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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이 Mar 18. 2022

피난왔어도 학교는 다녀야지

독일로 피난온 우크라이나 난민 청소년들을 위한 당국의 교육대책

어제 나는 이번 부활절에 함부르크에 갈까 해서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예약하려던 중 한 가지 의문사항이 생겨 독일 철도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자동안내말씀을 들으며 직원과 연결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우크라이나 말이 들려왔다. 독일 정부에서 피난온 우크라이나 인들을 위해 무료 철도표를 제공한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아무래도 그에 대한 안내인 것 같았다. 오늘도 수많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독일로 모여들고 있지만 그것을 체험할 기회가 없는 내게 미미하게나마 생활속에서 체험한 최초의 우크라이나였다.


얼마전까지는 코로나에 대한 기사들로 신문이 채워졌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채운다. 아무래도 독일은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가깝다 보니 한국언론과는 양적으로 다르게 우크라이나 기사를 다룬다. 신문을 펼치면 온통 전쟁기사인데 오늘은 그중 훈훈한 기사 하나를 읽게 되었다. 독일로 피난온 우크라이나 난민 청소년들을 위한 독일 정부의 교육대책에 대한 기사가 그것이다. 그 내용이 흥미로워서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난민. 사진자료: www.web.de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들은 러시아를 비롯하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몰도바, 벨라루스가 있다. 이중에서 대부분의 전쟁난민들은 폴란드 행을 택한다.(이중 몇은 러시아로 가기도.) 폴란드 행을 택한 많은 난민들은 폴란드를 지나 독일로 들어오는데 그 숫자가 이미 수십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독일에서는 앞에서 말한 교통편을 비롯, 숙박, 의료, 음식 등 난민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난민들의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로 이들중 상당수는 혼자서 국경을 넘는 이들도 있다.


미성년 난민들은 폴란드를 지나 기차를 타고 베를린이나 쾰른 중앙역에 도착한다. (독일 정부에서 폴란드 국경에서 난민들을 실어나르는 기차를 준비해뒀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난민의 정확한 숫자와 연령 등은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중 절반은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인 것으로 추산이 되고, 이들중 많은 이들은 부모없이 혼자서 독일땅을 밟는다. 날마다 독일로 들어오는 청소년의 숫자가 상당한 관계로 독일정부에서는 현재 우크라이나 청소년 전쟁난민들에게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 논의중에 있다. 


피난은 왔지만 배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 슬로건을 실천하기엔 상황이 녹록치가 않다. 독일 교육시스템은 2년이상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이미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달라지는 방역대책, 학부모들의 반발, 전염병으로 인한 교사의 부족 등. 특히 현재는 한차례 내려갔던 오미크론 확진자 수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여 교사의 10%이상이 코로나로 인해 학교수업에 불참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교육상황하에서 난민 청소년들을 위한 수업에 대해 거론한다는 것은 상황을 더 힘겹게 만드는 일이다.


게다가 미성년 난민들의 교육에는 이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케어하는 것까지 포함되어있다. 어린 나이에 생전 처음으로 경험한 전쟁, 집이 폭격당하고, 이웃이 죽어 나가고, 가족들과 생이별하여 혼자 외국까지 오게된 상황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아이들은 교육과 더불어 교사나 전문가로부터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상황에 맞는 교사를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교육부에서는 교사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퇴직한 교사들의 다시 채용할 계획을 세우는 반면,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교사들을 독일의 학교와 어린이집에서 일하게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난민들 중 교사가 몇 명인지 또한 이들의 실력이 독일의 상황에 부합되는지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해결해야할 난제는 쌓여만 간다.


그러나 상황이 회의적이지만은 않다. 독일은 전쟁난민에 관련하여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많은 수의 시리아 난민들이 유럽으로 몰려올 당시, 그리고 메르켈이 이들을 받아들일 당시(백만 명의 난민들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메르켈의 지지도가 수직으로 하락했음) 독일은 난민의 정착에 관한한 많은 경험을 쌓았다. 당시 많은 지역에서 이른바 환영반과 어학반이 형성되었고, 구인란을 보면 시리아 난민의 정착을 도울 스탭이라는 생소한 직종까지 생겨났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맞이할 수 있다. 


독일 동쪽에 있다는 이유로 다른 도시들보다 난민문제에 직접적으로 부딪힌 베를린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피난한 16세 이상의 젊은이들을 위한 50개의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나 많은 난민 청소년들이 들어올지,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독일에 머물지 누구도 알수 없는 것이다. 독일정부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난민들에게 3년동안의 체류지위를 보장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타향에서 머무르는 것을 택할까. 전쟁이 끝나기만 한다면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정다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일반적인 마음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독일시민 사회의 도움을 주려는 근본적인 의지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전쟁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고, 그들은 아주 구체적인 방식으로 난민들을 도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난민들에게 물품을 보내는 것에서부터 자기 집의 방 한 칸을 제공하는 사람도 있다. 나만 해도 난민들을 돕기위한 물품보내기 운동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이메일을 그저께 학부모 회에서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시민사회의 걱정을 담은 마음이고 정치권의 입장은 같을 수만은 없다. 2015년 시리아 난민위기 당시 요아킴 가우크 전 연방 대통령이 했던 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우리의 마음은 크지만 할 수 있는 건 유한합니다."  


다들 난민문제에 관한한 바늘 하나 꽂을 데 없이 인색하게 구는 가운데 마음이라도 큰 것이 어디인가. 이런 마음만이라도 본받고 싶다. 나는 독일인들의 이 연대의식을 눈물겹게 높이 산다. 나도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라 그런지 유독 독일 정부의 우크라이나 청소년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다. 독일 정부에서 쌓인 난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들에게 어떤 정책을 펼칠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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