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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azyeom Mar 19. 2023

인생에 한 번쯤 킬리만자로

두 번은 글쎄...

프롤로그


아프리카의 뜨겁고, 킬리만자로의 차가운 등산의 끝을 맺은 지 어느덧 2주가 훌쩍 지났다. 이전 다른 여행과 달리 이번 여행은 힘든 경험을 해서 그런지 뭔가 아쉬움과 그리움이 많이 남아서 여행기를 바로 쓰지 못했다. 그냥 여운이 계속되기를 바랐나 보다. 아직까지 며칠 전 경험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그립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어야 하겠지? 그리고 또다시 갈 기회가 있을까?  


지난 2022년 8월 여름, 어머니와 함께 했던 인도 라다크 히말라야 5150m 트레킹을 무사히 다녀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여행병이 다시 살아났었다. 그리고 어머니께 킬리만자로는 어떻냐고 건의를 했고, 같이 가자고 하셨다. 아쉽게도 결국 어머니는 같이 못 가셨지만...


우연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tvn예능에서 "인생에 한 번쯤 킬리만자로"라는 예능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별 재미가 없었지만, 다시 돌아와서 보니 경험이 그려져서 그런지 재미있게 봤다. 7-9화만..


아프리카 단일봉 최대높이 5895m를 자랑하는 킬리만자로는 전문 산악인이 아니고 일반 등산인이 특별한 장비를 별도로 필요로 하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날만 한국 겨울산 가듯 입고 가면 된다.  


킬리만자로의 높이가 거의 6000m가 되긴 하였지만, 5000m를 한 번 어렵지 않게 소화했다고 착각을 해서 쉽게 정한 것 같다. 그리고 회사 등산동호회를 들어가서 겨울 산을 다니면서 킬리만자로 정상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준비과정은 특별히 도움은 되지 않는다.


출발 전, 최소 한 달 전에는 필수 예방접종인 황열병 예방접종도 맞아야 한다. 구하기 힘들어서 그런지 이전팀에서는 1명이 떠나지 못했다고 전해 들었다. 갈 사람은 미리 맞아두는 게 좋다. 나 또 한 한 달 전에 겨우 백신을 구해서 접종했다.


킬리만자로를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한국 여행사. 현지 한국 여행사. 현지 여행사.


한국 여행사가 전 일정 한식 제공 등으로 정상 성공률이 85% 정도로 높다. 하지만 10명 이상 단체로 움직인다. 이번에는 20명이 함께했고 너무 많은 사람이 함께 해서 마지막날 등반 시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적당히 10명 정도가 좋은 것 같다.


현지 한국 여행사는 한 곳이 있다. 단독출발도 할 수 있고, 한국 여행사 대비 100여만 원 저렴하다. 내가 지금 해외에 있고 킬리만자로를 꼭 가고 싶다면 이 방법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항공권 등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이 있고 해서 그냥 한국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가기로 마음먹었다.  


출발 며칠 전 20명. 인솔자 2명의 단체방이 만들어졌다. 누가 같이 갈까 궁금해서 프로필을 보니, 배경이 다들 히말아야다. 나이대는 대부분 50대 후반에서 60대 셨다. 최고령은 53년생!


40대 초반인 나는 막내였다. 잠자리에서 2층 침대를 쓰는 것만 불편했고 다른 점은 불편한 게 없었다. 모두들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를 존중해 주는 분위기이다.


열심히 tvn에서 하는 “인생에 한 번쯤 킬리만자로”를 보고,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 하지만 딱히 유튜브로는 고산병은 예방이 안된다. 겪어본 자만이 알 수 있다. ㅠㅠ


어느새 설레는 출발 날이 다가왔다.


2월 24일(금) - 출발

새벽 0:30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전날에 공항에 가야 한다.


