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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주연 Oct 10. 2020

이런 매력은 좀...

저녁 식사 

[흔한 대화] 


에피소드 1 


나: (꽃게 라면을 먹으면서) 와,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미쳤다. 진짜 맛있다. 


남편: 무슨 라면에 끓인 건데? 


나: 오뚜기 라면. 


남편: 당신이 행복하다니까 나도 기분이 좋네. 


나: 행복까지는 아니고, 살짝 기쁜 정도? 여보, 이 집게발 당신이 먹어요. 


남편: 왜, 당신이 먹지? 


나: 발라먹기 귀찮아서. 


남편: 헉. 나 생각해서 준 거 아니고? 


나: 그렇다고 말할 걸 그랬나? 






에피소드 2 


제목: 번데기탕 


남편: 여보, 당신 라면 다 먹었으면 나 번데기탕 끓여줘. 


나: 번데기탕? 


남편: 아까 라면 먹고 나서 해준다고 했잖아. 


나: 내가? 진짜? 나 피곤한데. 


남편: 설거지랑은 내가 다 할게. 


나: 설거지는 할 생각도 안 했는데. 


남편: 그러니까, 설거지는 내가 할 거니까, 당신은 번데기탕만 끓여주면 돼. 


나: 알았어.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번데기는 애벌레지? 


남편: 그럴걸. 그런데, 그걸 지금 왜 말하는데? 


나: 그냥, 궁금해서. 성충은 아닌 거지? 


남편: 응. 그러니까 빨리 해줘. 


나: 여보, 번데기 통조림 국물도 넣는 건가? 


남편: 넣어야지. 


나: 파 넣으면 되나? 


남편: 응. 


나: 당신이 끓이지. 난 번데기탕이 어떤 맛인지 몰라. 


남편: 당신은 음식을 잘하니까 맛있게 끓일 거야. 


나: (휘휘 저으면서 심히 의심스럽다는 투로) 진짜 이렇게 만들면 되나? 


남편: 맛있을 거야. 


나: 어떤 맛인지 궁금하긴 한데. 


남편: 그럼 먹어보던가. 


나: 아니, 괜찮아. 알 것 같기도 해. 


남편: (한 숟가락 떠먹어보더니) 음, 맛있다. 


나: 다행이네. 어떤 맛인지 궁금하지만, 번데기, 아니, 애벌레한테 미안해서 참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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