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시험도 끝났고, 당분간 쉬는 참에 바 시험 본 얘기를 좀 해볼까?
원래 뉴욕 바를 비롯해서 여러 주(州) 바 시험은 수험생이 직접 수험장을 찾아가서 근처 호텔에 묵어가며 이틀 간 시험을 보는 시스템이다. 뉴욕 바를 보아 온 LL.M 선배들은 뉴욕 주 버팔로에서 시험을 보고 나서 바로 버팔로 여행을 했다고 함 (맨하탄 수험장은 뉴욕 주 내 로스쿨생을 우선적으로 받아준다는 소문_나는 뉴욕 아닌 주에서 로스쿨을 나왔기 때문에).
COVID 19 덕에 각자 집에서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 전무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remote 시스템으로 돌린다는 결정이 너무 늦어져서 그렇지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올해 7월달에 수험장에서 직접 시험 보게 한 주에서는 확진자가 속출 ...
사실 예전부터도 자기 소유 랩탑을 수험장에 들고가서 온라인으로 시험보는 것은 정당한 시험방식으로 채택되었었다. 다만 올해에는 수험장소가 각자의 집이 되어서 시험감독 방식이 달라졌다는 게 차이일 뿐.
애니웨이, 그렇다면 어떻게 온라인으로 바 시험을 보느냐? 뉴욕 바와 캘리포니아 바에서는 Examsoft라는 회사와 계약을 해서 수험생으로 하여금 그 회사의 프로그램 Examplify를 $100 정도에 사게 하고 깔게 한다. 그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동되냐 하면 ...
수험생은 뉴욕 바 홈페이지에 미리 자기 ID를 사진찍어 올려야 한다. 운전면허증, 여권 다 된다. 난 스캔해서 올렸는데, 스캔하면 안된다는 이유로 리젝 당해서 다시 사진찍어 올렸다.
본 시험 한 달 여 전에 Examplify 프로그램으로 모의고사를 두 회 보게 한다. 첫 번째 모의고사에서 본인이 미리 뉴욕 바 홈페이지에 올렸던 동일 ID를 웹캠에다가 대고 보여주어야 한다. AI가 동일성을 식별하겠지. 그러고 나서 다시 웹캠으로 본인 얼굴을 찍어야 한다. 본 시험에서도 매 시험 세션마다 그 웹캠으로 본인 얼굴을 찍어야 한다.
시험을 보려면 반드시 웹캠이 있어야 한다. 웹캠으로 시험감독을 하기 때문이다.
시험 보는 중 실시간으로 감독관이 카메라 너머에서 나를 보는 게 아니라, 시험 시작!과 인터넷은 끊기고 (아예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을 자동으로 차단) 내 웹캠은 나를 비추어 녹화를 시작한다. 시험 답안지와 녹화 파일은 내 하드에 초 단위로 저장된다.
시험 시간이 끝나면 웹캠 녹화도 끝난다. (인터넷도 다시 연결된다) 이제 답안지 파일과 녹화 파일 두 개를 모두 온라인으로 업로드 해야 한다. 자동 업로드도 가능하고, 자동으로 업로드 되지 않을 경우 시험 후 하루 안에는 수동 업로드를 해야 한다.
아마 올해 시험 시간을 반으로 줄인 이유는 녹화된 화면을 사후 감독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후술)
녹화가 시작되면 얼굴을 가리는 선글 안되고, 모자 안되고, 스카프 안된다(종교적 이유로 착용하는 경우 제외). 어떤 음료도 마셔도 되지만 투명한 잔에 마셔야 한다. 먹는 것, 화장실 가는 것을 포함해서 자리를 뜨는 것, 나를 제외한 누군가가 같은 방에 있는 것은 모두 금지.
전자기기 당연히 금지. 듀얼 모니터는 금지지만 외부 마우스와 외부 키보드는 허용. 내 뒤에 있는 티비는 꺼져있다는 조건 아래 거기 있어도 된다(시험 보려고 집에 있는 티비 옮기는 건 너무 하잖아요).
누군가와 대화/통화하는 것은 금지지만, 사이렌 소리나 바깥에서 개 짖는 소리는 허용. 귀마개 허용.
시험이 끝나고 각 수험생이 녹화 파일을 업로드 하면, AI가 그 화면 안에 금지물품이 있는지, 금지된 모션 (자리에서 일어난다거나 먹는다거나) 이 포착되는지, 금지된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한다. AI가 그렇게 한번 사후 시험감독을 하고 나면, 수상함이 감지된 파일에 표식을 한다. 그러면 사람이 일일이 그 화면을 되돌려본다.
기술적인 에러가 있을 수 있다. 사실 난 별 문제 없겠거니 하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뉴욕 바에서만 전국적으로 백 명 넘게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아예 시험문제에 접속이 안된다거나, 시험 시간 내내 랩탑이 다운된다거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전체 수험생 중 2%에게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함)
이런 기계적인 문제가 생기면 예외적으로 방을 나와서 소프트웨어 회사 Examsoft에 전화를 하라는 게 규정이지만, 실제로는 전화를 걸면 내 앞에 대기자가 50여 명 있고, 전화 연결이 되더라도 컴을 껐다 켜라는 조언밖에 듣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시험 시간이 더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다른 문제로, 무사히 시험은 마쳤는데 이상하게 답안지 파일만 업로드가 되고 웹캠 녹화파일은 업로드가 안된다는 문제도 있다. 뉴욕 바에서는 업로드가 안되는 문제는 해결해주겠다고 공지했다.
8월에 미시간 주였나, 거기서도 온라인으로 시험을 봤는데 시험이 시작되었는데도 소프트웨어가 가동을 안하는 바람에, 어떤 수험생은 시험문제에 접속이 가능해서 이미 문제를 풀고 있고, 어떤 수험생은 아예 시험문제에 접속이 안되고 시간만 흘러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진짜 악몽이다)
뉴욕 바 시험은 2020년 10/5, 10/6 이틀 동안 미 동부 시간 기준으로 각 일 12:00-15:30 동안 봤다. 이건 원래 하루에 6시간 씩 시험보던 일정을, 반으로 단축한 것이다.
첫 날 시험은 MPT(기록형)과 MEE(논술형). 둘째 날은 MBE 1-50문제와, 51-100문제(객관식 4지선1). 이렇게 총 4개 세션이고 각 세션마다 1시간 30분이 주어진다.
각 세션 시작 15분 전에 비밀번호가 공개된다. 그 비밀번호를 치고 시험문제와 답안지에 접속하면, 웹캠이 돌아가면서 내 얼굴을 찍고 인터넷이 끊기고 녹화가 시작된다.
각 세션 사이에는 30분의 쉬는 시간이 있다.
공식적인 내용은 뉴욕 바 시험 FAQ에 정확하게 나와 있다.
뉴욕은 2020. 10. 26. 발표하기를, 2021년 2월 바 시험도 온라인으로 돌리겠다고 했다. 그때의 시험규정은 또 달라질 수도 있고 그때 시행될 온라인 시험 방식을 지금 걱정할 것은 아니지만, 바 시험을 어떻게 온라인으로 보는지에 대한 감 정도는 잡으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