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자전거 국토 종주를 위해, 자전거 지하철 탑승이 가능한 주말에 자전거를 갖고 전철을 탔다.
서울역 환승 위해 지하철에서 내리길 준비하고 있는데, 자리에 앉아계시던 할아버지께서 나를 꾸짖으신다.
사람 많은 지하철에 자전거를 갖고 타면 어쩌냐고, 사람 다 내리고 내리라며 자꾸 뭐하고 하신다.
내가 뭐라 대답 하기도 전에 옆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건데 왜 자꾸 참견이시냐고 손사래를 치시더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시며, 내게 미소를 보이시며, 신경 쓰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어떤 택시기사님이 생각이 났다. 겨울이었던 거 같은데, 그날 나는 거의 막차를 타고 전철역에 내렸었다.
전철역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0분이 안 되는 거리였지만, 많이 어두웠고, 사람도 거의 다니지 않는 시간인 데다가, 아파트 단지가 바로 산 옆에 지어져 있었기 때문에, 또 그 며칠간 여러 가지 흉흉한 사건 사고 소식이 많이 있었기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동네로 올라가는 택시 한 대가 내 옆에 멈추더니, 기사님께서 물어보신다. 몇 동 까지 올라가냐고.
24동 까지 간다고 하니, 그럼 단지 끝까지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택시에 계시던 손님께는 허락하셨으니 같이 타고 올라가자고 하셨다.
기사님께도, 계시던 할아버지께도 감사인사를 하고 택시를 탔는데, 민망한 상황이 벌어진다.
할아버지께서 자꾸, 요새 젊은이들이 얼마 거리가 되지도 않는 길을 걷지도 않고 차를 타고 다니니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거라며, 자꾸 뭐라 하신다.
기사님께서는, 운동하는 거 물론 좋지만, 지금은 길이 너무 어둡고 시간도 늦어 걸어 가는 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신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요새 젊은이들 건강이 어쩌고 저쩌고, 평소에 걷지 않고 어쩌고 저쩌고....
기사님도 절대 굴하지 않으시며, 요새 젊은이들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우리 시대의 시선과 잣대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며, 그리고 지금 밤이 너무 어둡고 사고들이 많지 않냐며 계속 이야기하신다.
기사님께서 말씀하시는 말의 내용은 아주 단호하였지만, 끝까지 친절한 말투를 잃지 않으셨다.
기사님이 할아버지를 설득해서 나를 태워 주신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내리면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집에 올라가는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했다.
기사님께는 감사했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겨났다.
태워주신 할아버지께는 감사해야 했지만, 순수하게 감사하는 마음만 생기지는 않았다.
택시 손님으로 계셨던 할아버지 말씀이, 팩트만 보았을 때는 틀리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장소 그 시간 그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떠도던 이야기도 생각이 났다.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살아가며 나이를 먹는다.
어르신이 되는가 꼰대가 되는가.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어르신이 되었다거나,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것.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내가 배워오고 경험한 것들 만으로 다른 사람, 특히 왜곡된 한국의 유교 문화 속에서 나에게 순종해야 한다 생각되는 나이가 어리거나 직책이 낮은 사람들을 판단하고 가르치려들며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어른이 되거나.
아니면,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온 자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정말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그것들을 적절히 제공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어른이 되는 것.
흔히 이야기하는 "노년기"에 접어들려면 아직은 세월이 많이 남아 있겠지만,
오늘 내가 하루 살아가며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먼 미래의 나를 만들어 놓을 것이다.
꼰대보다는 어르신이 되고 싶다.
내가 했던 꼰대 짓은 없는가 30년 인생 한번 돌아본다.
조심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