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수학, 교환법칙
나의 왼손과 너의 오른손.
이렇게 손을 잡고 걸어가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나는 너의 오른쪽에 있어야 한다.
너의 오른손과 나의 왼손.
이렇게 손을 잡고 걸어가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나는 너의 왼쪽에 있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가 너의 왼쪽에 있든, 오른쪽에 있든 무엇이 그렇게 중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항상 너의 오른쪽에서 걸어왔다. 가끔 내가 너의 왼쪽에서 걸으려고 하면, 무엇이 그렇게 이상한지, 너는 황급히 다시 나의 왼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음 속에 정해져 있는 자리라도 있는 것일까.
...
라고 감성의 영역을 건드려 보면서 주제를 급선회해 보겠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성인용 수학이니깐!
이 글에서 다룰 것은 바로 교환법칙이다. 교환법칙이라는 건 뭐 엄청 어려운 건 아니고, 어떤 계산을 할 때, 자리를 바꿔도 되나 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덧셈의 경우는 2+3=5 이고, 3+2=5 이므로 자리를 바꿔도 큰 문제가 없다.
곱셈의 경우도 2x3=6 이고, 3x2=6 이므로 자리를 바꿔도 큰 문제가 없다.
이렇게 덧셈과 곱셈의 경우는 자리를 바꿔도 문제가 없으므로, 교환법칙이 성립한다고 말한다.
위에서 든 덧셈과 곱셈을 보면, 당연히 자리를 바꿔도 문제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뺄셈의 나눗셈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5-2=3 이고, 2-5=-3 이므로 계산결과가 달라진다.
8/2=4 이고, 2/8=1/4 이므로 계산결과가 달라진다.
참, 나눗셈 기호가 없어서 컴퓨터 자판에서는 나눗셈 기호를 / 로 표시한다. 잘 보면 알겠지만, 8 나누기 2 라고 하는 계산을 컴퓨터에서는 8/2 로 표시하는데, 이는 분수 표현인 2분의 8 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
이렇듯 뺄셈과 나눗셈은 자리를 바꾸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틀린다.
어쨌든 나도 예전엔 단순하게 덧셈과 곱셈은 자리를 바꿔도 되고, 곱셈과 나눗셈은 자리를 바꿔서는 안 된다 라고 결과만을 가르쳤다. 어쨌든 덧셈과 곱셈은 자리를 바꿔도 된다는 거지? 이것만 알면 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걸 수식으로 보는 것과 한글로 보는 것은 매우 느낌이 다르다.
2+3 = 3+2
이렇게 수식으로 보면 엄청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 않은가?
그런데 원래 2+3 이라고 하는 계산은 말로 풀어쓰면 아래와 같다.
2보다 3 큰 수
그리고 3+2 라고 하는 계산을 말로 풀어쓰면,
3보다 2 큰 수
이렇게 글로 풀어써 보면, 아마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 것이다.
2보다 3 큰 수와 3보다 2 큰 수는 정말 같은 것일까.
그렇다면 곱셈도 한번 보도록 하자.
2x3 은 2를 세번 더하는 계산이라 2+2+2 이고,
3x2 는 3을 두번 더하는 계산이라 3+3 이다.
그렇다면 2를 세번 더하는 계산과 3을 두번 더하는 계산은 같다고 할 수 있는가.
이렇게 말로 풀어써 보면 당연하게 느껴졌던 덧셈의 교환법칙과 곱셈의 교환법칙조차도 사실은 당연하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2보다 5 큰 수와 5보다 2 큰 수는 같고, 2를 세번 더한 수와 3을 두번 더한 수는 같음을 그림을 통해서도 간단하게 보일 수 있다.
2+5 이라고 하는 계산은 ❍ ❍ ● ● ● ● ● 이렇게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굳이 계산순서가 순서대로 쓴다면,
❍ ❍
● ● ● ● ●
이걸 다 세어야 하는 건데, 그렇다면, 밑에 있는 검은색 동그라미 세개를 위로 가져다 붙여도 어차피 다 세어야 하는 개수는 같지 않을까?
❍ ❍ ● ● ●
● ●
위처럼 말이다. 이렇게 위와 같은 그림처럼 된다면, 수식으로는 5+2라고 표현될 것이다.
덧셈의 경우는 이렇게 본다면, 바뀌어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좀 유치하다면, 이런 식으로 보는 건 어떠한가.
2+3 = (1+1) + (1+1+1+1+1) = 1+1+1+1+1+1+1 = (1+1+1+1+1) + (1+1) = 5+2
이것도 좀 별로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곱셈의 경우는 좀 더 그럴듯 한 것이 있다.
2를 세번 더한 수, 즉 2+2+2 는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 ●
❍ ●
❍ ●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 수 있겠지만, 이걸 가로로 눕혀서 본다면,
❍ ❍ ❍
● ● ●
가 되므로, 3+3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는 곱셈의 교환법칙을 이와 같은 그림으로 표시한다. 뭐, 안타깝게도 이미 곱셈계산에 너무 익숙한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고도, 그냥 2x3 과 3x2 는 같은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하고 그냥 대충 넘어간다.
초등학교 수학교육에서는 곱셈은 바꿔서 써도 된다 라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설명할 것이 아니라, 저 계산이 사실 당연하지 않음을 먼저 보여주고, 그것이 왜 같은지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입부부터 저게 당연하게 바꿔써도 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면, 수학에 신기할 것이 무엇이 있겠나.
뭐, 뺄셈과 나눗셈은 안타깝게도 저런 식으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바꿔쓸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수학자들은 좀... 그렇다. 뒷말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