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동생이 한 명 있다. 26년간 같이 살았다고 해야 하나. 엄마 이후로 나랑 가장 오래 살고있는 여자다. 언젠가 이 기록은 미래의 내 아내와 깨고 싶은 마음이 크다. 딸을 낳게 된다면 그 딸과도 함께 깨보는 것도 꽤나 의미 있을 듯.
일남 일녀의 우리 집. 부모님 한 분은 육십을 바라보고 있고 한 분은 오십을 갓 넘겼다. 우리 아빠는 엄마와 여덟 살 차이다. 결혼 한 그 당시에도 도둑놈 소리를 들었을 거라 추정된다. 그리고 두 분의 결혼생활을 오랫동안 지켜봐 온 결과 집안에서 나이는 그리 중요치 않은 것 같다.
그런 엄마는 모르는 게 생기면 쪼르르 내 방으로 들어온다. 이거 어떻게 하냐면서 핸드폰을 들이민다. 주로 회원가입이나 아이디를 잃어버렸을 때. 아니면 기계적으로 잘 안될 때 그 기계를 갖고 온다. 밥솥을 가져올 때는 살짝 당황했다지. 그렇게 내 방에 들어온 엄마는 나뭇가지를 물어오는 수달처럼 꽤나 귀여운 구석이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부르며 내 방으로 들어온다. 교회에서 성인기 아이를 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하는데 신청하고 싶다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내게 찾아온 것이다. 홈페이지까지는 들어갔는데 그다음을 모르겠다면서 핸드폰을 내게 들이민다.
나는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작업하거나 종종 글을 쓰는 사람이다 보니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옅은 미소를 지으며 신청을 완료한다. 누군가에게 쓸모 있다는 사실은 나 스스로 꽤나 멋있어진 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별거 아닌 거에 자존감을 극대로 올리는 편.
신청 완료에 아주 해맑은 미소를 짓더니 엄마는 엄마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더니 우다다하고 내방으로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한 마디를 건넨다.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나를 낳은 지 삼십 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니. 분명히 내 기억 속에는 엄마가 좋은 엄마가 아닌 적이 없는데 말이다. 그 마음을 이해해 보려 하는데도 이해가 잘 안되는 마음이다. 세상 모든 엄마가 다 이런 건가. 원래 엄마라는 건 이런 건가.
괜히 나도 좋은 아들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