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김경래
오늘은 사나운 짐승과 싸우는 날
이빨을 드러낸 팔월이
치타를 등에 업고 사슴 코앞에 들이닥쳤다
토끼를 쫓으며 휘파람을 부는 코요테
열대야 앞에 주눅 든 나의 차렷 자세
등줄기 계곡에 여름 홍수 같은 물줄기와
역류 표 기름이 범람하는 숨구멍과 구멍 들
열대야는 표정이 무서운 짐승이다
찜기에 들여놓고 불을 피우면
개구리는 저도 모르게 익어갔지
고통이란 시나리오는
시간의 문제로 귀속되므로
몸 전체에서 국물이 끓는 것은
여름의 약탕기 안에서 급격히 익는 증상이다
내가 어느 정도 익었는지
잘 구워삶아졌는지
엄숙히 러닝과 팬티 안을 검사한다.
열대야가 사나운 짐승에 은유된 끝에 치타 앞의 사슴, 코요테에 쫓기는 토끼로 나의 입장은 반전한다. 이럴경우열대야라는 강한 존재는 반드시 표정이 무서운 짐승에 지나지 않지만, 개구리 같은 나의 극명한 명한는 왠일인지 앞뒤 못가리고 끊는 물 속에서 희희턱 거리고 있다. 참으로 한여름 밤은 잠 못자고 지내야 하는 시간이며, 러닝과 팬티 바람으로라야 더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