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rishna Aug 19. 2020

그냥 끄적_07

아이의 성공과 교육의 성공

나는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성적에 무관심하다. 학원 강사로서 실격이라는 것을 알지만,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그건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시험은 운빨


이기 때문이다. 너무 간략하게 말했나?


나는 기본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피눈물나게 노력해도 실패하는, 그런 안타까운 일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물론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후의 결과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뭐, 이건 카르마 요가의 가르침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수학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매우 어렵다. 어떤 부모님은 한번도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원하신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십대에서 한번도 실패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삶이 아닌가? 내신시험에서 한번 미끄러지면 수시를 쓰기 어려우니까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안 된다 라는 식으로 말씀하신다. 그게 가능하기는 한걸까.


고등학교 수학은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다 실패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실패는 아이의 실패이지, 우리들 부모나 선생님의 교육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의 성공 역시 마찬가지이고. 성공과 실패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지금의 성공이 나중의 실패로 이어질지, 지금의 실패가 나중의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는 육아 및 교육에서의 성공을 아이들의 성공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성공해서 교육이 성공했다던가, 아이들이 실패해서 교육이 실패했다던가 라고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그 교육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내 생각에 육아 및 교육의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아이가 옳은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지식)
아이 스스로가 그것을 선택하게 만들며(용기)
아이가 실패했을 때, 그것을 고치고 새로 도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시행착오)


물론 다른 분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도덕적인 면들이 더 강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첫번째와 두번째 줄에 그것이 숨겨져 있다. 옳은 행동은 보통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옳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도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그걸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실패할 때도 있겠지만, 다시 고쳐서 도전할 수 있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기쁜가.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어디로 나아가더라도 성공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수학사색_1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