지난 8월 이후 7개월 만의 인천공항 방문, 도착하자마자 여행사 부스로 바로 가서 설명을 간단하게 듣고, 출입국 비행 관련 서류를 받고 에티오피아 항공 부스에서 체크인을 했다. 새벽 시간대에서 라운지도 갈 수 없고, 배는 고파서 24시간 하는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서 저녁으로 대충 때웠다.



2월 25일(토) - 잠보(안녕) 아프리카

일본에서 출발해서 인천을 경유해서 에티오피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약 13시간  몸을 실었다. 중간에 2번 나오는 기내식은 위키에서 처럼 악명 높게 맛없지는 않았다. 작은 플라스틱 병 와인을 줘서 혹시 모를 알코올 부족사태를 위해 킵해두었다.



먹고 마시고 보고 자고를 하니, 약 13시간의 비행 후  경유지인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을 했다. 경유지에서 다시 간단하게 심사를 한 뒤 킬리만자로 공항을 가기 위해 잠시 대기를 했고 또다시 약 3시간의 비행을 했다.


12시 40분 정도에 도착했고, 공항 활주로 중간에 내렸다. 그리고 공항입구까지 열심히 걸어간다. 국제공항이긴 하지만 여긴 게이트가 따로 없나 보다.


황열병 검사와 코로나 검사 티켓을 확인하고, 도착 비자를 $50에 구입을 하고 출국장을 나오면 뜨거운 아프리카의 열기가 나를 맞이해 준다. 그리고 첫날의 목적지인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까지는 왕복 2차로의 잘 정비된 도로를 약 1시간 30분 달린다. 도착해서는 방배정을 끝내고 저녁까지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저녁을 먹으면서 간단히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간단한 호구 조사를 하게 되고,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술파티를 벌인다. 맥주가 겨우 $3 밖에 안 했다는 걸 알았으면 나도 마시는 건데...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외곽지고 위험할 수 있어서 따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피곤하기도 하고 다음날 트레킹 시작을 위해 일찍 눈을 붙였다.


2월 26일(일) - 1일 차


아침 일찍 조식을 먹고 킬리만자로 입구 중 하나인 마랑구 게이트가 있는 모시로 이동한다. 가는 길에 저 멀리 눈에 쌓인 킬리만자로가 눈에 보인다.


1시간 10분을 달려 차에서 내리면 50여 명의 포터가 우리의 짐을 날라준다. 입산 심사가 진행될 동안 점심 도시락을 받고 떠날 준비를 한다.



입산을 하기 위해서는 입산비가 $1000 정도가 되고, 가이드와 포터는 필수로 고용을 해야 한다. 티베트 등과 달리 말이나 노새 등으로 짐을 옮기지 않고 사람이 직접 우리의 짐, 음식, 물 등을 나른다.


오늘의 목적지는 8km 떨어진 만다라 산장이다. 마랑구게이트는 1879m, 만다라 산장은 2720m으로  고도를 크게 높이지 않는다. 그리고 3000m 이하여서 고산증도 오지 않는다.


출발점에서 단체샷을 찍으며 파이팅을 외친 뒤 우리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출발했다. 2000m대는 나무가 높게 자라 있다. 중간중간 원숭이도 만날 수 있었고 크게 힘들지 않았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며 약간의 부러움이 있었다. 나중에 내려올 때 "I made it" 할 때가 은근 기분이 좋았다.



키가 큰 나무 숲을 걷고 걸어서 오후 4시 40분쯤에 만다라 산장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하면 킬리만자로 맛집 메뉴인 팝콘을 준다. "정말 이 집 팝콘 잘한다."


(뱃살이 아니라 고산 때문에 배에 가스가 찬 거입니다...)


고산에서는 고산병을 예방하고 걸리지 않기 위해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또 마셔야 한다. 대신 밤에는 아주 귀찮아질 수가 있다.


방 배정을 받고 잠시 쉰다음, 저녁을 먹는다. 김치, 젓갈, 고추장아찌와 닭도리탕! 잘 먹어야 힘이 나기에 또 우걱우걱 먹는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을 위해 눈을 붙인다.


