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수석들이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아졌다. 다른 관람객들의 리뷰를 보니 대학교 실기시험 기간이라 출강하는 수석급 연주자들이 연주에 못 나오나 보다. 7월이 되면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임가진 수석님 얼른 보고 싶다.
2.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로 채워진 러시아의 밤. 프로그램만 봐도 마음이 뿌듯하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영화 <버드맨>을 보면서 푹 빠졌다.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 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혀진 배우인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서기 직전 대기실에서 이 노래의 3악장이 울려퍼진다. '버드맨'의 찢어지는 심경이 이 노래 같아서, 듣다 보면 너무 가슴 아프고 쓰라리지만, 근데 또 너무 아름다워서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와 어깨를 휘휘 젓게 된다.
2. 제임스 에네스는 무척 좋았다는 기억이었는데, 메모를 안 했더니 정확한 뉘앙스를 까먹었다. 앵콜도 3곡이나 했는데, 까먹은 게 너무 미안할 따름이다.
3. 키릴 페트렌코 아니고, 바실리 페트렌코. 둘 사이에 아무 관계도 없는 듯하지만, 이름만으로도 뭔가 기대하게 된다. 마침 로얄 리버풀 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앨범이 있어 예습 삼아 들어 보았다. 그런데 뭐랄까, 러시아 지휘자가 연주한 러시아 작곡가 음악은 항상 풍기는 무언가의 뉘앙스가 있는데, 이 앨범은 그런 게 안 보였다. 폭풍 같이 몰아치거나 과장된 비애감 같은 맛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 날 공연도 앨범과 마찬가지로 그런 느낌은 없었다. 좀 더 차분하고 날카로운 느낌이랄까. 잘은 모르지만 어쨌든 기대와는 다르지만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4. 공연이 빼곡하게 찬 6월인데, 서울시향이 너무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있어 뿌듯하다.
서울시향 2018 바실리 페트렌코와 제임스 에네스
6월 14일(목)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지 휘 바실리 페트렌코 Vasily Petrenko, conductor
바이올린 제임스 에네스 James Ehnes, violin
프로그램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Tchaikovsky,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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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Rachmaninoff, Symphony No. 2 in E minor, Op.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