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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Nov 05. 2023

차의 크기와 차주인의 인격이 꼭 비례하진 않는다

대학 시절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여러 번 하면서 차의 크기와 차주인의 인격이 꼭 비례하진 않는다는 걸 알았다. 당시만 해도 셀프주유소는 드물고 운전자가 차안에서 '가득이요, 만땅이요, 목까지'라고 주문하면 아르바이트생은 주유하고 결제하고 휴지나 생수주고 오케이캐시백까지 충전해주던 시절이었다. 나는 주유소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 봤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는 좋은 차를 타고 와서 도를 넘는 요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손님도 더러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어이없는 일은 자기가 밟고 있는 발판을 나보고 털라고 지시하는 아줌마를 만난 거였다. 물론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람을 보면서 속으로 '사람이 비싼 차를 타도 매너가 티코 만도 못하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반면에 경차를 타고 와도 아르바이트생을 존중하는 말을 하고 심지어 수고한다고 먹을 것도 나눠주고 가는 사람을 볼 때는 기분이 좋고 마음이 참 따뜻하신 분이네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접하는 사례만 다를 뿐이다. 얼마 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편한 광경을 봤다. 외출을 하려고 가족이 다같이 나가는데 대기업 회장님이나 탄다는 마이바흐 자동차가 장애인 이동로를 가로막고 주차해 놓은 것을 보았다. 아파트 주차공간이 꽉 차서 불가피하게 주차할 수도 있다. 다음 날 아침에 이동주차했다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주말 내내 차는 그 상태로 내 버려져 있었다. 아내도 그 광경을 보면서 마음이 심히 불편했나 보다. 월요일에도 그대로 있는 차량을 보면서 아내가 접수를 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도로교통법 과태료 대상이 아니라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잘 해결하라는 답변이었다. 왜 실효도 없는 내용을 벽에 붙여놓은 것인지. 며칠 뒤 아내는 업무중인 내게 전화를 했다. 아파트에 진입하려고 대기를 하는데 앞차가 그 차였단다. 금팔찌를 한 운전자가 차 밖으로 좌회전을 하면서 길에 침을 탁 뱉고 아파트에 들어가더라는 거였다. 좋은 차를 타면서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왜 그러는 것인지는 나도 알 길은 없고 쉽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그저 씁쓸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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