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허영만 화백은 말했습니다.
“인생은 나 혼자 하는 전투다”라고요.
그 문장을 곱씹으며
오늘도 나는 나의 전장으로 향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주방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이곳은 매일 아침 나를 이겨내야 하는 자리입니다.
조용히, 같은 일을 반복하는 곳.
오늘도 김기사의 도시락을 쌉니다.
[오늘의 식단]
메추리알 장조림: 둥글둥글 모나지 않게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
열무 된장무침: 풋풋한 흙내음으로 입맛을 돋우는 봄의 활력.
달래간장 두부부침: 알싸한 달래 향으로 지루한 일상에 생기를.
렌틸콩·병아리콩 잡곡밥: 톡톡 터지는 콩알처럼 건강하게 채운 한 끼.
어묵탕: 가라앉은 마음까지 뜨끈하게 데워줄 국물 한 그릇.
그냥 해내는 마음의 힘
마음이 가라앉는 날에도
몸이 무거운 날에도
나는 밥을 안치고
반찬을 만듭니다.
대단한 메뉴는 아닙니다.
그냥, 늘 하던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걸
매일 반복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귀찮음을 넘기고
무력감을 지나서
시간에 맞춰 도마를 두드리는 일.
이건 남편을 위한 도시락이기도 하지만
나를 무너지지 않게 붙잡는
하루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전투 끝에 찾아오는 평화
아버지가 그 시절
피곤한 몸으로도 우리를 데리고 나가 주일마다 성당에 데리고 가고
짜장면을 사주셨던 것처럼
나도 이 도시락에
말 대신 마음을 담습니다.
오늘 하루 잘 버텨보라는 마음.
우리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마음.
도시락 통을 닫습니다.
그 순간에야
오늘 할 일을 하나 끝낸 기분이 듭니다.
이렇게 하나씩 해내다 보면
하루는 결국 흘러갑니다.
별일 없이
다 지나간 하루.
그걸로 충분한 날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