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데이터베이스
<하버드 로스쿨에도 족보가 있을까?(1)> https://brunch.co.kr/@kr-uslawyer/16 에서 계속
족보는 기출문제(좁은 의미의 족보)뿐 아니라, 기존의 교수님 강의안이나 필기노트, 교과서 요약본(=이 셋을 다 합친 걸 아웃라인이라고 한다), 시험답안, 교수에 대한 입소문 등도 포함하는 개념(넓은 의미의 족보)인 것 같다. 이 협동심 강한 하버드 로스쿨생들은, 합심하여 넓은 의미의 족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두 개나!
이들 족보 데이터베이스는 학교와는 무관하게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만들고 관리해온 것이다. 학교가 공식적으로 기출문제를 관리하는 이상, 학생들의 자체 데이터베이스에는 기출문제가 없다.
그럼 일단 먼저 생긴 투돕 Toodope 부터.
투돕의 메인 기능은 아웃라인과 교수평가이다. 모든 아웃라인과 교수평가는 익명으로 게시된다. 일단 관종 중의 관종 교수인 글렌 코헨 Glenn Cohen 교수님의 아웃라인을 한번 찾아볼까?
이 교수님은 수업 중에도 수시로 자기 자랑, 온갖 미디어에 다 출연하고, 본인 레주메에 심지어 미디어에서 인용된 것까지 다 적어두어 레주메가 37장이 된 분이다.
오래 가르치셔서 그런지 아웃라인이 꽤 많이 검색된다. 아웃라인 이름을 보면, 밀Wheat, 자메이카Jamaica, 시리아Syria, 도미니카Dominica, 솔로몬Solomon, 심지어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까지 있다. 다 익명 처리하느라 이렇게 된 것이다.
이름이 제일 맘에 드는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를 열어보자. 2017년 가을학기에 만들어진 아웃라인이다. 첫 페이지를 보면 업로더는 2013년 판 밀Wheat + 2016년 판 자메이카Jamaica 아웃라인을 합치고 여기에 자기만의 노트필기를 더하여 티라노사우루스를 만들어냈다는 걸 알 수 있다.
글렌 코헨 교수님이 워낙 대형강의를 오래 가르쳐서 그런지 투돕 Toodope에는 이 분의 시험 답안도 많이 올라와 있다. 아웃라인 스크롤을 쭉 내려보면 그 아래 쪽에서 시험 답안을 찾을 수 있다.
교수님이 직접 공개한 모범 답안은 절대 아니고, 학생들이 본인이 제출한 답안지를 보관하고 있다가 업로드한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에서는 예전부터 항상 100% 온라인 시험을 봐왔기 때문에, 시험종료와 함께 학생들은 본인의 답안지를 pdf로 다운받아 보관할 수 있다.
아웃라인이든 시험 답안이든 이렇게 업로드를 했다는 건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했고, 시험도 잘 봤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공부 잘 한 학생들이 자기 자료를 올렸으니 다른 학생들도 꾸준히 투돕을 찾는 거겠죠?
자, 그럼 이 분에 대한 교수평가는 어떨까? 매 학기말마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학생들에게 실시하는 교수평가-강의평가와는 별개로, 투돕 Toodop에는 비공식 교수평가가 올라온다.
이 교수평가를 아이콘 순서대로 해석을 해보면,
글렌 코헨 교수님은 소프트 콜드 콜 Soft cold call - 즉 질문을 던진 후 손 드는 학생에게 먼저 답하게 하고 만약 손 드는 사람이 없으면 한 명을 콕 집어서 대답하게 하는 - 식으로 수업을 한다.
평균적으로 학생들은 '이 수업 듣길 잘했다'는 느낌
수업에 노트북 들고 들어가도 된다. 어떤 교수님들은 수업시간에 노트북과 휴대폰을 금지한다.
숙제로 읽을 거리가 꽤 많고
시험도 어렵다.
출석은 중요하기도 하고 공부하는 데 도움도 된다.
시험을 잘 보려면 수업을 직접 듣는 게 제일 좋다.
수업 자체는 다른 과목들보다 어렵다.
대충 이렇게 평가가 되는데, 그럼 이 교수님 수업에 대한 좀더 리얼한 팁은 없을까?
있다, 주관식으로.
이렇게 각 교수님+과목마다 아웃라인, 시험 답안, 교수평가가 매 학기 누적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투돕 Toodope이다. 어떻게, 도움이 좀 될 것 같나요?
난 투돕 Toodope에서 구한 아웃라인으로 시간을 많이 절약했다. 콜드 콜 cold call - 교수님이 학생을 한 명씩 찍어서 질문을 마구 던지는 - 수업에서 교과서를 못 읽어가도 아웃라인만 읽었다면 웬만큼 대답을 할 수 있었기 때문. 그런데 주변을 보면 다 교과서 본체를 읽어오더라?
그렇담 투돕 Toodope 말고 또다른 데이터베이스인 인텔 Hlsintel은 어떨까? 인텔 Hlsintel에 대해서는 ≪하버드 로스쿨에도 족보가 있을까?(3)≫ https://brunch.co.kr/@kr-uslawyer/22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