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
나: 아… 나도 내가 직접 만든 파우치나 가방 같은 거 갖고 다니고 싶다.
남편: 그럼, 유튜브 보면서 공부해.
나: 그것도 어느 정도는 손재주가 50 정도는 있어야 가능한 거더라고…
남편: 당신은 그게 없으니까 노력으로 50을 채우면 되겠네.
나: 뭐지? 그럼 나처럼 손재주 없는 사람은 노력으로 100을 채워야 한다는 거네?
남편: 취미 삼아 해봐. 쉴 때 하면 되잖아.
나: 그것도 잘해야 재미있지. 못 하면 공부가 되고, 공부가 되면 일 같은 느낌이라서 …
남편: 그럼 공부하듯이 하면 되겠네.
나: 그럴 거면 다른 공부할래. 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남편: 뭔데?
나: 펠트지 사서 그걸로 가방 만들래.
남편: 기억 안 나? 지난번에 펠트지 깔 별로 샀던 거. 결국 몇 년 동안 묵혔다가 윤미 준비물로 가져갔던 거?
나: 그런 걸 선견지명이라고 하는 거지!
남편: 그러지 말고 안 입는 옷으로 뭐라도 만들어봐.
나: 오! 좋은 생각인걸? 마침 검은색 바지 안 입는 거 하나 있는데! 그럼, 나 다이소 가서 지퍼 사야겠다.
남편: 지퍼 전 단계까지 만들어봐! 괜히 또 지퍼 낭비할라.
나: 헐. 설마 그걸 못 할까? 너무 하는 거 아냐?
딸: 엄마, 맞아요! 지퍼 낭비할 수도 있으니까 지퍼는 나중에 사세요!
나: 흥! 둘 다 마음에 안 들어! 내가 꼭 내 손으로 1년이 되든 2년이 되든 파우치 하나 만든다!
남편: 그래, 1년 안에 설마 파우치 하나 못 만들까?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대충 마무리됐다. 사실 음식도 꽤 하는 편이고, 러시아어 강의도 하고, 한국 소설을 러시아어로 번역도 하며, 러시아 현대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도 하고, 저작권 계약, 역서 홍보까지도 하고 있지만, 손재주는 정말이지 너무 없다. 러시아어로는 ‘손이 엄한 데 붙어있다’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딱 내 손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아... 나도 손재주 갖고 싶다.
뜨개질도 하고 싶고, 바느질도 하고 싶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가죽 가방을 막 들고 다니고 싶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위험한 검색을 하고 있다. 검색을 하다 보니 손재주 그거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내 손에 붙기 시작한다. 설마 1년 안에 파우치 하나 못 만들까? ㅋ
*사진은 내가 만든 달고나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