새벽에 룸메이트 분들이 들락날락하길래 나도 한번 따라갔더니 하늘에 별이 정말 많다.


2월 27일(월) - 2일 차


7시 30분 산행 시작을 위해 5시 30분에 일어난다. 그리고 6시 30분에 한식 밑반찬과 된장국으로 아침을 먹는다.


저 멀리 산 밑으로 구름이 깔려있는 모습이 멋지다. 오늘도 날이 맑아서 산행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오늘은 11km을 6-7시간쯤 걸어서 3720m에 위치해 있는 호롬보 산장으로 이동한다. 아직까지 이틀차라 다들 활기차게 시작을 한다.

우거진 숲을 지나고 걷다 보면 고도가 높아진 탓인지 나무의 키가 확 작아진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그리고 저 멀리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모습이 빼꼼하게 나온다.


또다시 걷다 보면 나무의 키는 우리 키보다 훨씬 낮아져 있다. 걷고 또 걷고 하다 보니 구름이 우리가 가는 길까지 올라와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배낭에 넣어두었던 바람막이 한 장을 꺼내서 입고 걷는다.


몇 년 전 쓰레기를 태우던 불길이 킬리만자로의 많은 곳을 덮쳐 아직까지 그 흔적이 많이 보인다. 놀라운 자연의 생명력으로 복구가 점점 되어가고 있다.


오후 2시 39분, 7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저 멀리 오늘의 도착지 호롬보 산장이 보인다.


3000m을 훌쩍 지난 시점이라 많은 분들이 고소증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숨이 가빠지고 손, 발, 얼굴이 슬슬 붓는다.


도착하고 개인정비를 한 지 30분이 지나니 우박 섞인 비가 후루룩 쏟아진다. 오늘도 하늘의 도움이 주나 보다.



저녁을 먹고 다음날을 위해 다시 눈을 붙인다. 매번 밥추가를 하다 보니 살이 너무 쪘다. 아니다 이것은 부은 거다.


2월 28일(화) - 3일 차, 쉼


오늘은 고산 적응날로서 4000m쯤에 있는 얼룩말 바위(지브라 락)까지 왕복 3-4시간 간단한 코스를 다녀오면 된다.

적응 과정이 없으면 대다수 사람들이 고산적응을 하지 못해서 성공률이 확 낮아진다. 그리고 내일과 모레는 거의 0박 2일로 수십km를 걷고 정상까지 가야 하니 때문에 오늘 같은 날이 필요하다.


된장국과 간단한 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9시에 가벼운 복장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물 빼놓고는 무거운 짐이 없다.


가는 도중 돌 쌓인 바위 위에 나도 돌 하나를 올려두었다.

1시간 20분이 지나고 나니 벌써 도착했다. 사진 한방을 찍고 우리들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호롬보 산장 뒤로 저 멀리 킬리만자로 산이 보인다. 어제는 눈이 많이 녹아서 걱정이었는데, 다시 눈이 쌓여있다.


돌아와서 피자와 떡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내일 등산을 위한 준비를 한다.


저녁식사 전 포터들이 정상 등반 성공을 위해 노래를 불러준다.


저녁으로는 짜장밥 등, 현지 음식과 과일이 나왔다. 사형수가 죽기 전에 맛난 것을 먹는다는데 이런 느낌일가?



내일은 산장에 도착하고 잠깐 5시간 정도 쉰다음 자정에 정상으로 떠난다. 그리고 내려온 뒤 1-2시간 휴식 후 다시 호롬보 산장 여기로 돌아온다. 가장 힘든 날이 될 것이다.


3월 1일(수) - 4일 차


7시 출발을 위해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아침을 먹었다.

하늘은 우리를 또 돕는지 아주 맑았다. 오늘도 7시간 정도 걸으면 된다. 저 멀리 킬리만자로를 바라보며 사막화된 길을 걷고 또 걷는다. 걷다 보면 중간중간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마지막 물 공급장소 표지판이 보이면 포터들은 여기서 물을 길어 나른다. 여기에 올라보면 물 한 방울 아껴서 써야지라는 마음을 먹게 된다.

