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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Oct 25. 2023

국궁

활쏘기는 글쓰기와 닮았다.

꾸준히 내지 않으면 실력이 줄고, 자주 내지 않으면 더 하기가 싫어진다는 것.


몸은 하나고 할 일은 여럿이라 현재 미뤄두고 있는 일이 있다. 그중 하나가 국궁이다.


처음 국궁에 가입할 때 사범님이 나를 면접하시면서 "나중에 아이 다 키우고 오세요."라고 말씀하셨었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그 말씀이 무슨 뜻이셨는지 요즘 제대로 느끼고 있다.


타지 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지 1년이 되어간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다. 함께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은 줄었다. 어쩔 수 없다. 사실 아이와 노는 게 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


회비만 내고 국궁장에 나가지 않았더니 사두님 번호로 재무님(재무님은 사두님 사모님)이 연락을 주셨다. 추석 선물 안 찾아갔다며 국궁장 올라와서 찾아가라고 하셨다. 선물 그냥 안 받으려고 했는데 재무님께서 찾아가라고 전화를 한 번 더 주셨다. 그래서 지난 금요일 오랜만에 국궁장에 갔다.


최근 회원이 늘어서 평일 오후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 모르는 분들이다. 재무님은 사두님이 이번에 되실 때 나를 총무 시키려고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능력도 안 되지만 아직은 꿈도 못 꿀 일이다. 활을 내는 분들을 보니 내 안에서 뭔가 꿈틀 하긴 했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아직은 아니야 하며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활터를 내려왔다.


만년 제자리걸음하는 내 실력은 언제 나아지려나. 조만간 내가 계획한 일 하나를 마치면 이제 다시 편하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올 것도 같다. 모처럼 고이 모셔놓은 활이나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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