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위해 끓인 반나절의 돼지곰탕
대학생 딸이 인턴을 시작하고 출퇴근을 한 지 2주 만에 집에 왔다.
오랜만에 딸 얼굴을 보는 에미는 괜히 자꾸 안색을 살핀다. 건강은 어떤지, 얼굴빛은 어떤지. 다행히 안색도 좋고 표정도 편안해 보인다.
퇴근한 김기사가 “딸 어때? 할 만해?” 하고 묻자 딸은 밝게 “응!” 하고 대답한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으니 괜히 마음이 안심이 된다.
지금 하는 일도 매일 과제하듯 아이디어를 내고, 같이 인턴 하는 친구들이랑 회의하고 그런 과정의 반복이라고 한다. 힘들다기보다 재밌다고 말하는 얼굴이 참 다행스럽다.
학기 중에는 밥 먹을 시간도, 잠잘 시간도, 주말이라는 개념도 없이 치열하게 살아온 아이들이다 보니 10시–6시 출퇴근이 오히려 너무 헐거워 보인다나.
그래서 퇴근하고 나면 인턴 하는 24학번 다섯 명이 모여 2월 제출하는 영화 만들기 공모전을 또 함께 준비하고 있단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새해도 다 그날이 그날 같았다고 한다. 인생을 벌써 3 회차쯤 사는 아이들 같다.
그래도 에미 마음은 쉬엄쉬엄, 쉬어가며 치열했으면 싶다.
오랜만에 집에 온 딸이 말한다.
오늘은 흑백요리사 2에 나오는 옥동식 돼지국밥이 먹고 싶어.
생전 돼지국밥이라곤 먹어본 적도 없고 고기도 썩 좋아하지 않던 아이다. 요즘 흑백요리사 2에 빠지더니 돼지곰탕까지 찾는다.
레시피를 찾아보고 좋은 앞다리살을 사려고 일부러 좀 더 가서 정육점을 다녀왔다.
고기를 물에 담그고, 반나절을 들여 시간을 들인 끝에 고운 돼지곰탕이 완성됐다.
엄마가 반나절 내내 짬짬이 책 읽어가며 곰탕을 끓이는 걸 본 딸이 말한다.
나는 그냥 사 먹어도 되는데…
“내가 너 아니면 이걸 하겠니. 네 덕분에 엄마도 새로운 거 해보는 거지.”
딸 덕분에 오랜만에 정육점을 가고,
딸 덕분에 국물을 오래 들여다보고,
딸 덕분에 정성껏 상을 차린다.
국물이 마알갛게 잘 나온 것도,
모두 네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