우리는 가볍게 짐을 가지고 걷지만, 포터들은 무거운 짐을 머리 위에 지고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우리를 지나간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좀 더 편하게 이동을 할 수 있다.


걷고 또 걷는데 반도 안 왔다. 저 멀리 길만 보인다. 사람들이 돌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또 점심을 먹고 또 걷다 보면 저 멀리 키보 산장이 보인다.

3.1절이라 태극기를 들고 찍음

4720m가 되기 때문에 대다수 고산으로 고생하고 있다. 다행이지만 아직까지는 나는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내일 일등으로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이다.


도착하고 방 배정을 받고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니 74 정도로 많이 떨어져 있다.

오후 4시에 저녁으로 떡국을 빠르게 먹고 10시 30분까지 휴식을 취한다. 산행을 위해서 잠에 들어야 하는데 잠에 들지 못해서 뜬눈으로 밤을 세운느낌이다. 저녁 10시 30분에 간단하게 수프, 누룽지 등을 먹고 바로 등반준비를 한다.


그리고 11시 30분 출발!

20+2명 그리고 현지 가이드해서 많은 인원이 출발을 한다. 처음부터 몸이 안 좋으면 바로 가방을 가이드에게 맡기면 된다. 헤드렌턴을 켜고 뒷사람 꽁무니만 바라보고 걷는다.

3월 2일(목) - 5일 차


근 30명의 대단위가 이동하다 보니 단점도 많이 보였다. 일부러 후미에 위치해 있었는데 걷는 것보다 멈추는 시간이 길어졌고 이때 저체온증이 오는 건지 정말 너무나 추웠다. 그래서 이때부턴 선두로 나서서 걷기 시작했다. 좀 움직이니 추위가 덜하긴 했지만 너무 추웠다. 그리고 속이 너무 쓰리고 아팠다. 이것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고산증의 한종류인듯하다.


휴식시간에 콜라를 마시기 위해 뚜껑을 땄더니 슬러시가 되어 있었고, 땀에 젖은 장갑은 얼어가고 있어서 더 추웠다. 빨리 올라가고 싶지만, 위험하기에 다들 천천히 폴레폴레 걷는다. 걷다 보니 저 아래 도시 불빛도 보인다.


7시간 정도 걷다 보니 첫 번째 포인트인 길만스 포인트에 도착했다. 5685m 휴...

그리고 해가 저 구름밑에서 올라온다. 와... 이맛인가? ㅎㅎ 저 멀리 빙하도 보이고... 가운데는 화산분화구...

또 걷다 보면 5756m의 스텔라 포인트가 나온다. 사진만 한 장 박고 바로 출발한다.


또 걷다 보면 대망의 우후루 피크가 나온다. 이. 게. 뭐. 라. 고.

5895m 찍었다. 우리 팀도 16명이나 올랐다. 그리고 길만스 포인트는 19명이나 올랐다.


이제 내려가는 길이 막막하다. 어떻게 올라왔지? ㅋ 화산재로 이루어진 곳이라 내려갈 때는 쭉쭉 내려가면 된다. 내려가는 도중에 첫 포기자였던 분이 현지 가이드분과 올라오고 있었다. 축하축하!


키보 산장에 도착하여 간단히 점심을 먹고 정비를 하고 정상을 밟았다는 기쁨은 뒤로 한 채로 선발대로 바로 내려갔다. 좀 더 쉬면 더 힘들 것 같아서...


10km, 3시간을 걸어서 내려가야 한다. 올라오는 시간의 절반도 안되지만 하산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몸과 다리는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가는 도중 비가 주룩주룩 왔고 그걸 맞고 가니 너무나 서럽게 느껴졌다. 체온은 새벽과 같이 떨어졌고... 이러다가 내일 내 생일에 죽음을 한국에 알려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상상도 하게 된다.


