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수학 02
사람들은 보통 수학의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사칙연산, 즉 네가지의 계산을 얘기한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이거 말이다. 내가 뭐 대단한 걸 알지는 못 하는데, 이 네가지 계산이 워낙 유명하고 잘 쓰이니까 이렇게 이름도 떡하니 사칙연산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네가지 계산이 각각 독립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덧셈은 덧셈이지, 뺄셈, 곱셈, 나눗셈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우리는 덧셈을 하는 방법, 뺄셈을 하는 방법, 곱셈을 하는 방법, 나눗셈을 하는 방법을 모두 따로따로 알고 있지 않나? 그렇듯 이 네가지의 계산은 각각 저마다의 개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서로 겹치는 영역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뭐, 내가 그랬지만. 혹시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겠지 라고 굳게 믿고 싶다.
앞에서 나는 몇가지 의문을 거쳐서 3x1=3 이다 라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다고 했는데, 그 모든 의문의 시작은 바로 이거였다.
곱셈과 나눗셈은 왜 덧셈과 뺄셈보다 먼저 하는가
사실 초등학교 때 혼합계산이 나오면, 당연하게도 위 지식을 배운다. 여러가지 계산이 섞여있을 때의 우선순위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예시를 들어 정리해 보면,
1) 괄호 안의 계산인 (3+2)를 가장 먼저 한다.
2) 곱셈과 나눗셈인 5x 를 두번째로 한다.
3) 덧셈과 뺄셈인 4+ 를 가장 마지막으로 한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이런 순서로 계산하는데, 사실 왜 먼저 해야 되는지 나는 잘 몰랐음을 고백한다. 그냥 왠지 곱셈과 나눗셈이 좀 특별해 보이는 느낌이라서, 아니 좀 더 고급진 계산이라서 먼저 하는게 당연했다고 느꼈다. 그럼 괄호 안의 계산은 왜 제일 먼저 하나. 뭐, 괄호 안의 계산은 뭔가 좀 더 특별해 보여서, 랄까. 뭔가 살포시 감싸안은 느낌이라서 제일 소중해 보이지 않나. 그렇다, 나는 꽤 감성적인 어린이였었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렇게 계산했고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내 계산력은 꽤 좋은 편이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다 똑같을 것 같으니, 문제를 삼을 일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내게 배우는 학생이 혼합계산을 잘 숙달하지 못 해서, 나름 선생님이라고 폼을 잡으면서
수학은 말이지, 이해가 중요한 거야
라고 설명을 시작했는데,
곱셈과 나눗셈이 나오면, 덧셈과 뺄셈보다 먼저 계산하는 것이 당연한 거지.
라고 내 입으로 말하면서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는 거다.
아니, 생각해 보니 왜 당연한 거지?
그 자리에선 아이가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지만, 내 안에서는 그것이 왜 당연한지에 대해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그래서 나는 교과서나 참고서 등을 다 살펴봤지만, 그에 대해 언급되어 있는 책이 없었다.
그래서 서점에서 교양 수학서적을 몇권 살펴봤는데, 그에 대한 의문조차 나와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일본의 저자가 쓴 초등학생 대상의 수학책에서 그에 대한 내용이 목차에 있어서 찾아보니,
덧셈과 뺄셈부터 하면 이상하잖아
라는 느낌으로 마무리가 지어져 있었다. 비싸게 주고 산 책인데...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 몇년 동안 왜 곱셈과 나눗셈을 덧셈과 뺄셈보다 먼저 하는지를 알기 위해 장대한 오딧세이를 시작했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