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risty Park Apr 25. 2022

프엔 마스터 도전기 - 1. 다른 우물에 사는 사람들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프론트엔드 개발자 이해 도전기

프론트엔드 개발을 마스터하기 위한 도전기는 아닙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가장 긴밀히 협업하는 프론트 개발자를 이해하기 위한 도전기입니다.



나는 항상 미술이나 디자인을 하는 친구들 혹은 동기들과 지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지내면 대화가 잘 통해서 좋지만, 사실 그건 작은 우물 안에 사는 일이다. 우리는 거의 항상 비슷한 주제를 다루며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그렇게 디자이너끼리 적정 수준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만 나는 항상 다른 우물에 사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들은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는가?


내가 사는 우물에서 한 100km쯤 떨어진 우물에 사는 사람들은 아마 개발자들이 아닐까 싶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이과계열의 지인이 있었더라면, 아마 그렇게까지 멀게 느껴지진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커리어 초반엔 (지금도 그닥 중반이라고 할 순 없지만) '개발자'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다. 다른 우물에 사는 그들이 궁금한 건 차치하고, 딱히 그들이 나에게 관심도 없거니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협업을 해본 개발자는 7-8년차 정도의 시니어 개발자셨다. 나는 일단 만들었고, 딱히 질문하지 않았다. 내가 만든 화면을 개발자가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아마 막연한 거리감으로 인해 스스로 만든 단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더군다나 당시의 회사는 기획이 디자이너/개발자와의 논의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눌 일이 더더욱 없었다. 나와 개발자는 그렇게 단절된 채로 와이어프레임은 생략하고, 거의 완성된 디자인을 보며 첫 대화를 시작했다. 디자인을 본 개발자는 어디선가 자주 들어본 말을 했다.


안되는 게 너무 많았다...


물론 당시엔 내가 먼저 "이렇게 해도 구현 가능한가요?"라고 물어보는 걸 상상조차 못했다. 처음 업계에 발을 들이고 내가 해야할 일에 치여서 '개발자와의 협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나에겐 없었다.


게다가 당시 나에게 디자인 시스템은 모든 디자인을 완성한 뒤 정리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고, 오토 레이아웃이라는 기능이 있는지도 몰랐다. 완벽히 비주얼에 의한, 비주얼을 위한, 비주얼의 디자인이었다. 지속가능성? 매번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만 했던 내가 프로덕트 디자인에 그런 게 있는지 알았을리가. 그분도 프론트와 협업할 줄 모르는 나와 일하느라 매우 수고로우셨을테다.


그땐 그분의 수고에 대해 인지하지도 못한 채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엔 개발자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을 가진 채. 왜 매번 안된다고 하는지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않은 채.



이직 초기엔 시니어 풀스택 개발자 한 분과 주니어 프론트 개발자 두 분이 있었다. 업무를 시작하고 난생 처음 기획에 대해 개발자들과 의논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과 어느정도 대화를 나눠본 나는 "이렇게 해도 구현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처음 들은 말은, 적잖이 충격적이었고,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크리스티님이 원하는대로 해요!"


정말 감동적이게도 그들은 디자이너와 개발자의 관계를 어느정도 탑다운 형태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쉽게, 혹은 편하게 개발하는 게 아니라 최대한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잘 안될 것 같아도 "일단 해보고 다시 말씀 드릴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중에 구현이 안된다는 말을 듣는다해도, 처음부터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보단 훨씬 좋았다. 디자이너로서 존중을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다만 그때를 회상할 때 아쉬운 부분은, 내가 그들이 끝까지 고민하도록 내버려 뒀다는 점이다. 구현이 어렵다면 디자이너도 충분히 플랜 B를 마련할 수 있다. 같이 고민해야 하는데 개발은 '내가 모르는 영역'이라고 치부하며 그들이 혼자서 시간을 허비하도록 했다는 게 정말 아쉽다.


다음 글에선 그땐 몰랐지만 이제는 아는 부분에 대해 다루고 싶다.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요즘은 그래도 개발자들과 교차점이 있는 우물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들곤 한다.




다음 글 읽기!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