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야 할 텐데...
토요일이라 남편과 함께 닭칼국수에 넣을 칼국수면을 사러 집 근처에 있는 롯데슈퍼에 갔다. 방학을 한 후로 거의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나는 오랜만에, 더 정확히는 이틀 만에 집 밖에 나간다는 사실로 인해 무척 설렜고, 집 안에 있어서 잠시나마 등한시했던 작고 귀엽지만 묵직한 액세서리들을 꺼내서 이리저리 걸어보고 껴보고 하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결국 나는 반지 4개에 호랑이가 요염하게 누워있는 묵직한 링귀걸이를 끼고 집 밖을 나왔다. 이런 내 모습이 탐탁지 않았던 남편이 한 마디 했다.
''아니, 집 앞 슈퍼에 가는데 뭘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가는 거야?''
''오랜만에 집 밖에 나가서 설레기도 하고, 어떤 반지를 레이어링 하면 어울리는지도 보고 싶잖아. 정말 외출할 때 참고하려고...''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슈퍼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곤 슈퍼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소고기 치맛살에도 눈이 가고 외촌자두에도 시선을 빼앗겼지만 자두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이 더 싸다고 판단했고, 냉동실에 있던 호주산 치맛살이 떠올라서 내가 평소에 무척 아끼는 이 두 가지 아이템은 아쉽지만 건너뛰었다.
늘 비슷한 자리에 비슷한 녀석들이 있지만 올 때마다 늘 새롭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다가와서 자기가 찾은 칼국수면을 내밀었다.
''이거 어때?''
''어? 이거 감자 칼국수가 아니네? 감자 칼국수가 더 쫄깃하단 말이야.''
''칼국수가 거기서 거기지.''
''아니야.''
대화를 나누다 앞을 보니 우리 부부는 어느새 다양한 국수류가 진열된 냉장고 앞에 서 있었다. 이때 우리 옆에 어떤 여자분이 다가와서 조언이 필요하다는 톤으로 질문을 했다.
''콩국수를 끓이려고 하는데 어떤 면이 더 좋을까요?''
여자분은 소면과 칼국수면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는 죄책감이 스치듯 지나갔다. 사실 난 콩국수를 싫어했고, 끓여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다양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수많은 콩국수를 봤고, 일반적인 콩국수 면의 굵기 정도는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콩국수에 칼국수면을 넣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여자분한테 말했다.
''이 면이 나을 것 같아요.''
안도감과 불안감, 죄책감이 뒤섞인 알 수 없는 감정을 뒤로한 채 나는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멀어지는 여자분 뒤통수에 대고 ''맛있어야 할 텐데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왜 나에게 물은 걸까? 편안한 복장에 반지를 무려 4개나 낀 내 모습에서 요리 고수의 분위기가 묻어난 것일까? 아니면 올바른 선택에 도움을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던 찰나에 마침 우리가 그곳에 서있었던 탓일까?
그나저나...
맛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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