걷고 걷다 보니 호롬보 산장에 도착했다. 오늘까지 하면 등산일정의 절반을 여기서 보내다 보니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정상에 올랐건 안 올랐건 저녁시간 그리고 축하의 자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빠져있었다. 너. 무. 힘. 들. 어. 서.

저녁밥이 나왔지만 속이 너무 아파서 입에 들어가지 않아서 제대로 못 먹었다. 심지어 주방에서 만들어준 나의 생일 축하 케이크도 먹지 못했다. ㅠㅠ 타국에서 생일맞이라니 ㅎㅎ

그리고 잠에 들어버렸다. 정말 너무 힘들어서 푹... 잔듯하다.


3월 3일(금)(생일) - 6일 차


산에서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생일이다! 야호? 그리고 속 쓰림도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

오늘도 날씨는 좋았다. 어제 올랐던 킬리만자로가 저 뒤로 또 보이고 ㅎㅎ 얼굴에는 웃음만 나왔다.


출발 전 포터들의 성공 축하 노래를 듣고 하산길에 오른다.


오늘은 꽤 오래 6-7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3시간을 걷다 보니 첫 번째 숙소였던 만다라 산장에 도착을 했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은 뒤 또 열심히 내려갔다.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10분당 1km로 1시간 20분 동안 후다닥 뛰다시피 내려갔다.


1시 13분 드디어 며칠 전 출발했던 지점에 도착했다. 분명 3시간 거리였는데, 10분에 1km로 걷고 있었다.

수. 고. 했. 다. 며칠간 올랐던 곳을 몇 시간도 안되어서 내려오다니. 그래서 다들 왜 올라가냐고 묻나 보다.

배에 가스가 많이...


킬리만자로 맥주를 마시면서 축하를 했고, 도착하는 사람들을 축하했다.

그리고 정상 등반 인증서를 받았다. 마지막 축하의 노래... 하쿠나 마타타.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식사와 함께 축하 술 파티가 열였다. 멋지고 좋아하시는 분께서 맥주 골든벨을 울려주셨다. 와~~~ 나도 생일주로 사 왔던 보드카 작은 거 하나 깠다.


3월 4일(토) - 떠남


호텔에서 맞이하는 아침하늘이 참 맑다. 아직 몸은 정상은 아니지만... 이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커피 농장에 가서 커피 만드는 모습을 보고 뒤로 간단한 귀국 전 쇼핑을 하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올 때처럼 또다시 활주로를 걸어서 비행기에 올랐다. 바이바이.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비행기 저 건너편 구름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킬리만자로가 보인다. 얼마나 높은 거야? ㅎㅎ


3월 5일(일) - 도착


아디스아바바 공항을 경유해서 인천에 잘 도착했다.

끗!

기내식은 맛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출근해야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필로그


5박 6일 동안 약 50km를 걷고, 4000m를 올라가고, 4000m를 내려왔다.

20명 그리고 한국인 가이드 2명. 그 뒤로 60여 명의 가이드, 요리사와 포터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고 싶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킬리만자로를 찾았다. 헤어지면 다시 만날 확률이 거의 0에 수렴하지만 이번팀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내가 가장 어렸고, 다들 아버지, 어머지, 이모 나이신데도 정말 한 발짝 한 발짝 올라가는 모습에 감탄했다.

주위에서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물음에 항상 대답한다. "제가 제일 어려요.. ㅠㅠ"


뭔가 확 얻는 것은 없다. 몸 무사하게 5895m 최고의 높이를 찍었다는 잠깐의 기쁨? 잘 먹고 잘 지내다 왔다.


고산은 체력은 아주 나쁘지만 않으면 고산병만 없으면 의지로 올라갈 수 있다.


폴레폴레(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되니까.


다들 왜 휴가를 내고 고생하냐고 묻는다. 그래 왜 내가 갔을까? 그냥 도전해보고 싶어서... 인 것 같다. 한 번쯤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냥 빨리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ABC? EBC?


정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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