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은 맺었으나, 손 시러
아침 일찍 장 보러 나왔더니 바람이 매섭다.
삼월 이즈음엔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지만, 차가운 바람 때문에 몸이 움츠러들고 겨우내 입었던 패딩을 벗어던질 수가 없다.
그러나, 그래봤자이다.
바람의 기세가 세긴 하나, 겨울과는 사뭇 다르다.
머리카락을 사방으로 날리는 차가운 바람에서 봄 내음이 난다.
동글동글한 제주 무를 보니 김장의 고단한 기억이 봄바람을 따라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는지,
냉장고를 전전하는 김치 말고 좀 더 풋풋하고 상큼한 김치가 먹고 싶어 진다.
두 개 살까, 세 개 살까 무를 들었다 놨다 나만의 힘겨운 싸움 끝에 그래 무엇이든 이젠 욕심내지 말자하고 거룩한 나만의 결심을 뜬금없이 되새기며, 두 개만 샀다.
언제나 어머니 말씀은 지당하다.
“김장하고 남은 양념소는 버리지 마라. 냉동에 얼려뒀다 김치를 담아도 되고, 갈치조림이나 생선조림할 때 한두 스푼 넣으면 진미가 난다”
지난겨울에 김장하고 남은 양념소를 넣어서 휘리릭 비비고, 깨소금을 흩뿌려주고는 한 개 집어 먹었더니 아삭아삭, 맛있다.
후다닥 담고 났더니 할만했는지, 무 옆에 있었던 초록초록한 열무가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