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해도, 넘쳐도 문제

by 포데로샤


금요일 오후 4시 넘어 원내 헌헐센터에 헌혈하러 내려갔다. 올해 다섯 번째 마지막 전혈을 하기 위해서였다. 문진실에서 간단한 검사를 마칠 때쯤, 닫힌 문이 벌컥 열렸다. 혈액원 A팀장님이 문진실 안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혈색소 검사하러 들어오신 거였다.


지난 한 달 내내 혈색소가 기준치 미달이라며, 이날도 검사를 했는데 혈색소가 12.0g/dl가 안 됐다.

전혈 하려면 12.5g/dl, 성분헌혈 하려면 12.0g/dl 이상 되어야 한다. 혈색소 12g/dl 미만은 여성에게 빈혈을 의미하는 수치로, A팀장님은 아쉬워하며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나는 혈색소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이제까지 한 번도 없다. 헌혈 전 검사를 마치고 채혈베드로 옮겨가기 전 "저는 얼마나 나왔어요?"라고 간호사께 물어보았다. “15.5 나오셨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항상 이 정도는 나온다.

헌혈을 마치고 테이블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데 궁금증이 생겼다. “혹시 철분 수치가 얼마나 높은 사람까지 해 보셨어요?"라고 간호사께 물었더니 “18.5 초과하는 사람도 헌혈해 봤어요."라고 했다.


채혈기준에는 혈색소량이 12.0g/dl부터 20.0g/dl까지 혈액번호 부여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다만, 남자의 경우 18.5g/dl, 여자의 경우 16.5g/dl 초과일 경우에는 제조관리부장(의사)의 판단에 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면서 간호사분이 철분이 많으면 일부로라도 헌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실에 돌아왔더니 메신저로 자료를 추려서 보내 주셔서 읽어보았다. 병명으로는 헤모크로마토시스(Hemochromatosis / 혈색소 침착증). 체내에 철분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유전적 질환이란다.


철분이 몸에서 과도하게 쌓이면 오히려 피로감, 쇠약, 관절통, 간 비대 또는 간경변, 심장 문제, 당뇨병, 피부 색소침착, 성기능 저하 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치료법 중에는 정기적으로 혈액을 뽑아 철분을 낮추게 한다고 하거나 철분 결합제로 철분이 체내에 축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러 헌혈을 하러 오는가 보다.


누구는 부족하고, 누구는 넘친다. 넘쳐도 부족해도 문제다. 많다고 적은 사람에게 떼어 줄 수도 없다.

적당함이 균형이구나, 감사할 일이구나 다시금 떠올렸다. 그렇게 올해 헌혈을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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