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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데로샤 Sep 28. 2023

가을들판

어렸을 적 나는 부산에 살았다. 그리고 방학 때에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외갓집에 가서 지냈다.  도시에 살다가 시골에 가면 신기한 게 많았다. 부산에서 내가 볼 수 없는 것들. 그중 하나가 들판이었다.

하루는 TV에서 황금들판을 보았는데 너무 이뻤다. 그런데 문제는 여름방학에 외갓집에 가면 벼가 한창 자라고 있는데, 겨울방학에 가면 벼가 사라지고 없더라는 점이다. 매번 그랬다.  

나는 가을들판이 너무 보고 싶은데 어머니 아버지는 일하시느라 늘 바쁘셔서 말도 못 꺼내겠고 안성까지 황금들판 보러 가출해 볼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안성에 가야만 황금들판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나도 참 순진한 구석이 많았다.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가을들판에 대한 동경과 설렘은 여전히 내 맘속에 있다.

올해 이사 온 집은 뻥뷰에 논뷰다. 소파에 기대 밖을 내다보니 들판의 색이 바뀌고 있다. 추석이 지나면 들판의 색도 점점 황금빛으로 짙어져 갈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나는 10월을 기다린다.


P. S. 작가님들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출처: 소리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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