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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hna Nov 23. 2020

곱셈의 의미

성인용 수학

증가와 감소 외의 수의 변화에 대해 한참 고민해 본 결과, 나는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은 그 외의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게 이 글의 핵심은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자.


그렇다면 곱셈과 나눗셈 역시 수의 증가와 감소에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그런데 곱셈을 배울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은 구구단 아닌가. 그래서 구구단을 분석해 보았다. 물론 곱셈의 정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알 수 있을 거다. 이 사람 이런 것도 모르고, 수학을 가르쳤다고? 안타깝게도 사실이다. 곱셈 계산을 잘 하긴 했지만 곱셈의 뜻에 대해서는 사실 관심이 없었으니까.


구구단에서 5단을 예로 들어보자.


5x1=5

5x2=10

5x3=15

...

5x9=45


나는 어렸을 때 구구단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구구단을 억지로 외웠는데, 그 때 5단이 너무 좋았다. 얼마나 좋은가. 끝이 0 하고 5 로 끝나니까 외우기 너무 쉬웠다.


7단을 예로 들어보자.


7x1=7

7x2=14

7x3=21

7x4=28

...

7x9=63


솔직히 말해서 나는 7단이 너무 싫었다. 너무 예측할 수 없는 숫자가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건 지금 애들도 구구단을 외우면 7단을 외우는 것을 제일 어려워하는 편이더라.


사실 구구단을 외우기 어려운 이유는 구구단의 본질을 모르고 외우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본질을 몰라도 입이 저절로 답을 말하기 때문에 곱셈을 하는데 지장이 없긴 한데, 그러면 나처럼 되는 것이다. 본질을 몰라도 계산은 다 하지만, 문제를 고민할 때 중요한 사색 포인트가 빠져버리기 때문에 깊은 고민을 하기 어렵다.


그리고 2단의 경우는 아이들도 어렴풋이 그 본질을 눈치채기도 한다. 결과물이 2, 4, 6, 8, ... 이런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2씩 늘어난다는 것을 꼼수같은 느낌으로 안다. 그래서 아이들이 2단을 쉽게 여기는 거다. 뭐, 사실 그건 꼼수가 아니라 본질로 이어지는 직관인데, 나는 왜 그때 그걸 더 파고들지 않았던가.


2단이 2씩 늘어난다는 말은, 덧셈으로 표현하자면, 2를 계속 더한다는 의미이다. 즉,


2 = 2x1

2+2=2x2

2+2+2=2x3

2+2+2+2=2x4

2+2+2+2+2=2x5

...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말 아닐까. 이걸 생각해 놓고 보니, 난 문득 지난 번에 말한 수열의 합인 시그마가 사실 수학자들이 쓰기 귀찮아서 그렇게 쓴 것이 아닌가 라는 의혹을 떠올렸다. 설마...


아니, 수학자들은 덧셈도 귀찮아서 곱셈을 만든 거였어?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같은 수를 계속 더하는 계산을 쓰기 싫어서 곱셈이라는 걸 만든 거였냐? 라는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그런 의심을 갖고 다른 구구단을 살펴보았더니, 전부 다 같은 수를 계속 더하는 계산이었던 것이었다.


9단을 봐도,


9 = 9x1 =9

9+9 = 9x2 = 18

9+9+9 = 9x3 = 27

...


이런 식 아닌가. 나는 이걸 깨닫고 나서는 수학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팍팍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니, 이 사람들 대체 어느 정도로 귀차니즘이 심한거야


이렇게 곱셈이 덧셈의 연장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설마... 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계산을 향해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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