 읽는 시간이 짧습니다. 다만 그래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점 말씀드리고요. 시사 상식 교양 이런 것들을 쌓는 건 남들보다 느릴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저의 업인 글쓰기 소재 찾기, 책 기획에는 큰 도움을 줍니다.

그럼 우리 2024년에는 꼭 신문을 함께 읽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