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곤 실레와 요조!!
민음사판 《인간 실격》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이유 없이 오래 바라보게 됐다. 에곤 실레의 그림이었다. 읽기도 전에 이미 요조를 본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요조의 얼굴이 아니라, 요조가 세상에 서 있는 방식을 본 느낌이었다.
에곤 실레의 인물들은 늘 불편하다. 몸은 비틀려 있고, 자세는 안정되지 않으며, 시선은 어딘가를 피한다. 그 인물들은 고통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게 나다. 보기 싫다면 어쩔 수 없다. 요조 역시 그렇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다. 이해해달라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는 인간으로 실격이다”라고 말할 뿐이다.
실레의 인물과 요조는 공통적으로 자기 몸과 자기 자리에 제대로 거주하지 못한다. 실레의 인물에게 몸은 집이 아니라 감옥에 가깝고, 요조에게 ‘인간’이라는 역할 역시 그런 공간이다. 그래서 요조는 늘 연기한다. 웃고, 맞추고, 농담을 한다. 실레의 인물들이 기이한 포즈로 서 있듯, 요조도 사회 속에서 어색한 자세로 버틴다.
흥미로운 건 둘 다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레는 인물을 아름답게 그리지 않는다.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요조 역시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비겁함, 비열함, 공포를 그대로 적어 내려간다. 그래서 불편하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 때문에 진실에 가깝다.
에곤 실레의 그림이 《인간 실격》 표지로 공감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그림은 요조의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요조의 상태를 보여준다. 세상에 잘 맞지 않는 몸, 그러나 도망치지도 못한 채 서 있는 존재. 읽기도 전에 이미 이해해버린 느낌이 드는 이유다.
이 표지는 장식이 아니다. 요조를 해석한 하나의 문장에 가깝다.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이해, 설명 없는 공감. 그래서 나는 이 표지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이야기보다 먼저, 모양으로 이해된다는 것을.
#인간실격 #다자이오사무 #에곤실레 #민음사 #책표지 #문학과미술 #요조 #실존 #열정부메랑 #AI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