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직접 기출문제를 관리한다.
있다.
그것도 아주 방대한 분량이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학교 홈페이지에 있으므로 족보가 필요하면 우선 학교 홈페이지부터 들어가보면 된다.
하버드 로스쿨 홈페이지에는 지난 15년 간의 족보가 있다. 다만 누구에게나 공개된 것은 아니라서, 이걸 보려면 학생 인증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시험문제도 지적 재산으로 보기 때문 아닐까? 시험문제들을 보면 굉장히 고심해서 정교하게 출제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럼 가장 최근인 2019-2020년 족보부터 살펴보자. 2019-2020 Exam Copies를 누르면 그 해의 족보가 주르륵 뜬다.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을 정도로 많다 (한 해 개설되는 강의수가 500개 쯤 되므로).
족보는 교수님 성함, 과목명, 학기별로 검색이 가능하다. 일단 하버드 로스쿨은 헌법이 강하기로 유명하니, 헌법 스타 Noah Feldman 노아 펠트만 교수님 이름으로 찾아볼까?
노아 펠트만 교수님이 유명한 이유는 TV에도 많이 출연하고 (특히 2019년 12월에 의회에 출석하여 전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탄핵이 정당한가를 의견 피력함), 잘생긴 외모에, 워낙 대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혼했지만 한 때 같은 하버드 로스쿨의 미녀 교수님과 결혼해서 법조계의 브란젤리나 커플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Noah라고 이름을 치니까 족보가 세 개 나온다. 가을학기에는 Social Media and the Law, 봄학기에는 Constitutional Law: 그 유명한 First Amendment와 Constitutional Law 2를 가르치셨네예.
빨간색으로 표시된 과목명을 누르면 시험문제 pdf가 자동으로 다운로드 된다. pdf를 열면 당시 시험 지시사항과 족보가 나온다.
다만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족보들은, 교수님이 공개를 허용한 시험문제들 뿐이다. 즉, 교수님이 공개를 원치 않은 시험문제는 데이터베이스에 안올라와있다. 가끔은 실제 시험문제는 공개하지 않되, 샘플 시험문제만 데이터베이스에 공개하는 교수님도 있다.
어느 학교나 그렇겠지만, 족보는 시험을 잘 보는 데 중요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지식을 쌓는 것을 창끝을 뾰족하게 가는 작업이라고 한다면, 족보를 통해 지식을 문제에 적용하고 시험의 유형을 예측하는 것은, 갈아 둔 창끝을 과녁을 향해 돌리는 작업이다. 기출문제를 공부하면 창을 과녁에 정확히 찌르는 게 가능해진다. 이건 하버드 로스쿨에서도 마찬가지다.
Latte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시험문제가 족보에서 똑같이 나온다거나 인맥 있는 학생만이 족보를 독점한다고 한다. A+를 받으려면 3~5만 원을 주고서라도 족보를 구해야 해서, 족보 매매가 성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학교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족보를 관리하고 교수들로 하여금 성의있게 시험문제를 내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의 자정작용은 이미 실패했다.
그 얘기는 ≪하버드 로스쿨에도 족보가 있을까?(2)≫ 에서 계속 https://brunch.co.kr/@kr-uslawyer/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